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외 증시에 주는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대표 지수가 하락하는 것이 그 예다.
증권가에서는 경제지표와 개별기업 실적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적 호조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압력 상승과 대내외 정책 수혜 등의 모멘텀이 기대되는 기업에 관심을 가지라는 의견도 나온다.
영향력 감소하는 전쟁 리스크
3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VIX지수는 20.56으로 산출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지난달 초 36.45까지 올랐던 VIX지수가 20선으로 내려왔다.
VIX지수는 미국 대표 시장지수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는 지수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VIX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 지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식시장에 주는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전쟁 변수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있는 만큼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을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우선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고 있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미국 채권시장에서 2년물 국채금리가 10년물 국채금리를 넘어섰다. 통상 채권은 대출기간이 길수록 불확실성이 높아 금리가 높다. 단기 채권 금리가 장기 채권 금리를 넘어섰다는 것은 단기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적으로도 장단기 금리차 역전 후 경기침체가 나타났던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2년-10년물 금리차에 주목하지만 중앙은행은 3개월-10년물 금리차의 예측력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 이를 모니터링 한다"며 "3개월-10년물 금리차가 상승하고 있어 1년후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확률은 6.1%로 낮다"고 말했다.
중요해진 기초체력…모멘텀도 관심 가져야
연초 이후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줬던 전쟁 동향, 통화정책 등 외부 변수가 줄어들면서 기업의 실적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1분기 실적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평균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9% 증가한 13조28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이슈에도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IM(IT&모바일) 부문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출하량이 17% 증가하고 고가폰 비중 확대에 따른 이익률 개선이 기대된다"며 "IM 부문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9% 증가하는 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정 실적 발표를 확인하면서 리오프닝 테마, 정책 수혜주 등 모멘텀을 가진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가시성 높은 성장주, 리오프닝 관련주, 인플레·대내외 정책 수혜주 등 모멘텀을 보유하면서 1분기 실적이 긍정적인 주식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관심 업종으로 에너지, 조선, 의류, 유통, 인터넷, 2차전지를 추천했다.
외인 내다 판 삼전·하이닉스 받아낸 개미
지난 28일 2729.56으로 출발했던 코스피는 지난 1일 2739.85로 마감했다. 지난주 외국인이 9010억원, 기관이 310억원 순매도했으나 개인이 9840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반도체주 매도에 집중했다. 지난주 외국인이 가장 많이 내다 판 종목은 삼성전자로 총 7670억 순매도했다. 다음으로는 SK하이닉스를 1610억원 순매도했으며 삼성전자 우선주도 155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매도 물량은 개인이 다 받아냈다. 지난주 개인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총 1조원 순매수했다. 다음으로는 SK하이닉스를 2080억원 순매수했고 삼성전자 우선주는 1670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이 매도세를 보인 반면 외국인은 875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클래시스로 총 6700억원 규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