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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떼어내는 '하나증권', 초대형IB 본격 시동

  • 2022.06.27(월) 18:05

대한투자신탁에서 5번째 바꾼 간판…'쇄신 박차'
자기자본 6조 목전…이은형호(號)의 IB 승부수

하나증권으로 이름을 바꾸는 하나금융투자가 체질 개선 및 쇄신에 한창이다. 연초 자기자본 6조원 시대를 연 가운데 사명에 '증권'을 내걸고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의 도약을 노리며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내달 1일부터 하나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단다. 2015년 9월 당시 하나대투증권에서 하나금융투자로 사명을 변경한 지 약 7년 만이다. 

회사는 이름 변경을 계속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3월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로는 사내 설문을 비롯해 다방면으로 검토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결국 증권사로서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면서도 하나금융지주의 '하나'란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가는 '하나증권'이 최종 낙점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증권업에 대한 직관성을 최우선으로 삼았고 하나금융그룹의 브랜드 또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 사옥 / 사진=하나금융투자

금융투자 뒤안길…'하나' 브랜드와 '증권' 정체성 살려

하나금융투자의 전신은 대한투자신탁이다. 1968년 세워진 한국투자공사를 근간으로 대한투자신탁이 정식 법인화되면서 1977년 영업을 시작했다. 2000년 대한투자신탁증권으로 분리되면서 처음 '증권'이란 이름을 얻었다.

이후 2003년 대한투자증권으로 다시 사명을 바꿨고 2005년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지 2년 만인 2007년 하나대투증권으로 또 한번 간판을 교체했다. 기존 '대한투자'에 하나금융이란 브랜드를 더한 결과였다. 

하나금융투자란 현 사명은 2015년 4번째로 이름을 바꾸면서 갖게 됐다. 증권업을 넘어 종합금융투자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 

그러나 이후 증권사들이 저마다 덩치를 키우며 '증권'을 전면에 내세우자 '금융투자'란 명칭이 증권업의 본질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최근 2년여간만 해도 메리츠증권(구 메리츠종금증권)과 미래에셋증권(구 미래에셋대우)이 회사 브랜드에 '증권'을 바로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현존하는 증권사 가운데 금융투자를 달고 있는 곳은 내달 이름을 변경하는 하나금융투자를 제외하면 신한금융투자와 DB금융투자 두 곳뿐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지주가 공개한 뉴비전인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과 사명 변경이 맞물려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과 직원, 사회 모두를 연결하는 금융으로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새로운 투자와 비즈니스를 만드는 영속적 기업으로도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지주 주력 계열사 우뚝…발행어음 영위 땐 "시장 지위 개선"

업계는 하나금융투자의 이번 사명 변경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비은행 주력 계열사로서 지주내 입지를 강화함은 물론 초대형IB로의 도약을 위한 일종의 선포라는 평가다. 

이미 최근 실적에서 이런 조짐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 부진에 증권사 대부분의 실적이 반토막난 상황에서도 하나금융투자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순익(1193억원)을 낸 것이다.

덕분에 지주 내 존재감도 부각됐다. NH투자증권(8.38%), KB증권(7.86%), 신한금융투자(7.46%) 등 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지주 내 한 자릿수 순익 기여도로 허덕일 때 하나금융투자만 두 자릿수 순익 기여도(13.22%)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유상증자 결정으로 자기자본이 6조원에 육박하게 되면서 초대형IB로의 도약도 머지않았단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앞서 지난 4월 지주로부터 50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1분기말 기준 자기자본이 5조3000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6조원을 목전에 둔 셈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 초대형IB 인가 요건 가운데 하나다. 

초대형IB의 핵심은 발행어음업(단기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두 배 규모로 어음을 발행하고 그만큼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 이 자금은 기업대출, 부동산금융, 해외투자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IB부문 강화에 주효하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하나금융투자는 지주의 적극적인 지분투자에 힘입어 2018년 이후 자기자본 확대 경쟁이 과열된 초대형 증권사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며 "이는 IB부문 및 자기자본투자 등 위험인수 대응력과 양질의 인적·물적 자원 확보가 요구되는 증권업 특성상 시장 지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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