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손 쓸 방도가 없다.'
미국이 쏘아 올린 세계 경기침체 신호탄에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18%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최근 엿새 연속 신저가를 갈아치우며 어느덧 '4만전자'로 내려갈 위기를 맞았다.
전 세계적 긴축 기조와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수요 급감이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면서 실적 전망치 자체가 계속 하향되고 있다.
엿새 연속 신저가 추락…40%나 비싸진 목표주가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6거래일 연속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며 5만2900원에 장을 끝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 6월30일(5만2800원) 이후 약 2년3개월만의 최저치다. 주가가 코로나19 당시로 회귀한 셈이다.
연초에만 해도 7만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6일(6만원)을 이후 한달째 5만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수성이 위태롭다. 지난 22일 5만4000원대로 떨어진 주가가 전일 5만2000원대로 추가 조정됐기 때문이다.
가파른 주가 하락에 증권사 목표주가와의 괴리율은 4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에 대한 실적 전망치를 최근 한달 이내에 제시한 국내 증권사 18곳의 이 종목 목표가 평균치는 전일 기준 7만8222원이다. 종가 대비 32% 이상 비싼 가격이다. 지난 20일 유안타증권이 제시한 목표가 9만원과 현 주가 수준은 무려 41% 넘게 차이가 난다.
비단 금융시장 불안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발(發) 고강도 긴축에 경기침체 경고음이 커지면서 덩달아 빨간불이 켜진 반도체 업황이 반등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의 두 축인 낸드플래시와 디램(DRAM) 가격은 이번 3분기에만 각각 13~18%, 10~15% 하락했다. IT(정보기술) 제품 수요가 부진해진 데 따른 결과다. 4분기에는 각각 15~20%, 13~18%가량이 추가로 떨어질 전망이다. 경기침체 여파에 TV는 물론 컴퓨터, 휴대폰 판매가 감소하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 불안감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재고 조정이 반도체 업황을 뒤흔들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급락과 출하량 부진이 삼성전자 주가를 역사적 최저점 수준에 근접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3분기도 실적 감소 불가피…전망치도 계속 하향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는 갈수록 하향되고 있다. 앞선 증권사 18곳이 예상한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평균치는 11조9814억원이다. 이는 석달전 추정치(12조2065억원)보다 2251억원, 작년 3분기(15조8157억원) 대비로는 4조원가량 쪼그라든 수치다. 11조3410억원을 예상한 증권사도 있다.
앞서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3조540억원에서 11조4980억원으로 11.9% 줄였다. IBK투자증권은 17.6% 하향한 11조6240억원을, 현대차증권은 10.6% 낮춘 11조4460억원을 각각 제시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이번 3분기를 기점으로 당분간 분기 실적 감소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 긴축 기조의 변화 여부를 필두로 반도체 재고가 언제 정점을 찍고 안정화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주가가 연저점을 연달아 경신한 만큼 밸류에이션을 감안해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삼성전자의 현재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12배로 최근 5년 최저치인 1.0배에 근접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PBR은 2011년 이후 최저치인 0.95배에 가까워졌다"며 "보유현금을 감안하면, 저평가 상태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종 특성상 주가가 실적과 업황을 2~3분기 선행한다는 점에서 올해 연말부터 저가매수를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