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상어 뚜루루뚜루~“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도 울려 퍼졌던 '아기상어' 노래 다들 기억하시죠. 아기상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는 건 이제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죠.
아기상어 콘텐츠를 만든 곳은 스마트스터디란 회사예요. 이 회사는 '핑크퐁'이란 글로벌 유아교육 브랜드를 운영하다가 새 콘텐츠 중 하나로 상어가족 애니메이션을 내놨는데 어마어마한 대박이 터진 거죠.
아기상어 열풍에 힘입어 최근 실적도 무척 좋아졌어요. 한해 벌어들인 돈의 총액인 매출액은 2018년 400억원에서 2019년 768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어요.
더 놀라운 것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빼고, 직원 월급까지 주고도 남은 금액이에요. 이를 영업이익이라고 하는데 2018년 75억원에서 2019년 312억원으로 네배 이상 성장했어요.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은 무려 40.6%. 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서 재료비와 인건비 등 각종 경비를 빼고도 400원이나 남기는 셈이죠.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놓은 아기상어 콘텐츠가 유튜브 등 각종 채널에서 잘 팔리니 회사가 새로운 비용을 쓰지 않고도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구조가 된 거죠.
이런 회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라면 앉은 자리에서 자산가치가 상승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스마트스터디는 주식시장에 상장하지 않아서 아무나 주주가 될 수 없어요.
# 아기상어 대신 아빠상어
그래서 주식시장에서는 '그림의 떡'인 스마트스터디를 대신해 이 회사의 주식을 많이 가진 삼성출판사가 대체제로 인기를 끌었어요. ‘아기상어’ 대신 ‘아빠상어’가 주목을 받은 셈이죠. (실제로 삼성출판사 김진용 대표는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의 아빠예요)
이 때문에 아기상어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삼성출판사의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죠. 그렇다면 아기상어 효과는 삼성출판사의 실적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 내가 가진 만큼만 내꺼
삼성출판사가 스마트스터디 지분을 보유한 것처럼, A사가 B사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면 통상적으로 영업이나 재무정책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봐요.
실제로 삼성출판사는 스마트스터디 지분을 보유한 목적을 '경영권참여'라고 밝히고 있어요. 삼성출판사가 단순히 스마트스터디 주식을 시세차익이나 볼 목적으로 가지고 있는게 아니란 뜻이죠, 이런 경우엔 '남들과 다른 특별한 관계'라고 해서 '관계기업'이라고 불러요. 즉 스마트스터디는 삼성출판사의 '관계기업'이에요.
특별한 관계가 되면 회계 처리도 특별해져요. 삼성출판사는 자신들의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스마트스터디의 실적을 반영해요. 이를 '관계기업 지분법'이라고 해요. 아주 간단하게 지분법의 개념을 살펴보면, 스마트스터디가 이익이 났거나 손실이 났을 때 삼성출판사의 재무제표에서 지분율만큼 반영해주는 것이에요.
지분법= 전부를 가질 순 없지만 내가 보유한 몫만큼은 내꺼로 보는 법
삼성출판사는 스마트스터디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136억원)에서 자신들의 지분율(22.39%, 2019년 말 기준) 만큼인 30억7000만원을 2019년 지분법이익(영업외이익)으로 반영했어요. 즉 작년에 삼성출판사는 아기상어 덕분에 벌어들인 이익을 30억원이라고 장부에 적어놓았어요.
물론 지분법이익이란 개념은 장부상 숫자만 바뀌는 것이지 회사에 진짜 현금으로 들어오는 건 아니에요.(만약 스마트스터디가 배당을 한다면 주주인 삼성출판사에 진짜 현금이 들어오지만…스마트스터디는 아직 배당을 하지 않아요.) 그렇더라도 아기상어의 선전 덕분에 아빠상어의 살림살이가 분명 나아진 것은 사실이에요.
아참, 삼성출판사는 작년에 스마트스터디 지분 중 4만5757주(1.8%)를 38억원에 팔아서 종잣돈(투자한 돈)을 빼고 35억원의 이익을 남기기도 했어요.
이 덕분에 삼성출판사는 지난해 총 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어요. 1년 전(2018년) 4억6000만원에 비하면 큰 숫자예요.
# 고마워 아기상어.. 근데 본업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삼성출판사는 지분법이익으로 30억원, 주식매각이익으로 35억원. 합계 65억원을 아기상어 스마트스터디 덕분에 얻었어요. 만약 스마트스터디가 없었다면 삼성출판사는 작년에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었을지 몰라요. 즉 삼성출판사의 본업은 썩 좋지 못하다는 얘기가 되죠.
삼성출판사는 지금도 스마트스터디 주식 45만4243주(18.6%)를 보유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지분법이익, 배당 기대감, 그리고 자산가치 만큼은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단 본업도 분발하기!
[The 줍줍] 우린 진짜 무슨 관계?
삼성출판사가 스마트스터디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A회사가 B회사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회계처리가 달라져요.
①종속기업: A회사가 B회사 지분 50%를 넘게 보유하거나, 50%가 안되더라도 실질적으로 경영을 좌지우지한다면, B회사를 종속기업이라고 불러요.
→ 이건 그냥 한 몸이라고 생각하고 가계부를 합쳐요. 그래서 A회사 연결재무제표에 B회사 재무제표를 합쳐서 작성해요.
②관계기업: A회사가 B회사 지분 20% 초과 ~ 50% 이하로 보유하거나, 설령 20%가 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라면 B회사를 관계기업이라고 불러요. (삼성출판사와 스마트스터디의 관계!)
③공동기업: A회사가 B회사 지분 50%를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반을 다른 곳이 보유하고 있다면 B회사를 공동기업이라고 불러요. 아무도 일방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공동경비구역 JSA 같은 것.
→ 관계기업이나 공동기업인 B회사에서 손실 또는 이익이 나면 A회사도 자신이 가진 지분율만큼 곱해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해요. 이를 지분법손익 또는 관계기업투자손익이라고 해요. 내가 보유한 몫만큼 이익도 보고 손실도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