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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굴레 벗어난 정영채 NH증권 사장, 연임 열쇠 쥐나

  • 2022.01.13(목) 10:46

옵티머스 사태 무혐의로 불확실성 상당부분 해소
우수한 실적·위기 대처 능력·IB 분야 명성 등 유리

연말연시를 맞아 주요 증권사들의 최고경영자(CEO) 거취가 대부분 정해진 가운데 '빅 5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사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NH투자증권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여파로 연임이 불투명해 보였던 정영채 사장이 최근 사법당국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CEO 책임론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된 만큼 연임 가능성에 다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특히 안팎으로 어수선한 와중에도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하며 역대급 실적을 이끌고 있는 공로와 투자은행(IB) 분야에서 1, 2인자를 다툴 정도로 업계내에서 높은 그의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연임의 키는 이제 정 사장 본인이 쥐게 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그래픽=비즈니스워치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달 하순 이사회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CEO 예비 후보군(롱리스트)을 추리고 다음 달 초중순 압축 후보군(숏리스트)을 선정할 예정이다. 같은 달 말 최종 후보를 결정한 뒤 오는 3월23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확정, 발표하는 일정이다.

일반적으로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는 지주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의 NH농협캐피탈이나 NH-아문디자산운용 등도 마찬가지다. NH투자증권의 경우 NH농협금융이 최대주주이긴 하지만 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지주 지분율이 51.79%로 완전자회사가 아니어서 자체적으로 임추위를 개최해 사장 후보를 선정한다.

현재 NH투자증권 임추위는 사외이사 3명과 비상임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NH농협증권 부사장과 칸서스자산운용 영업부문대표 등을 역임한 홍석동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으로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으로 일하는 전홍열 사외이사와 MBC 논설주간과 iMBC 대표 출신의 홍은주 사외이사, 농협은행 자금운용본부 부행장과 농협하나로유통 감사실장 등을 거친 서대석 비상임이사가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중 홍석동 사외이사와 서대석 비상임이사는 모두 농협중앙회에서 자금운용부장을 맡은 경력이 있으며 그를 바탕으로 각각 증권과 은행에서 부사장, 부행장으로 일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 계열사 인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인 만큼 NH투자증권 사장 역시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사실 업계에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난 2020년 6월 불거진 옵티머스 펀드 사태의 후폭풍으로 정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로서 사태의 중심에 선 NH투자증권의 수장으로 그에 대한 책임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정적으로 배임과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게 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이 정 사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통보하면서 그는 1년 반 가까이 자신에게 채워졌던 족쇄를 벗고 연임 가능성에 다시 불을 지피게 됐다. 본인이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혐의 처분 사실을 알린 것은 그간에 쌓인 억울함과 마음의 짐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 사장은 별개로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제재심에서 문책 경고를 받고 금융위원회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만큼 징계가 경감될 여지가 있다. 앞서 금융당국이 옵티머스 펀드 사고 보상과 관련해 NH투자증권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모습과 금융업권 CEO에 대한 무리한 징계 관행으로 비난 여론에 휩싸였던 것을 감안하면 경감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물론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옵티머스 펀드 일반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100%를 반환한 것과 관련해 옵티머스 펀드 수탁은행인 하나은행,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 등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소송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며 펀드에 투자했던 기관투자자들에 대한 보상 역시 당사자들과 계속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 노조 역시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앞두고 옵티머스 펀드 사태 책임을 들어 사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정 사장을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정 사장이 결국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2018년 사장 취임 후 NH투자증권이 매년 사상 최고의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점, 옵티머스 펀드 사태 원금 반환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는 지키면서도 자사 주주에 대한 배임 가능성을 차단하는 묘수를 발휘한 점 등은 경영자로서 그가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과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의 IB부문 성장을 주도하면서 자타 공인 국내 IB업계 최고 베테랑으로 불리는 그의 명성과 그간의 금융투자업계 경험 및 노하우를 기반으로 쌓은 풍부한 대내외 네트워크는 연임 가능성에 힘을 더해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정 사장 연임의 최대 걸림돌은 사라진 상황"이라며 "IB 담당 임원과 CEO로서 쌓은 명성, 경험과 더불어 현재 증권업계의 거물급 CEO 기근 현상을 고려할 때 이제 연임의 열쇠는 농협중앙회나 NH농협금융이 아니라 정 사장에게 달렸다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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