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매수 자금으로 빌려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 6월 반대매매가 쏟아지며 감소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 다시 가파르게 반등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이자 부담은 이전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5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 증권사들이 줄줄히 신용융자거래 이자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안정한 증시 환경이 계속되고 있어 빚을 끌어다 쓴 투자자들은 반대매매 대상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빚투 잔고, 하반기에만 1.5조 늘어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4185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가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로 6월 말 17조원대까지 내려갔던 잔고는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조5500억원 넘게 불어났다.
코스피는 상반기 말 대비 5% 늘어 10조원을 돌파했고, 같은 기간 코스닥도 13% 증가해 9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보유 주식이나 현금을 담보로 빌려준 자금을 의미한다. 이른바 '빚투(빚내어 투자)' 규모를 나타내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증시가 반등 기미를 보이면서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초 2200선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지수는 8월 중순 2500선까지 회복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도 700선에서 800선으로 반등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는 100일 이내 수요가 대부분인데, 최근 지수가 단기적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이자 신용거래를 이용한 단타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두 자릿수 이자율도 등장...이자 부담 커졌다
문제는 최근 증권사들의 잇따른 이자율 인상으로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홈페이지를 통해 29일부터 91일 이상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기존 연 8.9%에서 연 9.3%로 0.4%포인트 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18일 이후 4개월만의 인상 조치다.
61~90일 구간은 연 8.4%→8.9%, 31~60일은 연 7.9%→8.4%, 16~30일은 연 7.4%→7.9%, 8~15일은 연 6.9%→7.4%로 0.5%포인트씩 인상했다. 다만, 7일 이내는 연 4.8%를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KB증권도 이자율 인상을 고지했다. 가장 높은 이율이 적용되는 91일 이후의 경우 연 9.0%에서 9.5%로 0.5%포인트 인상될 예정이다. 변경된 이자율은 다음 달부터 적용된다.
이외에도 삼성증권(최고 9.8%), DB금융투자(9.7%), 키움증권(9.5%), SK증권(9.5%), 신한금융투자(9.5%), 메리츠증권(9.2%), NH투자증권(8.7%), 카카오페이증권(8.5%) 등이 줄줄이 이자율을 인상했다.
이런 가운데 10%대 이자율도 등장했다. 유안타증권은 151~180일 기간 신용거래에 대해 10.3%의 이자를 받는다.
증권업계가 신용융자 이자율을 일제히 올린 건 기준금리 인상 조치 때문이다. 통상 신용융자 이자율은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은 이번 금통위를 포함해 4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이는 전례없는 일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증권사 대출이자도 추가 상승이 유력하다.
경기침체 우려와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반대매매 우려도 높다. 주가 하락으로 신용거래의 담보비율이 지켜지지 못하면 증권사들은 다음날 투자자의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더 높아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반대매매 유예조치는 9월30일까지로 예정돼 있고, 향후 금융당국 결정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증권사의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후 다수 증권사는 반대매매 담보비율 기준을 낮추거나, 시점을 하루 연기하는 등의 완화 정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