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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지 않은 증시 경고음…EMP펀드 존재감 '불쑥'

  • 2021.12.25(토) 11:05

최근 설정액·순자산 규모 급증세
리스크 분산에 적합한 투자 수단
비우호적 증시 환경에 수요 확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연속 상승장을 연출하며 하반기 중순 이후 침체된 분위기에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말연시를 위시한 향후 시장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 증시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수급, 상장사 실적, 환율 등 거시 환경을 감안하면 변동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크게 보이는 환경에서 최근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의 설정액과 순자산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판매상품도 늘어나며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유연한 자산 배분 효과를 낼 수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예전 같지 않은 입지…EMP펀드 인기몰이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46개 EMP펀드의 설정액과 순자산은 각각 1조600억원, 1조4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200억원에 채 미치지 못했던 펀드의 설정액은 1년 만에 1.5배 넘게 증가했고 같은 기간 5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순자산 규모는 3배 가까이 급증했다.

EMP펀드는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상장지수펀드(ETF)로 운용하는 포트폴리오를 뜻한다. ETF를 통해 시장 상황에 맞게 자산을 배분하고 투자 자산 비중 또한 조정하는 상품이다. 즉, 개별 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시장의 큰 흐름에 베팅하는 구조로 만들어진 펀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 방어적인 투자 수단으로서 EMP펀드의 활용도가 높다. 실제 이번 4분기 펀드의 성과는 시장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지난 10월 첫 거래일을 3019.18포인트로 종료한 코스피지수는 이달 23일 2998.17로 장을 마치며 약 0.70% 떨어졌다. 같은 기간 EMP펀드는 0.12%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유형별로는 채권 등을 자산군으로 포함하고 있는 인컴형과 재간접형 상품의 최근 3개월 성과가 비교적 양호했다.

지난 2016년 KB자산운용이 내놓은 'KB글로벌주식솔루션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UH)A'의 수익률이 1.70%를 기록하고 있고, '신한글로벌밸런스EMP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재간접형]'도 1.85%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되고 금리는 낮은 수준일 때 자산배분에 더 신경써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직접 투자 대비 수익률이 다소 아쉬울 수는 있어도 리스크 분산을 통한 금리 수준 이상의 수익을 노리기에 EMP펀드가 적합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 흐린 날씨 계속

EMP펀드를 향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데는 주식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증시 분위기 전반을 좌우하는 수급, 상장사 실적, 환율 실적 등이 이번 연말을 넘어 한동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국내 주식시장 수급에 한 축을 담당했던 개인투자자들의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 이후 이달 23일까지 개인들이 기록한 순매수 실적은 78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63조2000억원 가량이 상반기에 집중됐고 하반기부터는 매수 강도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집계된 개인들의 순매수 규모는 15조1000억원 수준이고, 4분기 들어서는 5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처분하며 순매도로 전환됐다.

이는 거래대금 추이에도 잘 나타난다. 코스피시장의 거래대금은 올해 1월 한 때 44조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12월부터는 8조원 후반에서 9조원 초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약 5분의 1 토막 난 셈이다.

코스닥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스피보다 많은 거래대금 규모를 보이고 있지만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기 20조원 이상 되던 코스닥 거래대금 규모는 현재 11조원 수준까지 후퇴하며 약 50% 가량 급감했다. 지난 3분기 중순 이후 시작된 증시 조정에 대한 여파가 거래대금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국내 상장사 실적이 올해 고점을 찍고 점차 둔화할 수 있다는 피크 아웃 우려에 아직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가속화 되고 있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간표 등을 고려하면 한동안 추세적인 반등이 요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2월 들어 코스피 지수는 5% 가량 상승했지만 추가 상승을 논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한국 증시를 둘러싼 거시(매크로)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개인의 거래 둔화로 수급 공백이 야기되고 있고 현재 환율 흐름도 외국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며 "수출액 증감률의 저점, 원·달러 환율의 의미 있는 고점,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플러스 전환이 내년 상반기중 확인될 것으로 보이는 등 방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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