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결제거래(CFD) 시장이 커지면서 한 쪽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도입 초기 중소형 증권사들의 리그였다면 최근에는 대형사들의 합류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증권사들 입장에서 CFD 시장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일반 주식 거래 수수료 대비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는데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갖춘 전문 투자자들만 진입할 수 있는 점이 증권사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투자 손실 확대 우려 및 세금 회피 수단과 같은 부작용 예방 차원에서 금융 기관의 세부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FD 시장, 새로운 '엘도라도'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에 가입한 증권사중 CFD 상품을 출시한 회사는 총 13개사다. 2015년 교보증권을 필두로 가장 최근에는 SK증권도 뛰어들었다.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이 가세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4개 증권사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쩍 늘어난 셈이다. CFD 시장이 증권사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차별화된 이벤트를 실시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작년 7월 CFD 서비스를 시작한 메리츠증권은 업계 최초로 증거금 100%의 안심 계좌를 도입했다. 지난달말 출시된 해외 상장 주식(미국·중국·일본·홍콩) CFD에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반대 매매 및 이자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지만 레버리지 효과는 누리지 못하는 게 단점이다.
아예 현금을 지급하는 증권사도 있다. KB증권은 오는 5월 말까지 CFD를 활용한 누적매매 금액 100억원 이상인 고객 30명(선착순)에게 100만원을 지급한다. 10억원 이상의 경우 10만원을 제공한다.
경쟁이 심화되면서 거래 수수료도 대폭 낮아졌다. 2019년까지만 해도 수수료율이 0.1~0.7%를 나타냈지만 현재 CFD 서비스를 출시한 회사들 가운데 0.5% 이상의 수수료를 책정하는 회사는 없는 상태다. 수수료 인하가 기본 옵션과도 같아진 셈이다.
장효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2015년 교보증권이 처음으로 CFD를 도입한 이후 서비스 제공이 제한적이었으나, 최근 들어 주요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 증대 및 전문 투자자 자격 요건 완화 등이 국내 증권사들의 서비스 확대에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짭짤한 수익원으로 부각
이와 더불어 CFD 시장은 점차 고갈돼 가고 있는 증권사들의 국내 사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소득원으로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의 주요 사업분야는 크게 개인 및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증권 위탁중개, 금융상품 판매 등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일즈'와 기업 자금조달, 인수·합병(M&A),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기업 금융과 관련된 '투자은행(IB)', 주식, 채권 등의 상품운용과 파생상품 투자를 담당하는 트레이딩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세일즈와 트레이딩을 제외하면 IB 부문이 유일하게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IB도 기업공개시장(IPO)과 해외 대체투자 및 인수 금융 의존도가 큰 편이다.
미래 먹거리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에 CFD시장이 증권사들의 주목을 받은 셈이다. 우선 증권사들 입장에서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다. 현재 시중 증권사들의 일반 주식 거래 계좌 수수료는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 후발 주자들의 시장 입성과 이에 따른 신규 고객 유치 과열 양상에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증권사들도 많다. 그러나 CFD의 경우 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적게는 0.1%에서 최대 0.5%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1억원 매매에 증권사들은 1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얻는다. CFD는 일반 주식 거래 계좌에 비해 소위 돈이 되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증권사 입장에서는 손해 볼 장사가 아니라는 점도 CFD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 기관의 감독 강도나 세부 지침이 비교적 느슨한 상태라 영업 행위에 큰 제약이 없고, 투자자 계좌에 손실이 확대돼 미수금이 발생해도 반대매매를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연구원은 "증권업계에서도 CFD 서비스를 통해 일반 주식 거래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 및 금융 이자 수익 등을 얻을 수 있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CFD 시장 활성화는 높은 투자 위험도, 세금 회피 수단으로의 활용 가능성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어 구체적인 관련 제도를 만들고 영업행위, 위험관리 등에 대한 세부적 지침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