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0억원에 달하는 환매 중단으로 물의를 빚은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7시간에 걸친 분쟁조정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만큼 신청인인 투자자들과 판매사 간의 의견대립이 첨예했던 것으로 보인다.
추후 조정에서도 관건은 단연 계약취소의 적용 여부다. 앞서 라임, 옵티머스 펀드처럼 투자금액 전액 반환이 이번 분조위 결과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일 오후 2시부터 7시간가량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진행했다. 독일 현지 시행사의 파산 및 사업중단에 2019년 6월 펀드 환매가 중단된 지 약 3년6개월 만이다.
이 펀드는 당시 현지 시행사던 돌핀트러스트(현재 저먼프로퍼티그룹·GPG)가 독일 문화재 등재 부동산을 사들여 고급 주거시설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싱가포르의 반자란자산운용이 대출펀드를 조성하고, 국내 금융회사 7곳이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 형태로 판매했다. 그러나 시행사가 재개발 인허가 취득에 실패하고 파산하면서 펀드 환매는 무기한 중단됐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는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하나은행 △우리은행 △현대차증권 △SK증권 △하나증권 등 7곳이다.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판매된 4885억원 가운데 신한투자증권(3799억원) 비중이 80%에 육박해 가장 크다.
현재까지 금감원이 이와 관련해 접수한 분쟁조정 요청 건수는 하나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6곳에 대한 190건이다. 금감원은 분조위에 앞서 지난달 분쟁조정위원 세미나를 열고 금융투자상품, 특히 사모펀드 분쟁조정의 특수성과 공통 쟁점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조위에서의 핵심은 결국 계약취소의 적용 여부다.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분조위가 결론을 내면, 앞서 라임, 옵티머스 펀드 분조위에서처럼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액 전액 반환이 권고된다. 하지만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만 분조위가 적용할 경우 배상 비율은 높아야 80%다. 지난 6월 하나은행의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판매에 대한 분조위 결과가 이에 해당한다.
투자자들은 판매한 금융회사들의 허위·부실 기재 판매로 투자자들의 착오 속에서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에 계약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전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매사들은 당시 2년 후 만기까지 연 7%의 이자를 제공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며 "그러나 해당 펀드의 기초자산은 실재하지 않았고 시행사는 2015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던 부실회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약서에는 해외 부동산 선순위 담보 투자로만 명시됐었고 사모펀드라는 사실은 판매사에서 숨겼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인지할 수 없었다"며 "사기펀드임이 명박한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해 당국은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금융감독 당국은 그간 이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계약취소 내지는 손해배상(적용)에서 사실관계 정리나 기술적인 부분이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잘 반영해서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일단 연말까지는 헤리티지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을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내달께 분조위가 한번 더 열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헤리티지 펀드 관련 조정안을 상점해 심의했지만 다수의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의견진술 및 질의, 응답에 시간이 소요돼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추후 분조위를 다시 개최해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이 독일 헤리티지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까지 모두 마무리하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이탈리아 헬스케어까지 이른바 '5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감원의 분쟁조정은 일단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