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증시가 일대 격변기를 마주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0.75% 금리 인상)이라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발표 전후로 극강의 변동성이 증시를 흔드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도 진바닥 찾기에 분주하다. 수급 공백이 길어지면서 주식시장의 방향성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강력한 자산 가격 조정에 투자심리도 어느 때보다 얼어붙었다. 주식 투자에 대한 회의론마저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당장에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은 적다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밸류에이션이 바닥권에 근접한 저평가 업종이나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덧붙이고 있다.
매서운 자이언트 스텝…곡소리 나는 증시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연초 3000포인트(종가 기준)에 육박했던 코스피지수는 현재 2400선까지 밀렸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연중 최저점까지 떨어진 채 장을 마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1000포인트 위로 형성됐던 지수는 현재 800포인트 부근에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연저점까지 떨어진 날 코스닥지수도 장중 790선까지 추락했다. 올해 최저점이다.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긴축 쇼크가 양대 지수를 뒤 흔들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는 1994년 11월 이후 약 28년 만이다.
꺾일줄 모르는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한 결정이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상승했다. 1981년 12월 이후 관찰된 가장 큰 폭의 상승분이다. 40년 만에 CPI 최고치가 경신될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종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연방기금금리 75bp(0.75%) 인상 배경은 6월 CPI와 미시간대 중장기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이라며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소비자 물가 수준)이 내려오지 않거나 통화정책이 민간 정책 기대에 어긋날 경우 쉽게 안정화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점이 5월 CPI 예상치 상회와 더불어 연준의 경각심을 높였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특명 "진바닥 찾아라"
주식시장에 강력한 유동성 회수 조치에 따른 공포감이 전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진바닥 찾기가 뜨거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2400선이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계기로 연준의 스탠스와 현재 펀더멘털 상황을 앞서간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경우 코스피는 2400선 지지력을 바탕으로 최근 급락에 따른 되돌림 과정을 전개해 나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진바닥 찾기의 전제 조건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20년 1분기 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국내·외 증시가 급락했을 때 공매도를 막으면서 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5월 부분적으로 공매도가 재개된 이후로는 지수가 꾸준히 하락했다는 데서 공매도 금지의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기간 코스피지수는 반등에 성공, 꾸준히 상승했다"면서도 "공매도 일시 금지가 풀린 작년 5월부터는 지수가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수 변동성 확대 시기에 수급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매도 급증은 지수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는데 지수 안정화 정책중에서 공매도 거래 금지가 지수 바닥을 잡는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공매도 잔고는 거래일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지만 이달 들어 다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첫 장 집계된 공매도 거래대금은 4890억원이다. 이어진 다음 장에서는 2760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지수가 급락한 이달 13일과 14일에는 5880억원, 571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방어주는 과연 존재할까
주식시장에 뚜렷한 추세가 사라지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회의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강력한 자산시장 가격 조정에 투자심리가 한껏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과도한 비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현재 급락세가 진정될 기미가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확정실적(Trailing)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이 1배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부터 불거졌던 밸류에이션 부담도 상당히 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거나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개별종목중에서는 저평가 여부 확인과 함께 실적 및 목표주가가 상향된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밸류에이션이 바닥권에 근접한 우량 종목을 찾는 게 유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와 같은 시국에서의 업종 선택도 이와 유사한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기술적 반등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이익 모멘텀은 견고하지만, 단기 낙폭이 컸던 인터넷, 2차전지, 반도체 업종의 회복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