유진그룹 계열 증권사 유진증권의 유(柳)씨 '오너' 일가가 주가 하락을 계기로 회사 주식을 일제히 사들여 눈길을 끈다. 유진기업 유경선 회장의 두 딸과 유 회장의 부인 및 조카들이 약속이나 하듯 유진증권 지분을 매입했다.
27일 유진증권에 따르면 유 회장의 장녀 정민(34)씨와 차녀 정윤(30)씨는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세차례에 걸쳐 각각 5만여주의 회사 주식을 샀다.
이들이 지분 확보에 들인 자금은 각각 1억원에 못 미치고 매입 규모도 전체 발행주식(9689만주)의 각각 0.05%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처음으로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기간 유 회장의 부인 구금숙(65) 씨도 유진증권 주식 4만여주를, 유 회장의 조카 3인(정주·동진·승연)도 총 8만여주를 장내에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그룹 오너 일가가 유진증권 주식을 사들인 것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내 증시 부진으로 인한 주가 하락과 무관치 않다.
올해 초 유진증권 주가는 액면가(5000원)의 절반에 못 미친 2000원대에서 출발했으나 최근 코로나 확산으로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면서 주가도 덩달아 하락, 지난달 19일에는 종가 기준 1190원의 저점을 찍기도 했다.
주가가 연중 저점을 찍은 이후 이들의 주식 매입이 본격화되었다는 점에서 모처럼 저렴해진 회사 주식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나란히 지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이들이 또 다른 유진그룹 계열사로부터 받은 현금 배당금으로 어느 때보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진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유진그룹의 레미콘 제조 계열사 우진레미콘의 주주들이다. 2013년 7월에 설립한 우진레미콘은 원래 개인 소유였으나 2017년 유 회장 일가 7명이 지분을 전량 인수해, 계열로 편입했다.
우진레미콘의 1대 주주는 지분 45%를 보유한 유석훈 유진기업 상무다. 이어 유 회장의 두 딸 정민·정윤 씨가 각각 12.5%, 유 회장의 부인 구 씨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조카 3명(정주·동진·승연) 몫이다.
우진레미콘은 2019사업연도 결산으로 주당 8000원의 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배당 총액은 8억원으로 주주인 오너 일가에 모처럼 현금 보너스가 배분됐다. 이들이 유진증권 지분 매입에 투입한 금액은 우진레미콘으로부터 받은 배당액과 거의 같다.
한편 유진증권은 그룹의 주력사인 유진기업이 최대주주(작년말 기준 27.25%)로 있지만, 오너 일가도 적잖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유창수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0.89%로 유진기업을 제외할 경우 유진증권의 개인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뒤를 이어 유 부회장의 막내 동생 유순태 이에이치씨(EHC) 대표(0.48%)와 유 부회장의 부친이자 유진그룹 창업주 유재필 명예회장(0.17%)이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