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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플레 직면한 증시…"스와프상품 나와야 vs 투자, 일단 경계"

  • 2022.10.13(목) 18:36

13일 자본시장연구원·한국파생상품학회 정책세미나
리스크 관리 고민…학계·업계·금융당국 '갑론을박'

현재와 같은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시장 변동성에 적극적으로 대응이 가능한 자산배분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그만큼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역할이 확대돼야 하고, '인플레이션 스와프' 같은 헤지 상품의 도입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금융투자상품의 내재 리스크와 대외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투자에서는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경기역행형' 인플레…"증권사 등 금융사 헤지상품 필요"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는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인플레이션 시대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에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관련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자리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길었다고 평가될 (자산시장) 대안정의 시대가 저물면서 시장은 중대한 변곡점 앞에 섰다"며 "앞으로 3~4년은 매크로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국민자산을 어떻게 지켜낼 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해졌고 자본시장의 역할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먼저 최근 인플레이션은 실물경제가 악화되는 경기역행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가 순행할 때의 인플레이션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지금처럼 물가가 상승하면서 실물경제는 악화되는 경기역행 시기의 인플레이션은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수익률까지 떨어뜨린단 분석이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3일 자본시장연구원 정책세미나 '인플레이션 시대 금융의 역할'에서 주제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한수연 기자 papyrus@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인플레이션 헤지(hedge·위험분산)를 위해서는 어떤 인플레이션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인플레이션은 경기역행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럴 때는 주식과 채권가격이 모두 하락해 자산배분에 어려움이 커진다"고 짚었다.

이어 "핵심은 저물가 기조의 마무리 속에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지속과 지정학적 갈등 심화, 기후변화 대응 가속화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은 커지고 이런 대외 환경은 국내 인플레이션과 경기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할 때는 위험의 분산, 즉 다른 자산과 관계와 자산배분을 모두 고려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플레이션 헤지가 수반돼야 할 필요성이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금융회사들은)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금융수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인플레이션 스와프 같은 파생상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자재와 부동산에 대해서는 '경계'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원자재는 통상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지만, '공급망 충격' 등으로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시장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다른 자산과 함께 자산배분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의 경우도 정책이나 주택공급 상황 등 다양한 요인으로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헤지 성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투자자산 범위 확대돼야" vs "안정적 캐시플로우가 더 중요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하지만 주요 자산의 수익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가리키는 상황에서 투자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나왔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품군이 공급돼야 하는데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자도 해당 상품을 거래하기가 쉽지 않다"며 "과거에 검토됐던 석유나 구리선물의 상장이나 교차 상장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해외에서는 활성화된 인플레이션 헤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선물이나 옵션 등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파생상품학회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한 정책세미나 '인플레이션 시대 금융의 역할'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사진=한수연 기자 papyrus@

자산배분 측면에서 대체자산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차기현 하나증권 부사장은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대체자산 투자군을 고민하고 있다"며 "부동산, 인프라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아직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아 증권사와 은행들의 투자자산 범위가 커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현재 시장 상황은 무엇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사람을 사기꾼으로 봐야 할 정도로 어렵다"며 "수익형 위주의 자산 운용은 위험하고, 안전성 리스크 관리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다소 보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분산투자나 투자자산군의 확대를 통한 수익률 상승보다는 안정적인 캐시플로우(현금흐름)의 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은 (리스크가 큰 만큼) 굉장히 세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헤지도 되고 연 4~5%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는 상품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운을 뗐다.

이 과장은 "주식과 채권은 전통자산으로서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반드시 버려야만 하는 시장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들 자산군은 여전히 우리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투자)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캐시플로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매차익의 '대박'보다는 배당을 더 높이고, 채권을 통해 국민들이 필요한 자금을 가져가는 여러 가지 정책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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