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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버핏이 단타매매 나선 까닭은

  • 2023.02.18(토) 06:10

[서학개미 브리핑]
버크셔, TSMC 주식 한분기만에 대거 처분
반도체 수요 둔화·지정학적 우려 등 추정

'가치투자 대가', '투자의 귀재'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평소 장기 투자를 중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의 주요 투자원칙에 '인내', '영원' 등의 단어가 들어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그런 버핏도 소위 '단타'를 칠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 주식을 대거 사들여 시장을 놀라게 한 그는 불과 한 분기 만에 보유주식의 대부분을 처분해 또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긴축을 둘러싼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에도 미국의 소비와 주택지표가 견조하게 나오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중단과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쏙' 들어갔다. 뉴욕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눈치보기 중이다.

/그래픽=비즈워치

버핏, TSMC 주식 거의 다 팔았다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투자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작년 4분기에 TSMC 주식 5176만주를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버크셔는 같은 해 3분기에 TSMC 주식 6000만주가량을 41억달러(약 5조2600억원)에 사들였다. 한 분기 만에 갖고 있던 주식의 86% 이상을 내다 판 셈이다. 이에 버크셔의 TSMC 보유주식은 약 830만주로 줄었다. 버크셔 포트폴리오 내 TSMC 비중은 1.39%에서 0.21%로 확 낮아졌다.

CFRA리서치는 버크셔가 TSMC 주식을 주당 약 68.50달러에 사서 74.50달러에 판 것으로 추정했다. 이 계산을 고려하면 버크셔의 TSMC 시세차익은 우리 돈으로 4000억원에 채 못 미친다. 작년 말 기준으로 무려 384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굴리는 버크셔로선 큰 의미(?)가 있는 금액은 아니다.

그럼 왜 버핏은 그토록 강조하던 장기 투자 원칙을 깨고 TSMC 주식을 팔았을까. 일단 버크셔는 TSMC 매도와 관련해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TSMC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에선 버핏이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인한 TSMC의 실적 후퇴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실제 TSMC는 지난달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인해 1분기 매출이 5% 감소할 것이라며 하반기까지 시장 상황이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에 중국과 대만 간 지정학적 상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정부는 본토와 대만 간 통일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상태로, 이에 대해 당사자인 대만은 물론 미국도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는 심화하는 미·중 갈등의 대표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물론 버크셔가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신속히 거둬들인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버크셔는 2020년 말 사들인 미국 통신기업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 지분 83억달러어치를 2022년 1분기에 대부분 매각한 바 있다.

버핏은 TSMC 주식을 파는 대신 '최애하는' 애플 주식은 32억달러(4조1200억원)어치 추가 매입했다. 시장은 이에 대해 버핏이 기술주 가운데 애플을 여전히 가장 선호한다는 증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연준 긴축 우려 다시 커진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고대하는 연준의 긴축 완화는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미국 경제가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모두의 관심 속에 공개된 미국 소비지표는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했다.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6.4% 상승하며 예상치인 6.2%를 웃돌았다. 1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0% 증가하며 예상치 2.0%와 전월치 -1.1%를 모두 웃돌았다. 소매판매 증가폭은 2021년 3월 이후 1년10개월만의 최대치다.

부동산 시장도 나쁘지 않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에 따르면 이달 주택시장심리지수는 42로 전달의 35보다 상승했다. 소비와 부동산 같은 주요 지표의 견고함은 연준에 있어 지금의 긴축 통화정책을 유지할 명분이 된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하루가 멀다고 등락을 반복했다. 당분간 증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을 놓고 나오는 주장들이 단기에 입증되긴 어려운 만큼 증시는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하려 들 것"이라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전까지 발표될 중요 지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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