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종목에 호재로 평가돼 온 코스피200 지수 편입 이벤트가 최근 들어 악재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형주에 한한 공매도 부분 재개로 코스피200 편입 종목이 공매도의 타깃이 되면서다.
일반적으로 코스피200에 포함되면 외국인과 기관의 대규모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주가는 상승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코스피200에서 편출되는 종목은 오히려 주가가 오르고, 새로 편입된 종목은 내리막길을 걷는 기현상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금 유입효과보다 공매도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투자자들은 더 크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코스피200 들어가니 바로 급락…'편출' 동원F&B는 상승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코스피200에 특례 편입돼 거래를 시작한 이달 11일 이후 주가가 7.54%나 빠졌다. 그나마 최근 주가가 조금씩 반등하며 줄어든 낙폭으로, 11일 당일에만 6.35%, 이튿날엔 7.03%씩 급락했다. 지난 15일에는 52주 최저가(35만5000원)까지 추락하며 공모가(30만원)에 가까운 수준이 됐다.
반면 이번에 코스피200에서 편출된 동원F&B는 같은 기간 1.45% 상승했다. 언뜻 상승폭이 크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코스피와 코스피200이 이 기간 모두 0.21% 오르는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인 강세로 해석할 수 있다.
코스피200 신규 편·출입으로 이처럼 주가가 엇갈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10일 코스피200 정기·수시변경 때도 해당 종목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편입 종목은 주가가 내려간 반면, 제외 종목은 오히려 상승하는 경향이었다.
실제 당시 신규 편입된 메리츠금융지주는 적용 당일에만 주가가 5.24% 급락했고, 카카오페이는 임원 먹튀(스톡옵션 행사) 논란까지 더해진 영향에 같은 날 6% 떨어진 데 이어 이튿날까지 10%가량 급락했다. 하지만 제외 종목인 롯데하이마트는 적용 당일 2.27% 올랐고, 삼양식품은 같은 날 5.61% 뛴 데 이어 이후 4거래일간 9.9% 급등했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해 5월 코스피200 등 대형주에 대해서만 공매도가 부분적으로 허용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200에 들어가는 순간 공매도가 가능해지고 편출 시점부터 공매도가 금지되는 만큼 공세의 타깃이 되는 것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편입과 동시에 공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기적 매매수요가 가세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매매충돌로 가격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항상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매물 1위된 LG엔솔…코스피200 편입 영향력 '반감'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코스피200 신규 편입으로 공매도가 허용된 지난 11일 하루에만 공매도 매물이 2625억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그 다음 거래일인 14일(2918억원)에 이어 15일(1035억원), 16일(591억원), 17일(544억원), 18일(545억원)에도 모두 공매도 금액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1일에는 215억원으로 LG이노텍(220억원)에 이어 2위를 나타냈지만, 11일 신규 편입 이후 최근 7거래일간 나온 공매도 매물이 8476억원에 달해 국내 증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공매도 금액 2위인 삼성전자(1974억원)를 비롯해 3위 HMM(1352억원)보다 각각 4배, 6배 이상 많은 수치다.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인 대차잔고가 계속 불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공매도 공세는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상장일인 지난 1월 27일 13억원에 그쳤던 LG에너지솔루션 대차잔고는 코스피200 편입으로 공매도가 가능해지기 직전 거래일인 이달 10일(1조459억원) 처음 1조원대로 급증한 이후 11일 1조4247억원, 18일 2조1292억원, 21일 2조1582억원 등 매섭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 동원F&B는 186억원 수준이던 대차잔고가 코스피200 편출로 공매도가 금지되며 이달 14일 146억원, 21일 112억원으로 제외 보름여만에 40% 가까이 급감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부분 재개 이후 개별 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양상이 관찰된 만큼 지수 정기변경에 따른 공매도 여부 변화는 일부 종목군에 대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편출 종목의 경우 주식을 되사는 숏커버 발생 등으로 수급이 우호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전 세계적 긴축 기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극에 달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200개 기업이자 '우량 대형주'로서 상징성이 강했던 코스피200의 명성이 퇴색된 영향도 일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펀더멘털 변화와 통화정책 우려에 따른 등락이 한창"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등 각종 이슈는 호재의 영향력은 반감하고, 악재의 영향력은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