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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ELS 주춤하는 사이 아우 ELB 뜨는 이유

  • 2021.02.11(목) 10:21

안전적 투자 수요 증가에 발행량 증가세…ELS와 상반된 분위기
금리 낮지만 원금 보장 매력 부각…만기 짧은 상품 잇달아 출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초저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주식시장마저 고점에서의 횡보 구간이 길어지면서 돈을 굴릴 만한 투자처에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예·적금 이자율 보다는 높으면서 어느 정도 안정성을 겸비한 재테크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비교해 만기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은 보장되면서 시중 금리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장점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여타 상품 대비 만기가 비교적 짧은 상품들도 선을 보이고 있어 변동성 장세에 돌입한 현 시점에서 선택지로 부각될지 주목된다. 

ⒸPixabay

◇ 꾸준한 발행량 증가…형님 격 'ELS' 인기 위협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ELB 발행 잔액은 24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9조5000억원보다 25.6% 증가했다. 2018년 18조3000억원 대비로는 33.9%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다른 파생결합증권의 발행 잔액은 감소했는데, 증감률이 가장 큰 증권은 파생결합증권(DLS)으로 2019년 상반기 말 18조4000억원에 달했던 규모가 지난해 말 12조7000억원으로 31.0% 가량 줄었다.

ELS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 등도 발행 잔액이 축소됐는데, ELS의 경우 56조6000억원에서 52조7000억원으로 6.9%, DLB는 22조원에서 17조7000억원으로 19.5% 감소했다. 파생결합증권은 주가 등 기초지수의 변동에 따라 연동해 손익을 보는 투자 상품이다.

ELB는 다른 파생결합증권보다 ELS와 비교가 많이 된다. 상품 구조가 흡사하기 때문에 소위 '형제' 상품으로 불린다. 다만 최근 행보는 서로 엇갈리고 있다. ELS가 코로나19 여파로 기업어음(CP) 금리와 달러-원 환율을 급등시키는 등 혼란을 초래하면서 금융 당국 규제를 피하지 못한 사이 ELB는 안정성이 부각되며 발행량을 늘려갔다. 그만큼 찾는 수요가 많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연저점까지 곤두박질친 후 반등 초입 구간에 들어섰던 지난해 4월 발행량을 비교해보면 ELS는 522억원(원화·외화 합산)으로 전 달인 3월 1602억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1월 6521억원 보다는 약 92.0% 가까이 급감했다.

같은 기간 ELB의 경우 3월 발행량이 9184억원 수준이었지만 4월에는 2배 이상 늘어나면서 2조원을 돌파했다. 1월 1조3846억원 대비로도 약 47.2% 가량 증가했다.

2016년 이후 최근 5년 동안의 발행 추이를 보면 형님 격인 ELS는 지난 2019년 증권사들이 81조원 넘게 찍어내며 정점에 달했지만 2020년에는 이에 반토막 수준인 42조원 대로 급격히 줄며 2016년 홍콩 H지수 폭락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는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와 달리 ELB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발행량은 14조7000억원 규모로 ELS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17년 16조원을 넘어섰고, 다음 해인 2018년에는 18조원을 돌파했다. 2019년에는 23조원, 작년 한해 동안은 26조원 이상의 ELB가 발행되며 시장 내에서 차분히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 ELS와 다른 듯 비슷…매력만큼은 '차별화' 

이처럼 ELB의 발행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데는 무엇보다 이 상품이 갖고 있는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ELS와 ELB는 비슷한 상품 구조를 갖지만 상환 및 유예를 결정하는 잣대인 기초자산은 약간의 차이를 두고 있다. ELS가 주로 국내·외 주가지수에 초점을 맞추는 지수형이 많다면, ELB는 주로 주식형 구조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지난 한해 ELS의 상위 10개 기초자산을 보면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모두 지수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비롯해 유로스톡스50, 홍콩H지수, 코스피200 등이 상위 기초자산에 올라있다. 반면, ELB의 경우 삼성전자, 코스피200, 한국전력공사,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이 상위 5위 기초자산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그 뒤를 S&P500, 니케이255 지수 등이 자리하고 있다.

기초자산 유형 및 비율로 보면 지난 한해 동안 ELS는 지수형 상품이 30조원 넘게 발행돼 2850억원, 3120억원 규모의 국내 및 해외 주식형과 대조를 이룬다. 같은 기간 ELB는 국내 개별 주식 1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14조원 가까이 발행됐다. 6조6000억원 수준의 지수형 보다 2배 넘는 비중을 보이고 있다.   
 
기초자산 활용에 있어 두 상품 간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별성은 투자 원금에 대한 보장 여부다. ELS는 코스피200지수와 같은 기초자산이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라는 원금손실 기준선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상환이 3개월 내지 6개월 가량 미뤄질 수 있다. 이 기간만큼 돈이 묶인다는 뜻이다.

만약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기초자산의 지수 또는 주가가 이 기준선 이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투자원금을 몽땅 잃을 수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자 녹인 배리어가 없는 상품도 출시되지만 아직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리스크가 큰 만큼 만기 또는 조기 상환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쿠폰 수익률은 ELB 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 있고 리스크가 크면 클수록 이를 높게 지급한다. 반면, ELB는 투자원금의 90% 이상을 국공채 또는 양도성예금증서(CD)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자체 헤지나, 수수료를 주고 해외 증권사 등에 손실 위험을 전이하는 '백투백' 헤지를 활용해 투자원금을 돌려준다. 

다만, 원금 보장이 되는 만큼 ELS보다는 기대수익률이 낮다. 통상 ELB는 연 2% 수준의 이율을 제공하지만 ELS의 경우 수반되는 리스크에 따라 연 7~8%의 수익률을 약속하는 상품도 있다. 다만, 중위험·중수익 기조가 지속되면서 연 3%에서 4% 대 수익률을 제공하는 ELS도 크게 늘었다.

이처럼 두 상품 간 만기 수익률 격차가 좁혀진 가운데 증시 또한 고점 부담이 가중되면서 원금손실 리스크가 없는 ELB가 안전한 투자처로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투자 트렌드에 어느 정도 부합하게 만기를 점차 짧게 가져가는 것도 수요 증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KB증권의 경우 지난 8일 한국전력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ELB를 시장에 내놨다. 발행일인 이달 10일을 기준으로 만기일이 올해 12월31일로 약 10개월짜리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이 상품의 경우 가초자산으로 활용되는 한국전력의 주가가 만기평가 일에 최초 기준가격 대비 200%에 준하거나 이상일 경우 연 1.831%의 수익을 제공하고 이하일 경우 1.830%를 지급하게끔 설계됐다.  

이에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해 4월 코스피200지수를 연동한 ELB를 선보였는데, 만기를 3개월로 설정하고 만기일에 기초자산의 최초 기준가격이 만기평가 가격 대비 150% 이상인 경우 연  1.501%의 금리를 보장하도록 구조를 짰다. 두 상품 모두 퇴직연금 전용으로 일반 청약자의 진입이 제한되지만 금융상품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B는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그 매력도를 인정할만하다"며 "다만, ELB도 발행회사의 신용도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신용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품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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