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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도 유튜브 열풍…투자자 보호는 '글쎄'

  • 2020.06.15(월) 15:16

키움 필두로 신한·하나·한국 등 적극 운영
명확한 감독규정 없어 투자자 보호에 허점

유튜브 전성시대를 맞아 증권가도 유튜브를 활용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간략한 회사 홍보와 증시 전망은 물론 종목 추천과 금융상품 소개를 비롯한 민감할 수 있는 투자정보까지 유튜브를 통해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유튜브 콘텐츠는 뚜렷한 감독 규정이 없다는 데 있다. 콘텐츠 제작과 노출에 자유로운 유튜브의 특성상 일괄적인 가이드라인 적용도 쉽지 않아 언제든지 투자자 보호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증권사들은 대부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강자들이다. 동학개미운동의 최대 수혜 증권사로 꼽히는 키움증권이 대표적이다. 키움증권은 구독자(팔로워)가 6만 8000여명에 달하면서 웬만한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못지않다.

키움증권은 자사 애널리스트는 물론 외부 전문가까지 고정으로 출연시키며 경제 분석과 증시 전망, 투자전략 등 다양한 콘텐츠를 방송하고 있다. 2013년 5월 개설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다 최근 방문자 수가 급증하면서 동영상 누적 조회 수는 어느새 1100만 회를 넘어섰다. 

신한금융투자는 직장인들이 들으면 솔깃할 '월급구조대(SOS Salary)'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로 4만 30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사회초년생 재테크, 신혼부부 10억 모으기, 직장인 재테크 A to Z 등 채널명에 걸맞은 재테크 콘텐츠로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운영하는 '하나TV'는 최근 급부상 중인 유튜브 채널이다. 개설일은 작년 1월로, 운영 기간은 경쟁사들보다 훨씬 짧지만 구독자는 벌써 4만 1000명이 넘었다.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들이 발간한 보고서를 설명하는 '하나 온라인 세미나'와 중소형주 투자전략을 소개하는 '스몰톡톡 코스닥 클라쓰'를 주력 콘텐츠로 밀고 있다. 최근엔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이 진행자로 나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 등 업계 레전드들과 경제 인사들을 초대해 투자 전략을 들어보는 '부자되기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투자증권이 3만 1000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KB증권과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도 유튜브 채널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1만~2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증권사들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하지만 자산운용업계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업계 리더들을 중심으로 유튜브 채널의 몸집을 키우는 추세다.

금융투자업계의 영업활동 무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던 터였다. 그러다가 올초 코로나19 사태가 그 흐름을 크게 앞당겼다.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소셜미디어로 자리 잡은 유튜브는 뛰어난 정보 전달력을 앞세워 최적화된 비대면(언택트) 영업활동 창구로 자리 잡았다. 증권사들과 운용사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채널을 키우기 위해 혈안이 된 이유다.

문제는 유튜브를 규제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실제로 최근 유튜브 콘텐츠 경쟁이 심해지면서 특정 종목 추천이나 투자상품 소개 등 민감한 정보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실시간 방송이 가능하고, 쌍방향 소통이 활발한 유튜브 특성상 자극적인 투자 콘텐츠가 쏟아질 여지도 크다.

하지만 금융투자회사 광고물을 심사하는 금융투자협회는 영상물 투자광고 유의사항과 임직원 내부 통제기준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상태다. 이마저도 권고사항일 뿐 구속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콘텐츠 제작과 노출 기준은 모두 제각각이다.

증권가 역시 의도치 않은 실수로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책임 추궁에 시달릴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유튜브 관리 담당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잘못된 정보가 여과 없이 노출돼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기존 광고물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면서 콘텐츠 도달률이 훨씬 높은 유튜브 영상에 대해선 제대로 된 기준이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목적이 확실한 투자 광고물과는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유튜브 채널에 대해 일괄적인 감독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투협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한 달에 수백, 수천 건 이상 올라오는 유튜브 콘텐츠들을 일일이 모니터링하기도 쉽지 않다.

일각에선 대안으로 '유튜브 콘텐츠 등록제'를 제안하고 있다. 금투협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콘텐츠를 외부에 공개하되 노출 시 웹주소를 금투협에 등록해 사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콘텐츠의 자율성과 시의성을 살리면서 협회와 금융투자회사들이 함께 유튜브 운영의 방향성을 잡아가자는 취지다.

금투협 약관광고심사팀 관계자는 "금융투자회사들이 유튜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내보내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파악 중"이라며 "필요하다면 각사 준법감시인은 물론 유튜브 채널 담당자들과 모여 다양한 의견을 듣고 가이드라인을 수정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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