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상장한 종목들이 잇달아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을 쓰는 등 쏠쏠한 수익률을 보인 가운데 이들을 지수화해 추종하는 게 가능해졌다. 주식시장에 입성한 지 얼마 안 된 새내기주들로만 이뤄진 전략형 지수가 국내에 처음으로 등장하면서다.
한국거래소(KRX)는 지난 3일 'KRX 포스트 IPO(기업공개) 지수'를 발표했다. 상장한 지 15영업일이 지난 코스피와 코스닥 새내기주를 여기에 담았다. 대신 상장 140영업일이 지난 종목은 자동 편출하는 식이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는 일반적인 공모주로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제외했다.
IPO 지수가 탄생한 배경엔 새내기주를 향한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역대급 유동성에 최근 2~3년간 국내 IPO 시장에는 투자 광풍이 일었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공모주=따상'이 공식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새내기주 투자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시중에 풀렸던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IPO 시장은 잠시 침체를 겪었지만, 올 들어서는 다시 일부 종목을 필두로 따상 행진이 이어지며 온기가 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반도체부터 오브젠, 스튜디오미르, 꿈비, 이노진 등 1분기에만 벌써 5개 종목이 따상에 성공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이외에도 제이오(168.1%), 나노팀(154.2%), 자람테크놀로지(126.8%), 스튜디오미르(103.6%) 등 100% 이상의 수익률을 낸 종목도 다수다. 물론 바이오인프라(15%) 등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종목도 아예 없진 않다.
거래소는 IPO 지수를 통해 이런 쏠림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상장주에 대한 투자 수요가 꾸준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활용해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며 "새내기주 중에서도 따상을 찍은 종목 위주로 계속 투자가 몰리는 현상 또한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지수를 개발하기 위해 거래소는 최근 10여년간 주식시장에 입성한 코스피·코스닥 종목들의 상장 이후 수익률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 종목은 상장 이후 15영업일 부근에서 저점을 찍은 뒤 140~150영업일 정도에 고점을 형성하는 경향을 보였다. 새내기주 주가가 본격적으로 뛰기 전에 투자해 수익을 내도록 지수를 만든 배경이다.
지수 산출의 기준이 된 시점은 보다 최근인 2018년 초다. 기준지수는 1000포인트로 이후 지난달까지 'KRX 포스트 IPO 지수'의 누적 수익률은 38.4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 지수(-3.65%)와 코스닥150 지수(-16.88%)를 압도하는 상승폭이다.
첫 구성종목은 지난달 24일을 기준으로 상장일로부터 15~140영업일인 새내기주다. 코스피에서는 바이오인프라 1개 종목이, 코스닥에서는 꿈비와 나노팀 등 35개 종목이 편입됐다. 이후에는 거래소가 매월 둘째 주 금요일 적합 종목을 걸러낸 뒤 같은 달 넷째 주 금요일에 정기변경을 실시한다.
다만 개인투자자가 당장 이 IPO 지수를 따르기는 어렵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관련 금융투자상품을 통해서라야 투자가 가능해서다. 예를 들면 자산운용사가 특정 테마로 ETF 상품을 만들 때 이 지수를 추종해야만 개인도 이 ETF로 IPO 지수에 투자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가 시장에 나온 지 일주일도 안 된 만큼 아직은 이를 모르는 투자자가 더 많은 상황"이라며 "다만 연초에 (수익률이) 크게 터진 신규 상장 종목들이 많아서 관련 ETF가 나올 유인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