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이나 자동차 등에 쓰이는 화학소재 에폭시(epoxy)수지를 만드는 국도화학이 최근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함께 발표했어요. 국도화학은 에폭시수지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65%인 압도적 1위 업체이자 세계 시장에서도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인데요. 이 회사는 왜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함께 진행하기로 한 걸까요. 공시를 한줄 한줄 읽어보며 어떤 사연인지 알아보도록 할게요.
▷6월 7일 국도화학 주요사항보고서(유무상증자 결정)
▷6월 7일 국도화학 증권신고서(지분증권)
유상증자 공시읽기
국도화학은 신주 160만주 찍어내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어요.
신주발행 규모는 기존 발행주식(581만616주) 대비 27.5% 수준. 1주당 예정발행가격은 5만7700원이어서 총 증자 규모는 923억2000만원(5만7700원×160만주).
자금조달 목적은 국도화학이 이번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항목이어서 투자자들이 꼭 확인해야 해요. 이번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923억2000만원을 각각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200억원, 시설자금 400억원, 운영자금 123억2000만원을 쓸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주요사항보고서와 함께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자금 사용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와요.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은 국도화학의 자회사 국도정밀과 인도법인(Kukdo Chemical India Pvt)에 각각 200억원씩 총 400억원을 유상증자로 지원한다는 내용. 국도정밀과 인도법인은 이 자금을 받아서 생산설비를 늘릴 계획이고요. 시설자금은 부산 물류센터 및 공장부지 매입(200억원)과 익산공장 증설(200억원)에 사용하고, 운영자금은 비스페놀A(BPA) 등 원재료 매입(200억원)에 쓰는 항목이에요.
종합하면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자금이 부채상환이 아닌 주력사업인 에폭시수지 생산과 관련한 투자에 쓰인다는 점은 긍정적이네요. 신주발행가격은 현재 5만7700원이라고 나와 있지만 잠정가격이고, 최종 가격은 주가흐름을 반영해 8월9일 확정해요. 이 가격에 따라서 국도화학이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 규모는 지금과 약간 달라질 수 있어요.
투자자 관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일정은 신주배정기준일(7월9일). 유상증자 신주를 인수할 권리(신주인수권)를 확정하는 날이죠. 다만 우리나라의 주식결제 시스템을 생각하면 신주배정기준일 이틀 전(7월7일)까지 보유해야 신주인수권을 확보해요. 신주배정기준일 하루 전인 7월8일은 신주인수권이 주어지지 않는 대신 주가를 인위적으로 내려서 거래를 시작해요. 이를 유상증자 권리락이라고 하죠.
만약 신주배정기준일에 주식을 보유해서 신주인수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유상증자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면 7월28일부터 8월3일까지 5영업일 동안 신주인수권을 팔 수 있어요. 반대로 신주배정기준일에 주식을 보유하지 못해서 증자 참여 권리가 없는 사람은 이 기간에 신주인수권을 매입하면 증자에 참여할 수 있어요.
신주인수권을 보유한 투자자는 8월11일과 12일 이틀간 돈을 내고 청약을 해야만 신주를 확보해요. 이때 주의할 점은 공시에 적힌 납입일(8월19일)이 아닌 청약일에 신주대금을 내야 한다는 점. 납입일은 신주인수대금을 내는 날짜가 아니라, 이번 유상증자를 도와주는 한국투자증권이 신주대금을 모아서 국도화학에 전달하는 날짜를 뜻하기 때문에 투자자와는 크게 관련 없는 날짜.
투자자 입장에선 1주당 신주배정주식(0.235주)도 중요한데요. 만약 국도화학 주식 100주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23주(100주×0.235=23.5주이지만 1주 미만은 버림)를 인수할 권리가 있어요.
다만 신주인수권증서 1주당 0.2주씩 더 청약할 수 있는 초과청약도 있어요. 따라서 100주를 보유한 투자자가 초과청약까지 한다면 총 27주를 청약할 수 있어요.
신주인수권 23주 + 초과청약 4주(23주×0.2=4.6주이지만 1주 미만은 버림)
신주인수권 23주에 해당하는 주식은 청약하면 모두 받아요. 그러나 초과청약 4주는 경쟁률이 높으면 신청수량을 모두 배정받지 못할 수 있어요. 이때 미배정금액은 납입일(8월19일)에 돌려받아요.
지금까지 신주배정주식(초과청약 포함)을 보면 '1주 미만은 버린다'고 했어요. 이 얘기는 1주 미만을 진짜 버리는 게 아니라 투자자에게 배정하지 않을 뿐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나중에 실권주로 판매해요. 즉 1주 미만 주식이 쌓이고 쌓이면 여러 개의 실권주가 되고, 이 실권주는 8월16일과 17일 이틀간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해요.
무상증자 공시읽기
다음은 무상증자 공시 내용을 살펴볼게요.
무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는 유상증자 신주와 같은 160만주. 무상증자 신주배정기준일은 8월20일. 즉 유상증자 납입일(8월19일) 하루 뒤의 날짜이죠. 따라서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는 자동으로 무상증자 신주를 받을 권리가 있어요.
또한 무상증자 신주배정기준일 하루 전날(8월19일)은 증자로 늘어나는 주식 비율만큼 주가는 인위적으로 내리는 무상증자 권리락을 실시해요.
무상증자 신주배정비율(0.227)에 따라 100주를 가진 주주는 22.7주를 배정받는데 실제로 배정받는 주식은 22주이고, 0.7주는 이번에는 (버리지 않고) 신주 상장 첫날 종가를 기준으로 현금 지급해요.
돈을 내고 청약하는 유상증자 때는 1주 미만 단수주를 지급하지 않지만, 공짜로 나눠주는 무상증자 때는 1주 미만 단수주도 주주에게 보장한 권리인 만큼 현금을 돌려주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유상증자로 받은 신주는 9월1일부터, 무상증자로 받은 신주는 9월7일부터 각각 거래할 수 있어요. (기존 주식은 아무 때나 거래 가능)
지금까지 국도화학의 유·무상증자 공시 내용을 살펴봤는데요. 다시 한번 증자 일정을 정리해봤어요.
국도화학처럼 두 종류의 증자를 함께 실시할 때는 대부분 유상증자를 먼저 하고 무상증자를 진행해요. 순서를 바꾸는 사례는 아직 목격하지 못했어요. (현장을 목격하신 분들은 공시줍줍팀에 제보 바람!)
유상증자에 참여한 주주를 대상으로 무상증자를 한 번 더 진행하겠다는 것은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당근'을 제시한다는 의미예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을 내고 신주를 받아야 하는 유상증자가 껄끄럽긴 해도 무상증자로 보유주식 수가 더 늘어날 수 있으니 유상증자 참여를 한 번 더 고민할 여지가 있는 것이죠.
국도화학이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같이하는 건 마트에서 두부 한모를 돈을 주고 구매하면, 같은 크기의 두부 한모를 공짜로 준다는 것과 비슷해요. 소비자 입장에서 두부 한모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열어야 하지만 공짜로 두부 한모를 얻을 수 있으니 두부를 살까 말까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죠.
다만 두부를 좋아하지 않거나 당장 두부 반찬을 먹을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면 애초 돈을 주고 사는 두부 한모를 살 필요가 없겠죠.
배당기산일? 배정기준일?
국도화학의 유상·무상증자 공시를 보면 배당기산일이란 용어도 나와요. 날짜는 2021년 1월 1일. '기산(起算)'이란 단어는 기준점으로 계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즉 배당의 기준점으로 계산하는 날짜가 배당기산일.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번 국도화학의 유상증자 신주 상장일은 9월1일, 무상증자 신주 상장일은 9월 7일이에요. 이 날짜에 새로 발행한 주식인 셈이죠. 그러나 배당의 기준점인 배당기산일이 1월 1일이라고 했으니 배당을 줄 때는 기존의 주식(신주의 반대말로 구주(舊株)라고 해요)과 같은 배당권리를 준다는 뜻이에요.
국도화학은 매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결산배당을 하는 곳인데요. 만약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결산배당을 결정한다면 9월1일과 9월7일 발행한 신주에 대해서도 1월1일부터 존재해온 주식이라고 보고 다른 주식과 동일한 배당을 주겠다는 의미이죠.
공시줍줍 독자 가운데 배당기산일을 신주배정기준일과 헷갈릴 수 있어요. 배당기산일은 어느 증자이든 같아요. 따라서 증자 공시를 볼 때는 사실 배당기산일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증자에 참여할 권리를 확정하는 신주배정기준일은 꼭 점검해야 해요.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