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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통한 '내집 마련'…과연 실효성 있나

  • 2021.07.29(목) 06:10

[K증시 레벨업③]
경제성장 따른 기업가치 제고 전제
혜택 제공·기업 투자 인식변화 필수

이달 초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중산층 경제의 징검다리, 주식시장 발전을 위한 좌담회'에 여권 유력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참석해 "청년세대들에게 주식투자를 통해 집을 살 만큼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펀드, 가칭 '청년주택마련 청약펀드'를 만들어보자는 의견을 내놨다.

발언 직후 의견이 분분했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세금 살포 방식이 아닌 자본시장 활용을 통한 국민재산 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단, 단순 발언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사진=비즈니스워치

기업가치 올라야 목돈도 따라온다

지난 26일 발표된 KB리브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5억76만원으로 집계됐다. 중위가격은 주택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을 의미한다.  

좌담회가 열린 이달 2일 기준으로도 아파트 중위 가격은 이미 4억9000만원대를 넘어서면서 부동산과 다른 자산 간의 가격 간극이 극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세대의 주택 마련을 위한 펀드를 만들고 싶다는 이낙연 전 총리의 의견은 발언만으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보다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활용, 목돈 마련에 대한 거시적인 방향성을 제시한 점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국 아파트 중위 가격의 상승세는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예·적금 이율은 1~2%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은행에 자금을 예치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펀드 투자를 통해 자산 형성에 기여하고 싶다고 한 구상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펼친 주장처럼 펀드 투자를 통해 실효성 있는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기업 가치의 상승이 펀드 수익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권의 경우 가치 상승에 대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펀드 투자를 통한 자금 마련의 대안은 주식형 펀드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펀드의 펀더멘털 밸류는 기업이고, 기업의 가치가 제고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젬마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자본시장의 펀드를 활용해 부동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상장기업의 주가가 올라야 하고 주가가 오르기 위해선 실적이 개선돼야 한다"며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없앨 정도의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이에 대한 과실을 투자자들이 나눠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혜택이 있어야 시장도 반응한다

이와 함께 자산 증식에 대한 효과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시장이 반응할 만큼의 전향적인 혜택도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표적인 예가 완전 비과세 종합자산관리계좌(ISA)다. 2023년 1월부터 ISA 계좌를 통한 투자 소득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전문가들은 펀드를 통한 부동산 자금 마련에도 이와 같은 통 큰 혜택이 있어야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후정 연구원은 "적어도 집값과 다른 자산 가격과의 비교를 통해 아파트 중위 가격만큼은 비과세를 해주는 식의 전향적인 지원이 필수 조건"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혜택 관련 규정을 자주 바꾸는 것도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설사 주택 마련 펀드가 나오더라도 이에 대한 혜택이 빈번하게 바뀔 경우 되레 반응과 효과가 반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젬마 교수는 "저율 과세와 같은 혜택을 살펴보면 사실 너무 복잡해서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들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며 "이는 잦은 땜질식 개정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조금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지원책을 제공해야 주택 자금 마련 펀드와 같은 좋은 시도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전반적인 인식 변화도 필요

투자 및 기업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우선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수반돼야 주가 상승을 통한 내집 마련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 교수는 "그간 정부가 중소 벤처기업 활성화에만 너무 신경을 쓴 게 사실"이라며 "펀드 투자를 통해 주택 마련 자금을 확보하려면 상장 기업의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장 기업 중에서도 안정적으로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대기업에 대한 펀드 의존도가 상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대기업으로부터 파생되는 낙수효과를 보수 정권이 추구하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국민과 기업이 같이 상생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펀드 손실에 대한 강박도 지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후정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잠깐의 단기적 손실도 봐서는 안 된다는 의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며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공모펀드 성과가 마이너스(-) 20~30% 씩 추락했다가 다시 회복해 자산이 증가한 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적금과 달리 투자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추후 관련 상품이 출시되더라도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 결정을 내리지 말고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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