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를 달군 핫한 이슈는 단연 SM엔터테인먼트(종목명 에스엠)의 공개매수였다. 하이브가 SM엔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섰다가 주가급등으로 실패한 이후 카카오가 다시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지난 27일 경쟁률 2.2대 1로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동안 공개매수는 개인투자자와 거리가 먼 기관들의 잔치에 가까웠지만, 하이브와 카카오의 연이은 행보로 이제는 많은 투자자들이 공개매수라는 단어를 새삼 접했다. 실제 카카오의 공개매수 기간에는 공개매수가격과 주가간 괴리가 커지면서, 많은 소액투자자들이 증권사 지점을 방문했다는 후문이다.
모바일 주식거래가 대세인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공개매수에 참여하기 위해 증권사 지점에 사람들이 몰렸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지점이다. 다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공개매수 청약을 하려면 반드시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야하기 때문이다. 수십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전형적인 아날로그 방식이다.
아날로그 방식의 공개매수.. 문제는 규정 아닌 관행
공개매수는 기업의 지배권 및 경영권 확보를 위해 모든 주주의 주식을 동등한 가격에 공개적으로 매수하는 절차를 말한다. 과거 6개월 간 10명 이상으로부터 증권시장 밖에서 주식 등(전환사채 등 잠재주식 포함)을 취득한 비율(본인과 특별관계자 보유지분 합산)이 회사 총발행주식 수의 5% 이상이면 공개매수 절차에 의해 주식을 취득해야 한다.
여기서 '증권시장 밖'이란,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는 가격과 수량이 아닌 사전에 정해놓은 가격과 수량으로 거래하는 방식을 뜻한다.
공개매수를 하려면 공개매수사무취급자(증권사)를 정하고 전국에 신문을 보급하는 일간신문 또는 경제신문 등에 공개매수내용을 공고해야 한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와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건도 신문에 공개매수 내용이 실렸다.
이때 공개매수에 응하려는 주주들은 자본시장법 제137조에 따라 청약 전에 반드시 공개매수자로부터 공개매수설명서를 교부받아야 한다.
다만 공개매수자가 직접 일반 주주들에게 일일이 공개매수설명서를 교부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개매수사무취급자인 증권사가 공개매수자를 대신해 공개매수설명서를 교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지점이다. 공개매수사무취급자인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지점 방문을 통해서만 공개매수 청약을 받고 공개매수설명서를 교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이 공개매수설명서를 반드시 오프라인 지점방문을 통해서만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자본시장법 제137조에 따르면 전자문서로 공개매수설명서를 교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공개매수를 자본시장법 규정이나 금융당국의 지침 때문이 아니라 공개매수사무취급자인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오프라인 지점방문을 통해서만 공개매수 청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공개매수를 오프라인 지점방문을 통해서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며 "다만 비교적 최근에야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가 많아진 것이지 그 전에는 기관들이 주로 공개매수에 참여했기 때문에 증권사들이 굳이 비대면으로 공개매수 청약을 받을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반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 건수가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증권사들도 공개매수 청약을 받을 수 있는 온라인‧모바일 시스템을 굳이 구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의무공개매수 도입 계기로 관행 손질 필요
다만 앞으로는 다양한 제도 변화로 일반 소액주주들이 관심을 가질 공개매수가 한층 늘어날 것으로 보여, 그동안의 관행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선 금융위가 최근 공개매수자의 자금 증명 인정 기준을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에서 금융기관의 대출확약 및 LP(연기금 등 사모펀드에 자금을 위탁하는 투자자)의 출자이행약정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향후 공개매수 활용 빈도가 지금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금융위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의무공개매수가 제도화하면 앞으로 기관투자자만이 아닌 일반투자자에게도 공개매수란 제도가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특정 회사의 주식을 사들일 때 일반주주 주식도 공정한 가격에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매수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97년 도입됐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며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우려 속에 1998년 폐지했다.
하지만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사라진 이후 총수일가 등 최대주주는 경영권프리미엄을 붙여 비싼 값에 주식을 팔았지만, 일반 투자자는 제 값을 받지 못해 공정한 인수·합병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또 이러한 제도적 허점이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라는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에 금융위는 경영권 변경을 목적으로 상장회사 주식 25% 이상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고, 세부 방안도 나와야하지만 이미 제도 시행에 앞서 의무공개매수와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공개매수를 진행한 SM엔터와 오스템임플란트는 각각 최대주주 지분매각 가격과 일반투자자 대상 공개매수 가격이 같았다.
따라서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증권사들도 공개매수 청약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도입 등 앞으로 공개매수 건수가 많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의 온라인 청약 수요가 늘어나면 증권사들이 먼저 온라인 및 모바일 공개매수 청약도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SM엔터의 공개매수 청약을 담당한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공개매수 관심이 많아진 것이 비교적 얼마 되지 않았고 그 이전에는 온라인 공개수요자체가 많지 않았다"며 "다만 최근 공개매수가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온라인 청약 수요가 늘어난다면 MTS나 HTS로 공개매수 청약이 가능하도록 검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