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브랜드 아크로, e편한세상을 보유한 대림산업 그룹의 지주회사 DL(디엘)이 유상증자(라고 쓰고 물물교환)를 발표했어요.
지난 2월 5일 [공시줍줍]쪼개진 대림산업…DL vs DL이앤씨 주가변수는? 기사를 읽은 독자분들은 알고 계셨겠지만, 이번 DL의 유상증자는 '언제 발표하느냐' 시기의 문제였을 뿐 유상증자 자체는 예상한 순서예요.
그래서 오늘 공시요정(요점정리)은 [공시줍줍]쪼개진 대림산업…DL vs DL이앤씨 주가변수 기사를 먼저 리뷰하고, DL이 지난 19일 발표한 유상증자 공시 내용을 들여다볼게요.
# [공시줍줍]쪼개진 대림산업…DL vs DL이앤씨 주가변수 기사 리뷰
대림산업이 지난해 9월 기업분할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발표. 인적분할로 지주회사 DL과 건설회사 DL이앤씨를 쪼개고, 이어서 DL에서 석유화학 회사 DL케미칼을 물적분할로 떼어내는 작업을 진행. 대림산업이란 1개 회사를 3개 회사(DL, DL이앤씨, DL케미칼)로 나눈 것.
기업분할 이후 작년 12월 29일부터 올해 1월 22일까지 회사의 주식거래 정지 → 1월 25일 지주회사 DL, 건설회사 DL이앤씨가 각각 다른 회사로 재상장. 상장 첫날 두 회사의 기준주가는 8만3000원으로 같았지만 이후 DL 주가는 하락, DL이앤씨 상승하며 가격 차이가 벌어짐.
얼마 전까지 한 몸이었던 두 회사의 주가가 다른 흐름을 보인 이유 ①기업분할 전 대림산업의 매출과 이익 대부분이 건설(토목·주택·플랜트)에서 발생 ②주식거래정지 기간 다른 대형건설회사 주가가 오를 동안 DL이앤씨는 랠리에 합류하지 못함.
이러한 이유 외에도 DL이 DL이앤씨를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지분 20%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주목할 포인트.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자회사 지분율 30% 이상) 시행이 올해 연말이어서 그 전에 자회사 편입 완료해야 함.
DL은 DL이앤씨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할 것임. why?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이어서.
대림(옛 대림코퍼, DL의 모회사)이란 회사로부터 DL이앤씨 지분(21.7%) 넘겨받고 대신 그 값어치만큼 DL 주식을 새로 발행(유상증자)해서 주는 방식이 현물출자 유상증자. 즉, 주식과 주식을 맞바꾸는 물물교환 방식.
이렇게 하면 대림은 DL 지분율을 늘려 지배력을 강화하고, DL은 DL이앤씨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음. 아울러 대림의 최대주주이자 그룹 총수인 이해욱 회장도 덩달아 지배력을 높이게 됨. 현물출자 유상증자 완료하면 최종적으로 이해욱 회장 → 대림 → DL → DL이앤씨 순의 지분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
# DL 1조원 유상증자 공시 어떻게 읽어야 하나
이제 DL이 지난 19일 발표한 유상증자, 20일 발표한 증권신고서 공시 내용을 살펴볼게요.
☞ 관련공시 3월19일 DL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 결정)
☞ 관련공시 3월20일 DL 증권신고서(지분증권)
☞ 관련공시 3월20일 DL이앤씨 공개매수설명서
[3월 19일 DL 유상증자 공시 내용]
①발행할 신주 1267만388주(기존 발행주식의 82.06%)
②증자 규모 및 자금조달 목적: 9919억원. 타법인 증권취득자금
③증자방식: 일반 공모
④신주발행가격 1주당 7만8286원(예정가격, 4월 16일 이후 최종 확정)
⑤청약일 4월 21일~5월 10일
⑥납입일: 5월 12일
⑦신주권 교부 및 상장일 6월 3일
⑧신주 배정방식: DL이앤씨 주주의 현물출자 신청을 받고, 그 대가로 당사(DL) 신주 배정.
청약 및 신주배정 대상은 DL이앤씨 주주 중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로 한정.
⑨공개매수 예정 수량: DL이앤씨 보통주 840만주
⑩공개매수가격: 1주당 11만8085원
이번 DL의 유상증자는 일반적인 유상증자와 사뭇 다름. 일반적인 유상증자는 회사가 주식을 새로 찍어서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현금(발행할 신주×1주당 발행가격)을 확보하는 방식. 반면 DL의 유상증자는 현물(DL이앤씨 주식)을 받고 그 대가로 신주를 나눠주는 주식교환이어서 현금 유입 없음.
즉 자금조달 목적의 유상증자가 아니라는 점. 공시에서 밝힌 증자 규모 약 1조원은 DL이 매수하겠다고 언급한 DL이앤씨 주식 840만주×매수가격 1주당 11만8085원을 곱한 수치일 뿐. 이마저도 최대치(목표수량)일 뿐 공개매수 신청 수량에 따라 총액은 1조원에 훨씬 못 미칠 가능성 큼.
증자방식에 일반공모라고 쓰여있지만, 일반투자자 아무나 참여할 수 없고 DL이앤씨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만 가능. 청약 기간은 4월 21일부터 5월10일까지(영업일 기준 13일). 일반적인 유상증자 청약 기간(영업일 2일)보다 훨씬 긴 이유는 공개매수 방식이기 때문. 해당 기간에 DL이앤씨 주식을 보유한 주주 가운데 청약 의사가 있는 투자자는 13일이라는 기간 동안 충분한 시간을 갖고 청약(공개매수)하라는 의미. 현물출자 방식이어서 돈으로 내는 청약증거금은 없음.
청약하면 DL이앤씨 주식 1주당 11만8085원의 값어치(공개매수가격)를 인정해주고, 이 금액을 DL 신주발행가격(7만8286원, 4월16일 이후 최종 확정)으로 나눈 수만큼 DL 신주를 배정한다는 내용.
DL이앤씨 공개매수가격 11만8085원 : DL 신주발행가격 7만8286원. 이것이 곧 주식교환 비율임. 즉 DL이앤씨 1주당 DL 주식을 1.5주꼴로 교환해주는 방식 = DL이앤씨 100주를 교환하면 DL 주식 150주 받는 것(1주미만 단수주는 현금으로 지급하며, 지급날짜가 5월12일 납입일)
단, DL 신주발행가격은 나중에 바뀔 수 있음. 4월 16일 이후 최종 확정. 따라서 교환 비율이 조금 달라질 수 있음.
# 자금유입 없는 물물교환 같은 유상증자를 왜 하나?
앞서 [공시줍줍]쪼개진 대림산업…DL vs DL이앤씨 주가변수는? 기사 리뷰에서 살펴봤듯이
DL이 DL이앤씨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지분 20% 이상 확보해야 하는 데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이 현물출자 유상증자이기 때문. DL이앤씨 주주의 주식을 받는 대가로 현금 대신 신주를 찍어서 주는 주식교환(물물교환)을 하면 끝!
DL은 DL이앤씨 지분 20%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 그런데 DL은 DL이앤씨 주식 840만주를 사겠다고 했음. 840만주는 DL이앤씨 전체 발행주식의 43.4%(보통주 기준). 공개매수이기 때문에 840만주를 다 살 수도 있지만, 공개매수에 응한 수량만큼만 매입함. 예를 들어 공개매수 신청수량이 딱 500만주라면 500만주만 사는 것. 그만큼 증자 규모는 변동 가능.
다만 DL은 이번 주식교환으로 DL이앤씨 지분 20% 이상을 충분히 확보할 것으로 보임. DL이앤씨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주주는 대림(옛 대림코퍼, DL의 모회사)으로 419만주(21.7%) 보유. 대림은 굳이 DL이앤씨 주식을 보유할 필요없고, DL 주식만 있어도 되기 때문에 전량 공개매수에 응해 DL 주식으로 교환할 것임.
즉 대림은 DL이앤씨 지분 21.7%를 모두 DL에 넘기고, DL은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서 대림에 건네줌. 이러면 대림은 DL 지분율을 늘려 지배력을 강화(이미 21.7%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보유)하고, DL은 DL이앤씨 지분 20% 이상을 확보하며 자회사 편입 성공!
이렇게 하면 대림 → DL → DL이앤씨 순으로 지배구조가 다시 그려지는데 대림의 최대주주는 이해욱 회장.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이해욱 회장 → 대림 → DL → DL이앤씨 순이 되는 것. 결국 이런 과정은 대림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짐.
# DL이앤씨 일반 주주들은 어떻게?
DL이앤씨 주주 대신 DL 주주가 되고 싶다면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됨. 다만 주식교환비율(DL이앤씨 1주당 DL 주식 1.5주, 4월 16일 이후 소폭 변동 가능)를 기억하고, 공개매수 기간 두 회사의 주가 차이, 또는 본인의 투자 판단에 따른 향후 두 회사의 기업가치 차이를 따져서 결정하면 됨.
DL처럼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현물출자 유상증자에서는 대체로 일반주주들이 활발하게 참여하지는 않음. 다만 DL은 화학회사(DL케미칼)를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고, 최근 화학업종이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흐름이 변수.
*[공시요정]과 [공시줍줍]은 뉴스레터 '줍줍'을 통해 매주 화요일, 금요일 이메일로 먼저 찾아갑니다. 내용이 좋았다면 구독신청(무료) 부탁드려요.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수정내용도 숨김없이 공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