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점차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내시장에서 판매되는 러시아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수년간 흐름과 대조적으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지는 시국에 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고위험·고수익)에 입각한 투자라 해도 러시아를 향한 전 세계의 금융 제재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단기적으로 환매 중단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이성적인 투자 결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갑자기 들어오는 자금…왜?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을 기점으로 국내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8개의 러시아 펀드에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 2월초부터 말일까지 이들 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28억6000억원 수준.
이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내 특별 군사작전과 침공을 개시한 지난 24일을 전후해 들어온 자금 규모만 20억원을 넘어선다. 8개 펀드중 돈이 가장 많이 몰린 상품은 2007년 키움투자자산운용에서 내놓은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증권투자신탁 1[주식]'으로 최근 1개월간 6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러시아 펀드를 향한 자금 유입세는 이례적이다. 최근 3개월을 기준으로 보면 2개 상품을 제외한 6개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 최근 1년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연금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에 12억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왔을 뿐 나머지 7개 상품에서는 620억원이 넘는 자금이 나갔다.
이들 펀드의 성과도 암울하다. 최근 1개월간 모든 상품이 적게는 30% 후반에서 많게는 40% 중반 수준까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가장 저조한 성과를 낸 상품은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로 손실률만 46%를 넘는다.
이 상품은 순자산 32억원 규모의 소형 펀드로 포트폴리오내 주식 투자 비중이 93%에 육박한다. 비교 지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러시아지수(Russia Index)다. 러시아 지역의 업종 대표 주식에 60% 이상을 투자하도록 설계돼 있다.
펀드에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과 대표 석유기업 루크오일이 9.7%, 9.5% 비중으로 담겨 있고 국영 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 of Russia), 자율주행업체 얀덱스(Yandex NV) 등도 9.3%, 9.0% 수준으로 들어있다.
켜켜이 쌓인 불확실성
저조한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달리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모험적 자본일 확률이 크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개별 종목의 주가나 지수의 바닥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시장의 폭락만을 이용해 투자에서 나섰기 때문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투자에 나서는 심리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 분석의 범위 밖에 있다"며 "다만 시장의 폭락을 기회 삼아 투자에 나선 것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상당히 공격적이고 모험을 즐기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일부 러시아 펀드로 들어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려의 시각도 커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전쟁과 같은 빅 이벤트로 증시가 무너진 이후에는 어김없이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이를 정확히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점차 고개를 드는 환매 중단 가능성도 부담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금융 제재 공조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중앙 은행 및 국부 펀드와 거래를 전면 차단했다. 더불어 러시아 중앙은행이 미국내 보유한 모든 자산을 동결했다.
유럽연합(EU)도 러시아의 7개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세계 금융시장에서 퇴출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향후 러시아 기업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돈을 받거나 송금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MSCI는 러시아 증시의 신흥국 지수 제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 연구원은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펀드내 자산을 매각해 투자금을 반환해야 하지만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 시장에 대한 노출도가 큰 상품인 경우 그만큼 환매 중단 가능성이 클 수 있다"며 "시장이라는 게 빅 이벤트로 인한 폭락 이후 반등을 반복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반등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고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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