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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하한가사태에 처음 꺼낸 '시장감시규정 12조' 

  • 2023.06.16(금) 10:01

투자자보호 위한 선제조치 vs 과도한 시장간섭 

지난 14일 SG발 주가폭락 사태에 이어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해당 종목에 대해 즉각적인 거래정지 조치에 나섰다. 

소비자보호와 신속한 거래질서 정립을 위한 조치지만, 폭등이 아닌 폭락에 따른 거래정지가 흔치 않은 사례인 만큼 일각에서는 투자자 권리를 침해하는 과도한 시장개입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5개 종목에 대해 지난 15일부터 별도 안내 시까지 매매거래 정지를 결정했다.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대한방직, 동일산업, 방림, 만호제강과 코스닥 상장사 동일금속 등 총 5개다. 

이들 5종목은 14일 오전 12시를 전후해 방림이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한 것을 시작으로 차례로 하한가에 진입했다. 이날 장 종료 후 쌓인 5종목의 하한가 매도물량은 적게는 약 2만주에서 많게는 120만주 이상에 달했다. 이들 종목의 일평균 거래량을 크게 뛰어넘은 규모다. 

유통량이 적고 코로나19 이후 최근 3년 간 주가가 상승하다 추락한 모습이 SG발 주가폭락 사태와 닮아있다. 다만 차익결제거래(CFD) 반대매매로 불거진 SG증권 사태는 매도창구가 SG증권으로 집중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국내 증권사들로 분산돼 있어 CFD 연계 매물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당국이 SG증권 사태 이후 비슷한 패턴의 종목에 관한 전수조사와 선제적 대응을 요청했고, 그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몇몇 종목에 대해 신용대출 연장을 막으면서 자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즉 아직까지 이번 사태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5개 종목에 대해 긴급점검에 나서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번 거래정지는 일반적으로 주가 폭등을 위험신호로 보고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내려졌던 거래정지와는 차이가 있다. 통상 거래정지에 적용해 왔던 거래소 '시장감시규정 제5조의3 제3항'은 주가 급등시 거래정지 내용만 담고 있어서다. 이번에는 주가 급락에 따른 것으로 거래상황 급변시 거래를 정지할 수 있는 '시장감시규정 제12조'가 적용됐다. 

이전까지 이 규정을 통해 거래가 정지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상 이례적인 조치라는 얘기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이번 매매거래 정지 기한을 정하지 않고 '해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만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폭락사태와 CFD 관련성은 좀 더 조사해 봐야하며 현재는 확인된 바 없다"면서 "거래정지 해제는 특정해 말하기 어렵고 조사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를 보고서라도 매도해 자금을 일부 찾으려던 투자자들은 발이 묶였다. 신용거래에 따른 연체이자도 물어야 해 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는 당국의 이번 조치를 SG발 폭락사태로 책임론이 불거진 금융당국이 여론을 의식해 취한 조치로 보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SG발 사태로 데인 금융당국이 유사 사례가 발생하자 이례적으로 상당히 빠른 시간 내에 거래정지 조치를 취해 놀랐다"면서 "(SG사태 때) 책임론이 불거졌던 만큼 여론을 의식해 조사나 향후 조치를 위한 시간벌기에 나선거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측면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SG발 사태가 없었으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직 원인파악이 안 된 가운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거래정지 시점이 길어질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이 일시적 패닉으로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거래정지를 시켰을 수 있다"면서 "다만 거래가 연속할 것을 전제로 투자했을 투자자들의 투자권을 박탈할 수 있어 폭락 이유를 찾거나 검사를 하는 동안 계속해 거래를 정지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잠시 시장을 진정시킬 목적이라면 오랜 시간 중단시킬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면서 "명분으로 내세운 '투자자 보호'가 거래 정지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편과 권리침해를 감수할 만큼 정당화할 수 있는 사회적 효익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거래정지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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