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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HMM, 투자자에 판 전환사채 되사겠다는 사연

  • 2021.03.29(월) 15:02

작년말 발행한 2400억 규모 전환사채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 행사
투자자는 4월5일까지 주식 전환 신청해야... 안 하면 강제 매수 당해
HMM 유상증자 효과... 일반투자자는 유통물량 급증 유의해야

HMM(옛 현대상선)이 지난 24일 기타안내사항(안내공시)이란 공시를 발표했어요.

기타안내사항이라고 하니 언뜻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공시처럼 느껴지나요. 방심은 금물! HMM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내용이에요.

공시를 클릭해보면 <제199회 무보증 전환사채(CB) 중도상환청구권 행사 결정>이란 제목이 있어요. 제목만 봐도 현기증이 나서 공시창을 접고 싶은 분들은 이 기사를 먼저 참고해주세요. [공시줍줍]HMM 전환사채에 관한 거의 모든 것(2020년 12월 8일)

HMM은 지난해 12월 회사 빚을 갚기 위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400억원어치 전환사채를 판매했어요. 전환사채는 정해진 이자율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인 동시에 투자자가 원하면 시세가 얼마든 상관없이 정해진 가격(전환가격)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전환청구권)까지 붙어있는 금융상품. 즉 전환사채는 '채권+전환청구권'으로 이뤄진 상품. 

HMM 전환사채의 이자율은 3%(5년 만기이자율 기준). 또한 주식 전환 시 1주당 1만2850원에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어요. (주식으로 전환하면 이자 지급은 중단)

지난해 12월 초 HMM이 한국투자, 키움, KB증권 세 곳을 통해 이 상품을 판매했을 때 청약자금이 9조5000억원 몰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돌연 HMM은 불과 4개월 전에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전환사채를 되사겠다고 전격 선언(중도상환청구권 행사)했어요. 그 내용이 오늘 살펴볼 '기타안내사항' 공시예요.

먼저 공시내용을 볼게요. (공시원문은 전자공시시스템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시내용을 재구성했어요)

공시내용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HMM 전환사채를 보유한 사람들은 4월 5일까지 전환권 행사, 즉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달라고 신청해야 해요. 

이때까지는 HMM이 기다려요. 그러나 4월 8일이 되면 중도상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요. (4월 6~7일 전환권 행사 불가) 투자자들이 가진 전환사채를 되사겠다는 것이죠. 참고로 중도상환청구권은 발행일로부터 1개월(2021년 1월 10일)이 지난 시점부터 주가가 15일 연속 전환가격(1만2850원)의 150%를 넘어섰을 때 회사가 행사하는 권리(=HMM 주가가 최근 많이 올랐다는 의미)

중도상환청구권 행사 대상은 4월5일까지 주식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하지 않은 전환사채(종목이름 HMM199CB) 물량 전체. 

중도상환청구권으로 되사들이는 가격은 투자자들이 산 전환사채 투자원금에 약간의 이자를 붙여서 지급. (이자는 발행일(2020년 12월 10일)로부터 중도상환청구권 행사일 전날(4월 7일)까지 연 3.0%를 날짜로 계산한 금액) 

이 돈을 4월 8일 투자자들의 증권계좌로 입금할 예정  

만약 4월 5일까지 주식으로 바꿔 달라고 하지 않고 계속 전환사채를 보유하겠다고 해도 무조건 회사가 강제로 되사들여요. 원래 이런 계약을 맺고 판 상품.

앞서 HMM 전환사채는 5년 만기이자율 3%, 전환가격 1만2850원이 붙어있는 금융상품이라고 했어요. 전환사채를 보유 중이면서 아직 전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이제 두 가지 선택만 남아있어요. (다른 선택은 할 수 없어요)

선택① 4월 5일까지 전환권 행사. 이때 1주당 1만2850원에 HMM 주식으로 교환 가능. 예를 들어 전환사채 100만원어치를 매입한 사람은 77.82주(100만원÷1만2850원)를 받는데 정확히는 77주를 받고 0.82주는 현금 지급. 현재 HMM 시세는 3만2000원대. 따라서 이 가격의 절반이 안 되는 1만2850원에 77주를 취득할 수 있다는 의미.

선택② 4월5일까지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다가 원리금(투자원금+이자율 3%)를 받고, 회사 측에 전환사채를 되파는 선택. 이자율을 약 4개월간(2020년 12월 10일~2021년 4월 7일) 날짜로 계산한 이자를 합산한 금액. 예를 들어 전환사채 100만원어치를 매입한 사람은 이자 포함 약 101만원의 원리금을 돌려받음.

①번과 ②번 가운데 어떤 선택이 더 나을지는 명확하죠. 

전환사채는 채권으로 부르긴 하지만 전환권이 없는 일반 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해요. 따라서 전환사채 투자의 특징은 금리수익보다는 주가상승때 전환권을 행사해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목적이라는 점. 

따라서 이 내용을 알고 있는 투자자라면 4월 5일 이전에 전환권을 행사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HMM이 투자자에게 판매한 전환사채를 되사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죠. 회사가 빚을 갚기 위해 전환사채를 판매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회삿돈을 써가면서 전환사채를 되사들인다는 자체도 난센스.

결국 HMM이 중도상환청구권 행사를 선언한 것은 아직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지 않은 투자자에게 하루빨리 주식으로 전환해달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이에요.

참고로 HMM 전환사채는 발행일로부터 한 달이 흐른 올해 1월 10일부터 전환권 행사가 시작됐는데요. 현재까지(3월 11일 기준) 1041억7800만원어치 전환사채가 주식 전환 완료. 주식 수로는 810만6415주에 해당해요. 아직 절반 정도의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바뀌지 않았는데 4월 5일 이전에 대부분 주식으로 바뀔 것으로 보여요. 

HMM 전환사채 투자자들은 불과 4개월여 만에 두 배가량의 수익률(전환권 행사 이후 주식 입고 주식매도)을 거둘 수 있고, 회사도 채권에 지급해야할 이자부담을 줄이고 잠재적인 부채 성격의 전환사채를 털어내는 동시에 자본구조까지 보강할 수 있어요. (이 부분은 아래 추가설명 참조) 

다만 HMM 전환사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일반 주주는 당분간 물량 부담에 유의해야 해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 새로운 주식이 발행되는데, 이미 시장에서 유통 중인 HMM 주식 외에 추가로 유통물량이 더 나온다는 점을 의미하죠. 특히 시세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에 발행한 신주가 대량 쏟아지는 것이어서 그만큼 매물 압력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유심히 살펴야 해요.

# 추가설명①: 투자자 주식으로 전환 어떻게?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전환권’을 행사하는 게 당연히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시겠다고요?
이번 HMM 전환사채는 공동대표주관회사(한국투자, 키움, KB증권)에서 판매했어요. 세 곳 중에서 본인이 전환사채 투자를 위해 청약한 증권사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주식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말하면 돼요. 일부 증권사는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신청받는 곳도 있지만, 증권사별로 달라요. 고객센터에서는 모두 전환청구권 신청을 받아요. 

유의할 점은 고객센터에 전환청구 의사를 전달해도 곧바로 주식이 들어오지 않아요. 주식이 증권계좌로 입고돼 거래 가능한 시점은 약 2주에서 최대 한 달 정도 걸려요. 따라서 전환권 행사부터 주식 입고 사이의 기간동안 HMM 주가 흐름에 따라 최종수익률은 달라져요. 증권사마다 고객센터 마감 시간도 다른 만큼 반드시 확인 후, 미리 행사하는 게 좋아요.

# 추가설명②: HMM의 자본 전환 어떻게?

회사 차원에서 전환사채는 발행 당시에는 빚(부채)으로 잡히지만, 주식으로 전환하면 자본으로 바뀌면서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있어요. 전환사채 행사로 발행하는 주식은 유상증자처럼 새로운 주식을 찍어내는 것이기 때문이죠. 사실상 유상증자를 가장한 전환사채. 
HMM 전환사채 2400억원어치가 모두 주식으로 바뀐다고 가정하면 자본금 934억원,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 1466억을 더해 총 2400억원의 자기자본이 늘어나요.

① 자본금 934억원 증가= 주식 전환물량 1867만7042주 × 액면가(5000원)
②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 1466억원 증가= 주식 전환물량 1867만7042주 × 액면가 초과 금액(1만2850원-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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