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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에 휘말린 금투세, 혼란에 빠진 금투업계

  • 2022.11.17(목) 06:17

여 "금투세 유예" vs 야 "예정대로 강행"
일부 증권사, 시스템 개발 일시 중단도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원칙 아래 세워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길을 잃었다. 내년 1월 시행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정치권 내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다. 정부와 여당은 유예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에서는 예정대로 내년 초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도입 시기가 불확실한 가운데 이르면 당장 내년부터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제도 시행과 동시에 원천징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증권사들도 혼란에 빠졌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길어지는 싸움에 증권사 '일단 대기' 

17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비공개로 금투세 도입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하루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도입에 대해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다. 

금투세는 2020년 12월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법안으로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한다.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에 대해 20%, 3억원 초과분에는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투자자가 기본공제를 신청한 계좌에서 연간 수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증권사에서 원천징수를 한 뒤 나머지 금액이 계좌로 입금된다. 

그러나 '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입 시점은 안갯속에 빠졌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금투세의 도입 시기를 2년 뒤인 2025년으로 연기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예정대로 2023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신중론을 내세우며 민주당 내에서도 잡음이 나오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던 증권사들은 눈치만 살피는 실정이다. 내년 초 금투세 도입에 대응해 과세 체계를 마련하고 있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연말까지도 유예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금투세와 관련해 금융투자협회가 정부와 바로 소통하는 게 아니라 국세청을 거쳐 소통하는 것으로 안다"며 "(과세 체계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게 없으니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일단 내년 1월부터 금투세가 도입된다고 가정하고 시스템을 거의 완성해둔 상황"이라면서도 "정확한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 일단 테스트 진행을 유예하고 있다"고 말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시행 여부를 두고 혼선이 지속되면서 실무부서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일부 증권사는 내년 초 금투세 관련 시스템 가동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D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까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당국의 지침이나 유관 기관들의 시스템 연계 개발 부분 등은 미진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쯤에야 시스템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준비 안된 투자자들 '조마조마'

금투세 도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세 대상이 전체 개인투자자의 1%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과세 부담 자체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시장이 냉각된 상황에선 세금 부과 사실만으로도 막연한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며 "증권사 입장에선 시스템 준비보다도 제도 시행 이후 빠져나가는 고객을 붙잡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세 공제를 신고해야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투자자가 5000만원 한도까지 금투세를 공제받기 위해서는 자금 운용 계획에 따라 직접 공제받을 계좌와 한도를 지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에 3000만원, 키움증권에 2000만원을 공제받겠다고 미리 신청해두는 식이다. 최근 주식, 채권 투자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금투세 계산이나 과세 회피를 위한 방법을 묻는 질의가 쏟아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인이 아는 범위 내에서 금융회사 공제를 직접 신청해야 한다"며 "원천징수가 이뤄진 후 5월에 납세자가 직접 소득을 파악해 확정 신고를 해야 더 낸 세금과 덜 낸 세금을 정산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만일 늦게 신고하게 되면 가산세를 같이 납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약속한 시점에 제도를 도입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금투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금투세를 적용한다고 해도 세금을 내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거래세 폐지로 매매수수료가 낮아지는 등의 긍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그간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을 매기지 않았는데, 현 시점에서 면세 혜택까지 주면서 유인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과세 형평성을 고려할 때 (금투세 도입을) 언제까지 미룰 수만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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