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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세된 ESG·뉴딜…탄소효율그린뉴딜 ETF도 뜰까

  • 2021.02.08(월) 17:21

최근 4개 운용사서 나란히 상장…글로벌 패러다임 변화 적극 반영
공통 기초지수 사용하는 닮은꼴…"자본 사회적 역할 강조되기 시작"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친환경 열풍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 정부는 30년 내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정책을 선보인데 이어 최근에는 자산운용사 네 곳이 탄소 절감을 테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나란히 상장해 화재를 모으고 있다.

이미 주요국 정부에서는 탄소 다이어트를 위한 예산 편성을 끝마치며 정책적으로도 뒷받침할 준비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대형 자산운용사 및 연기금 등도 투자 기준을 탄소 제로에 맞추고 있어 시대적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탄소효율그린뉴딜 ETF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올해도 국제 표준은 'ESG'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저탄소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최초의 친환경 ETF 4종이 이달 5일 일제히 국내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설정 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탄소효율그린뉴딜'이 1010억원으로 가장 크고, 삼성자산운용에서 내놓은 '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이 504억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한화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도 동일한 테마로 상품을 출시했다. 'ARIRANG 탄소효율그린뉴딜'과 'HANARO 탄소효율그린뉴딜' ETF로 각각 91억원과 81억원 수준의 설정액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환경 친화적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내외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지구 온난화와 같은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주요국 정부들은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청정에너지와 관련한 혁신 정책들을 내놨는데, 2035년까지 100% 청정 전력을 생산하며 건물 내 탄소 배출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임기 내 건물 400만채를 비롯해 주택 200만호에 에너지 효율 리모델링을 실시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에도 4년 간 3000억 달러(한화 약 335조8200억원)를 지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히는 등 청정 에너지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발표했다.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형 그린딜 정책에 1조 유로(한화 약 1347조 7000억원)를, 독일과 영국은 2030 기후행동 프로그램과 녹색산업혁명에 각각 460억 유로(한화 약 61조9840억원), 120억 파운드(한화 약 18조4439억원)를 책정하는 등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국 정부의 이와 같은 대응 노력에 발맞춰 주요 기관 투자자들도 환경 이슈에 대해 더욱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상장 기업에 평균 7.5%의 지분을 보유한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은 올해 연례서한을 통해 오는 2050년 탄소 넷제로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기업들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에 우리 정부도 동참하고 있는데,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50 탄소중립 실현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탄소중립 제도 기반 강화를 토대로'3+1'의 전략 틀을 마련해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을 유도하는 동시에 재정, 녹색금융, 국제협력 등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게 요지다.

국민연금의 경우 '2020ESG글로벌 서밋 컨퍼런스'에서 2022년까지 ESG 비중을 반영한 자산을 전체의 50% 가량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목표를 천명했다. 현재까지 직접 운용 자산에 주를 이루고 있는 ESG기준을 2022년까지는 주식과 채권, 위탁운용사 선정 시에도 반영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ESG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전망이다.

◇ KRX·S&P 탄소효율 그린뉴딜 지수 추종…운용보수 달라

대·내외적으로 탄소 중립이라는 패러다임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상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지난 5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은 탄소효율그린뉴딜 ETF를 선보였다. 네 상품 모두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제외하고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적은 기업에 높은 편입비중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구성 내역에는 공통적으로 삼성전자가 약 28%에서 30% 초반 수준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뒤를 이어 SK하이닉스, 네이버, LG화학, 현대차 등이 3%에서 5% 비율로 자리하고 있다. 

기초지수 또한 KRX·S&P 탄소효율 그린뉴딜 지수를 공통으로 삼고 있는데, 해당 지수는 한국거래소와 글로벌 지수사업자인 S&P의 협업을 통해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지수로 효율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량을 평가하는 게 지수의 목표다.

따라서 이 지수는 구성 종목을 선정하는 데 있어 확고한 잣대를 갖고 있다. 우선 고탄소 배출 및 정보 미공개 종목에 대해서는 제외를 한다. S&P 라지미드캡(S&P Global LargeMidCap) 종목 중에서 탄소배출량 기준 100위 종목 보다 더 많은 양의 배출량을 나타내거나, 영국의 환경 데이터 분석회사 트루코스트사에 의해 탄소배출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종목은 투자 대상에서 빠진다.

유동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종목들도 지수 편입이 제한되는데, 일별 거래대금의 3개월 중간 값이 30억원 미만인 종목이 여기에 해당되지만, 거래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해당 거래기간을 심사대상기간으로 한다.

더불어 렙리스크(RepRisk) 인덱스(RRI) 수치가 75 이상인 종목도 제외된다. 해당 지수는  ESG 데이터 사이언스 기업인 렙리스크사가 ESG 이슈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위험성을 반영해 매 거래일 산출하는 수치로, 기준치 이상 나오면 KRX·S&P 탄소효율 그린뉴딜 지수 편입이 어려워진다.  

지수는 총 484개 종목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고, 이중 코스피 종목이 261개사, 코스닥이 223개사지만 시가총액 비율로 봤을 때 이달 1일 기준 코스피가 90.21%, 코스닥이 9.79%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종목 변경은 1년에 한 번 3월 셋째 주 금요일에 하지만 비중 변경은 분기 별로 진행하며 구성 종목 별 비율 제한이 있어 한 기업에 30% 이상 투자하지 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만큼 중요한 분배금도 네 펀드 모두 동일한 날짜에 지급한다. 매월 1월과 4월, 7월 및 10월 마지막 영업일 또는 회계기간 종료일에 지급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분배금 발생 시에는 지급 3영업일 전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 '다트(DART)'를 통해 공지하도록 했다.

동일한 테마에 기초지수가 같기 때문에 종목 구성 및 수익률 등에 있어서 비슷한 면이 많지만 상이한 부분도 있다. 각 자산운용사에서 책정한 운용보수가 다른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탄소효율그린뉴딜이 0.15%로 가장 낮고, 한화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에서 내놓은 ARIRANG 탄소효율그린뉴딜과 HANARO 탄소효율그린뉴딜이 0.20%,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이 0.3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 결정 시 주의할 점도 확실하다. 네 펀드 모두 포트폴리오에 주식 자산을 80% 이상 갖고 있는 주식형 펀드이기 때문에 ESG 이슈가 아니더라도 각 기업이 속한 산업 영역 상황 및 시장 상황에 따라 원본손실과 주가변동 위험이 수반될 수 있으며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이제 막 ESG 시대가 개화한 만큼 단기적인 수급 모멘텀을 기대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다만, 환경 문제와 관련한 주요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소위 '큰 손'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ESG 중심의 투자 철학이 향후 기본 스탠다드로 정착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에 새로 선보인 ETF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감이 쌓이고 있다.

김규연 한화자산운용 ETF 운용팀 과장은 "기후 변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선언은 전 세계적인 추세로 지금까지 전 세계 70여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며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업, 개인, 국가 간에 사회 경제 협의가 반듯이 필요하고 동시에 급진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ESG 투자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이 매우 높아지면서 과거 높은 수익률만 추구하던 금융시장에서 자본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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