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에도 증권사와 은행, 보험 등 펀드 판매회사들의 금융 소비자 보호 수준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 추천과 관련 펀드에 대한 설명 부족 등 전반적으로 불합격점을 받았다.
투자자 보호 수준은 되레 후퇴
9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은 펀드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미스터리쇼핑을 통해 펀드 판매절차를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미스터리쇼핑이란 판매 회사의 서비스 질 측정을 위해 조사원 등이 고객으로 가장해 이를 평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번 평가는 재간접 펀드를 포함해 주식형 공모 펀드 기준 판매 잔고 1000억원 이상, 계좌 수 1만좌 이상인 판매회사 2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판매사 영업점 440곳에 조사원을 파견, 펀드 판매와 관련한 법규 준수 여부, 질적 숙련도 등을 점검했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와 은행 등 펀드 판매사들의 전반적인 금융소비자 보호 수준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이 무색하게 3년 연속 뒷걸음질 친 것으로 파악됐다.
펀드 판매절차에 대한 종합 점수는 2019년 58.1점에서 2020년 50.0점으로 하락했고, 2021년에는 39.1점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이번 평가는 금소법 시행을 반영해 평가기준(평가문항, 배점 등)을 대폭 변경한 만큼 이전 평가점수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게 금융소비자보호재단 측 설명이다.
총점 하락은 증권사들의 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2019년 68.0점 이었던 증권사들의 점수는 이듬해 62.3점으로 떨어졌고 작년에는 46.4점에 그쳤다.
금융 소비자의 투자 성향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경우가 10.0%나 됐고, 고위험 상품 등 적합한 펀드를 추천하지 않은 사례도 16.1%에 달했다. 더불어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고위험 펀드를 권유한 경우가 11.1%, 투자 성향에 대한 진단을 유도해 고위험 펀드를 추천하는 건이 3.4%로 집계됐다.
추천 펀드에 대한 설명이 미진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설명의무에 따라 투자설명서를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는 7.5%, 추천 펀드의 위험등급에 대해 설명을 전혀 듣지 못한 경우 또한 전체 45.9%를 차지했다.
반면 판매수수료와 총 보수 차이에 대해 설명해 주는 경우는 8.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금융 소비자 보호 수준 개선 및 판매 절차에 대해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소비자보호재단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 모두 금소법 시행으로 강화된 판매기준에 맞춰 판매절차가 개선돼야 한다"며 "특히 증권사는 점수 하락 폭이 큰 만큼 판매절차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투증권 종합 1위…한화증권은 'A+' 3년 이상 유지
펀드 판매사 평가 결과를 토대로 낸 종합 순위에선 한국투자증권이 1위를 차지했다. 또 한화투자증권이 판매사 중에서 유일하게 5위 이상의 'A+' 등급을 3년 이상 유지하면서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 비해 판매 질이 대폭 개선된 회사도 있다. 부산은행은 16위에서 3위로 13계단 뛰어올랐고, 우리은행도 24위에서 1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1위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12위에서 11계단이나 순위가 상승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 대구은행은 21위 이하의 'C등급'에 3년 이상 머물렀다.
삼성생명을 비롯해 유안타증권, SK증권은 10계단 이상 순위가 급락했다. 삼성생명은 8위에서 26위로, 유안타증권과 SK증권은 각각 9위에서 23위, 14위에서 25위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