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 주식 시장에서 오징어 게임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주로 분류되는 대다수 종목이 오징어 게임의 성공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테마주'인 경우가 많아 투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의 주연 배우인 이정재의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의 지분 15%를 보유해 오징어 게임 관련주로 분류된 버킷스튜디오는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이달 17일부터 28일까지 54.9% 급등했다. 지난 23~24일에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투자 주의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 제작사인 싸이런픽처스에 1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쇼박스도 오징어 게임 관련주로 부각하면서 17일 이후 상승률이 33.2%에 달한다. 버킷스튜디오와 마찬가지로 23~24일 이틀간 주가가 50% 넘게 급등한 뒤 상승세는 다소 주춤하다.
버킷스튜디오나 쇼박스 모두 오징어 게임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게 사실이다. 쇼박스의 경우 반기보고서상 출자한 타 법인 현황에 싸이런픽처스는 없어 투자 여부도 불분명하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에도 테마주로 분류돼 시세가 급등한 것이다.
오징어 게임 테마주로 엮이면서 동반 급등한 스튜디오산타클로스와 에이스토리, 스튜디오드래곤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다음 달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의 제작을 맡은 콘텐츠 제작사로, 에이스토리와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앞서 공개된 '킹덤'과 '스위트홈'을 만든 회사들이다.
이들은 단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오징어 게임 테마주로 부상했다.
실제로는 뚜렷한 연관성이 없는데도 오징어 게임 열풍에 편승해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의 급등이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선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테마주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횡보장세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에 갈증을 느낀 투자자들이 테마주로 시선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테마주의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일은 드문 만큼 투자자들은 이익을 얻기보단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황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합리적 기대감에 의한 가격 상승인지, 투기적 자금 유입에 의한 가격 상승인지 잘 가려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도 테마주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최광식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장은 "테마주 투자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며 "특히 투자 경험이 적은 투자자일수록 테마주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경향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