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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물량폭탄 떠안은 국민연금

  • 2022.06.17(금) 06:10

LG엔솔·카뱅·카페 등 새내기주 매집
의무보유기간 해제에 오버행 위험↑

700조원에 이르는 거대 자금을 거느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운용성과가 위태위태하다. 1분기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을 비롯한 '대어급' 새내기주들을 매집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이들의 주가 회복이 더딘 탓이다. 

게다가 최근 편입한 종목들이 의무보유기간 해제를 앞두고 있다는 악재도 껴있다.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리스크가 커지면서 가뜩이나 마이너스(-)로 떨어진 국민연금의 운용성과를 더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민연금의 새내기주 사랑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지난 4월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LG엔솔을 1조843억원가량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부터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는 줄곧 '사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기금은 앞선 1분기에도 LG엔솔을 3조원어치 쓸어 담았다. 올들어 LG엔솔에만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연기금은 이밖에도 지난해 증시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4월초부터 카카오뱅크 932억원, 카카오페이 60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민연금이 신규 상장 종목에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벤치마크(BM) 지수를 추종하는 운용방식 때문이다. 직접운용 부문은 '코스피250'을, 위탁운용 부문은 '코스피지수+코스닥150'을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국민연금 운용규정에 따르면 패시브 운용 자금의 경우 벤치마크 수익률에 미달하고 괴리도가 1%포인트를 넘기면 상부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만일 괴리도가 1%포인트를 초과한 상태가 3거래일 지속되면 일주일 내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 액티브 운용자금은 5거래일 이상 괴리도가 3%포인트를 웃돌면 포트폴리오 조정 등의 조치를 실행하도록 돼 있다.  

결국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코스피 지수와 연동되는 운명이다. 따라서 기업공개(IPO) 대어들이 출현하는 족족 사들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기금평가팀장을 지낸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용역들이 벤치마크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큰 종목이 상장하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요즘처럼 순환매를 도는 장에서는 지수를 따라가는 동시에 알파(α)를 내야 하기 때문에 벤치마크 비중이 높은 곳을 무시할 수 없다"며 "예를 들어 시가총액 비중이 6%나 되는 종목을 담지 않았다가 하루 주가가 5%가 오르면 0.30%포인트 밑돌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다만 일부 새내기주에 대해선 처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국민연금이 공시한 바에 따르면 하이브의 보유 비중은 7.50%에서 6.62%로 줄었고, 크래프톤 비중 역시 6.05%에서 5.94%로 하향 조정됐다. 

'터지는 건 시간 문제' 물량폭탄 대기

기대와 달리 국민연금 장바구니에 담긴 종목들은 IPO 광풍 속 증시에 데뷔해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5일 기준 7만8100원의 종가를 기록하며 공모가(9만원)를 밑돌고 있다. 작년 11월 2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류영준 당시 대표를 비롯한 임원 8명이 9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먹튀 논란' 이후 계속해서 하락 중이다. 최근에는 2대주주였던 알리페이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낙폭이 확대됐다. 

작년 8월 상장 직후 9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카카오뱅크도 3만원대로 하락한 상태다. 이 역시 공모가(3만9000원) 아래다. 대주주들의 물량 매도 등으로 우하향하던 주가는 최근 금산분리를 완화하겠다는 당국의 기조가 확인되면서 추가 하락했다. 

그나마 LG엔솔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상장일인 1월27일 59만8000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3월 35만5000원까지 흘러내렸지만 이후 낙폭을 일부 회복해 4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물량폭탄 가능성이다. 주가가 공모가를 웃도는 LG엔솔의 경우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차익실현 물량이 대거 풀릴 가능성이 있다. 당장 내달 27일 기관이 보유한 996만365주의 의무보유 기간이 종료된다. 이는 전체 기관투자자 확보 물량의 42.6%이며 전체 주식수 2억3400만주 가운데 4.3%를 차지한다.

이번 카카오페이 블록딜의 주인공 알리페이는 남은 지분 4601만5205주에 대해 120일간 보호예수를 걸었다. 시장에선 이 기간이 지나면 일부 지분이 매각 물량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분을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보유량이 상당한 크래프톤과 하이브도 오버행 리스크에 놓여있다. 국민연금은 이들 종목을 약 7500억원, 3900억원가량 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크래프톤은 상장 후 1년째가 되는 8월10일에 장병규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822만2650주의 보호예수 기간이 종료된다. 이는 전체 주식수 4907만2405주 가운데 16.7%를 차지한다. 이달 말엔 하이브의 상장주식 4135만3387주 가운데 2%인 86만3209주가 의무보유 등록에서 해제된다. 

이런 상황은 국민연금의 운용성과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의 1분기말 누적 운용수익률은 –2.66%로 집계됐다. 자산군 중 국내주식이 –5.38%로 가장 저조했다. 만일 남은 기간 수익률 반전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지난 2018년 –0.92%의 수익률을 기록한 후 4년 만에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에 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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