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실적 시즌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종목별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코스피가 2400대를 횡보하면서 크게 반등하지 못하자 시장은 '어닝 서프라이즈' 종목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같은 호실적이어도 주가는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따라가는 분위기다. 앞서 정제 마진(정유사의 수익성 지표) 강세로 최대 실적을 거둔 정유주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관측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전망치 50% 웃돈 포스코케미칼, 주가 30% 껑충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으면서 전날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총 260곳이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36곳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이 전망치를 무려 50% 이상 상회하면서 시장을 놀라게 한 종목들이 눈길을 끈다. 포스코케미칼은 2분기에만 552억원의 영업익을 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전망치인 320억원을 무려 72% 이상 웃도는 수치다.
주가도 여기에 화답했다.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 이후 상승폭이 30%에 육박했다. 11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15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한화솔루션 역시 2분기 영업익이 2778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1612억원을 72% 넘게 웃돌았다. 지난달 28일 장중 실적이 나오면서 당일에만 주가가 16% 이상 급등했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그리며 12% 더 올랐다. 실적 발표 이전 대비 상승률은 30%에 육박한다.
이외에도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50% 이상 웃돈 한화가 실적 발표 이후 20% 상승했고, 오스템임플란트도 12% 뛰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실적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므로 실적 발표에 집중해야 한다"며 "전망치 상향 기업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유주, 실적 호조에 횡재세 대두에도 주가 '글쎄'
똑같이 호실적을 내고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종목 또한 두드러진다. 최근 실적 피크아웃(정점 통과) 평가가 나오는 정유주가 그렇다.
정유사들의 경우 고유가가 이어지며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연초 촉발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재고평가손익과 정제 마진이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2조32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S-OIL(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 역시 각각 1조7220억원, 1조370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영업익을 거뒀다. 모두 시장 전망치를 대거 상회한 '어닝 서프라이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횡재세'를 걷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비정상적인 시장 상황으로 이익을 거둔 만큼 이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정유주를 외면하는 눈치다. 앞선 호실적에도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18만원까지 내려갔다. 최근에는 다시 19만원대로 올라온 상태지만 상승폭은 1%대에 그친다. 에쓰오일의 경우 실적 공시 당일인 지난달 28일 주가가 하락 마감하며 전날까지 6% 넘게 떨어졌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만으로 해당 종목을 무조건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2분기 이익은 좋았더라도) 3분기와 4분기, 나아가 올해 연간이익 전망치는 계속 하향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표 종목이 계속 바뀌는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현혹되기보다는 실적이 계속 상향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특히 이 중에서도 12개월 선행 연간이익 추정치가 1개월, 3개월 모두 상향된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