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주저앉았던 코스닥 시장이 유동성 유입과 바이오주 급등에 힘입어 금세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정보기술(IT) 기업 일색이던 시장에 콘텐츠·바이오 분야의 다양한 기업이 가세해 활약을 펼치면서 이전보다 더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20년 만의 천스닥 시대를 맞아 추가 상승도 기대된다.
코로나로 앓은 코스닥…더 튼튼해져
한국거래소가 30일 코스닥 개장 25주년을 맞아 주요 성과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3월19일 일일 하락률로는 역대 최대폭인 11.7% 급락하면서 500포인트를 밑돌았다.
그러나 불과 1년 여만에 100% 넘게 반등하면서 지난 4월12일 지수의 기준점인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코스닥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20여 년 전인 200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시장이 이토록 빨리 정상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투자 심리 회복과 바이오주 강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부양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각국 정부가 푼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왔고 이후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 심리도 차츰 회복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유행으로 진단과 백신, 치료제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바이오주 주가가 폭등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코스닥 상장사 시가총액은 1996년 코스닥 시장 출범 당시 7조6000억원 수준에서 지난 29일 기준 427조7000억원으로 50배 이상 불어났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23억원에서 12조원으로 500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341곳에 불과했던 코스닥 상장사는 1500개사를 넘어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2009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도입으로 정체기를 겪었으나 최근 3년 연속 100곳이 넘는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면서 2007년 1000개사를 돌파한 지 14년 만에 1500곳을 넘겼다.
무색해진 '코스닥=IT' 공식
과거 통신장비와 인터넷, 부품 등 IT 기업 위주였던 시장 구조는 다양한 성장 업종이 골고루 활약하는 시장으로 변화했다. 특히 문화콘텐츠, 반도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IT 관련주 비중이 1999년 68.1%에서 현재 15.3%로 대폭 줄어들어든 반면 문화콘텐츠는 1.2%에서 9.6%, 반도체는 2.8%에서 11.5%, 바이오·헬스케어는 0.4%에서 16.7%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과거 IT 기업 일색이었던 시가총액 상위 목록에도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30일 기준 시가총액 1, 2위는 바이오 업체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이다. 게임업체인 펄어비스와 2차전지 전문 업체 에코프로비엠은 3, 4위에 랭크돼 있다.
코스닥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한 투자자가 유입되면서 올해도 포스트 코로나 유망 업종에 대한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코스닥150 소비재 지수는 현재 지난해 저점과 비교해 161% 상승했고, 코스닥150 산업재 지수는 123% 상승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줬다.
거래소는 코스닥 고유의 혁신적인 상장제도 도입 등을 통해 시장 구조를 다양한 성장 업종 포트폴리오로 재편하는 한편 투자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술특례 등 성장 잠재력 중심으로 상장 제도를 개편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상장 문호를 확대하겠다"면서 "아울러 부실기업 퇴출, 기업 정보 제공 확대 등을 통해 투자자 신뢰도 제고를 위한 노력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