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칩(blue chip)'은 주식시장에서 수익성·성장성·안정성을 고루 갖춘 대형 우량주를 뜻합니다. '놀라운(marvel)' 성장 잠재력으로 블루칩을 꿈꾸는 다양한 기업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원석기업과 기업 성장을 위한 뒷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블루칩을 향해가는 놀라운 기업들의 이야기' [블루마블]
70%. 전세계 데이터 트래픽에서 '영상'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영상의 시대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TV, 스마트폰을 넘어 사물인터넷(IoT), 드론,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등으로 빠르게 확장 중이다.
이처럼 영상 관련 새로운 시장이 생겨날수록 수혜를 보는 분야가 있다. 바로 모든 영상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다. 시스템 반도체는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을 말한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영상특화 기술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강소기업이 있다. 2003년 설립 후 반도체 설계자산(IP) 분야 국내 1호 상장사인 칩스앤미디어가 그 주인공이다.
칩스앤미디어는 시스템 반도체의 '비디오IP' 부문 즉 영상을 녹화, 재생, 분석하는 영상처리 부분의 설계도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영상이 커지고 해상도가 높아질수록 데이터가 방대해지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압축하고 재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칩스앤미디어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영상 관련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AI반도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AI 기술을 활용한 VR, AR, 드론, CCTV, 자율주행차 등 전방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반도체(NPU) 시장은 2022년부터 연평균 17.3%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 1170억달러, 우리 돈 약 150조원 규모의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특히 올해 초 챗GPT 열풍으로 차세대 AI반도체 기술에 대한 시장 관심이 높아지면서 칩스앤미디어의 주가도 급등했다. 이어 지난 10월 칩스앤미디어는 AI반도체 신경망처리장치(NPU) IP 개발 성공과 무상증자 발표로 주가는 또한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대비(1만4100원) 무상증자 권리락 전날(11월 10일) 주가는 3만9500원으로 180% 상승했다. 권리락 반영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올해만 3배 이상 주가가 뛰었다.
비즈워치 [블루마블]에서 NPU 시장에 도전장을 내건 칩스앤미디어 이호 부사장(CFO)을 만나 그들이 가진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비디오 IP 특화해 시스템 반도체 칩설계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국이지만 시스템 반도체는 아직까지 존재감이 미미하다. 더욱이 반도체 IP 기업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기까지 한 분야다. 글로벌 대표기업으로는 ARM, 시놉시스 등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오픈엣지테크놀로지를 제외하면 이전까지 상장사는 칩스앤미디어가 유일했다.
이러한 시장에서 칩스앤미디어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영상매체와 기기들이 크게 확산하는 초기시장에서 영상에 특화한 IP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호 부사장은 "처음에는 디지털TV 칩을 만드는 팹리스로 영상 IP를 시작했는데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전문인력들을 바탕으로 영상 IP 쪽에 집중하게 됐다"면서 "시장이 커지는 초기 사업을 시작해 유리한 측면이 있었고 글로벌회사인 NXP가 기술력을 보고 초기 고객사가 되면서 국내외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IP기업에 있어 초기 시장선점 효과는 매우 중요하다. 선점자가 있는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들어가기 매우 어려운 사업 구조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능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칩)를 설계하는 역할을 팹리스가 하는데, 이 칩에 들어가는 다양한 기능 중 일부를 설계하는 역할을 IP기업이 담당한다. 팹리스가 기능 중 일부를 IP기업에서 사와 칩을 개발하면 보통 4~5년 걸리는 개발 기간을 2년정도 단축할 수 있다. 기술경쟁 심화로 빠른 개발이 요구되는 만큼 특화한 IP의 수요는 늘어나는 추세다.
칩스앤미디어는 2~3년간 개발한 IP를 팹리스에 넘기고 최초 1회에 한해 라이선스 매출을 얻는다. 이후 고객사가 이 IP를 채택해 실제 제품을 양산하기 시작하면 칩 하나당 로열티를 추가로 받는 구조다. 제품 양산에 들어가면 통상 5년간 로열티 매출이 꾸준히 발생한다.
업력이 쌓이며 로열티를 받는 IP가 늘어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라이선스를 받은 후에도 양산까지 검증이 오래 걸리는 만큼 한번 양산을 시작하면 IP를 바꾸지 않기 때문에 선점 효과는 매우 중요하다.
이 부사장은 "라이선스 피(fee)를 받은 후 제품 양산으로 로열티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로열티는 계속 커지고 대부분 5년 정도 유지가 된다"면서 "이 기간 계속 새로운 IP를 개발하며 쌓아나가는 구조이고 기존 고객들이 레퍼런스가 돼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칩스앤미디어는 20년동안 NXP, 삼성전자, 퀄컴, 텍사스인스투루먼트, 리얼텍, AMD, 메타, 구글 등 총 150개 기업을 고객사로 뒀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으며 현재까지 판매한 비디오IP 누적 칩수는 지난해 기준 13억5000만개에 달한다.
이호 부사장은 "연간 판매되는 칩 수는 약 2억개로 칩 하나당 평균 5센트 정도의 로열티를 받아 매년 약 100억원의 안정적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칩스앤미디어의 매출액은 2021년 200억원, 2022년 241억원 올해 3분기 202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중 로열티 매출액은 2021년 107억원, 2022년 13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80억원을 거둬들였다. 라이선스 매출은 별도다. 같은 기간 라이선스 매출액은 83억원에서 101억원, 올해 3분기에는 114억원을 거둬들였다. 라이선스 매출액 증가는 향후 안정적인 로열티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특히 제조나 설비시설이 필요 없어 매출원가가 제로(0)인 사업으로 영업이익률도 높다. 칩스앤미디어의 영업이익률은 2020년 15.5%에서 2021년 26%, 지난해에는 30.3%까지 상승했다. 향후 목표치는 40%다.
이호 부사장은 "IP 산업은 지배력이 높은 독과점이 살아남는 구조로 로열티를 통해 영업이익률이 최대 40%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영업이익률 4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반도체 시장 선점 위한 발판 마련
향후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성장기반은 AI반도체인 NPU IP 'CMNP'가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NPU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인 CPU, 그래픽처리와 다중연산 부분을 특화한 GPU에 이어 AI에 최적화한 시스템 반도체다. GPU처럼 범용 사용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더 빠른 연산속도와 낮은 전력소모로 차세대 핵심반도체로 꼽힌다.
특히 NPU 중에서도 영상기술에 특화한 칩스앤미디어의 CMNP는 AI 딥러닝기반 영상처리 알고리즘을 활용해 저화질 영상을 고화질로 구현하는 슈퍼 레졸루션(SR), 영상 내 노이즈를 제거해주는 노이즈 리덕션(NR), 사물을 탐지하는 오브젝트 디텍션(OD) 등 기능 실현이 가능하다.
이호 부사장은 "CMNP는 기존 NPU 대비 10~20% 수준으로 크기를 대폭 줄이고 원가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면서 "고화질 영상 콘텐츠 수요가 높은 데이터센터, 가전, CCTV는 물론 실시간 영상처리가 필요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자율주행차 등에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의 확산으로 NPU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IP 라이선스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NPU IP에서 매출 20~30% 성장을 예상하며, 장기적으로 영상IP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PU 시장은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초기시장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지만 대부분 범용 NPU에 집중하고 있다. 칩스앤미디어는 기술력과 경쟁력으로 NPU 영상특화 분야에서 시장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혜도 예상된다.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로 중국내 반도체 자립을 위한 팹리스 기업들이 엄청나게 늘면서 IP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2010년 700개 수준이던 중국 팹리스 기업은 2021년 2800개 지난해에는 3000개 넘게 늘어났다"면서 "경쟁업체인 중국 IP기업 베리실리콘에서 모두 수요가 어려워 우리에게 유리한 부분들이 생기고 있고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기회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 AI반도체 자체 개발 의지가 높은 만큼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도 전체 매출에서 중국향 매출 비중이 37.6%로 가장 많고 미국이 32.6%로 뒤를 잇고 있다.
M&A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
칩스앤미디어는 영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지만 비디오IP라는 한정적 분야에 포트폴리오가 집중된 점은 아쉬운 점으로도 꼽힌다. 회사는 이에 따라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사업확장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최대주주가 변경되며 물꼬를 텄는데, 칩스앤미디어 최대주주(2009년 지분 인수)였던 차량용 팹리스기업 텔레칩스가 지난해 보유지분 34.5% 중 26.5%를 한국투자반도체투자주식회사(이하 한투반도체투자)로 넘겨면서 최대주주가 바꼈다. 9월말 기준으로 한투반도체투자는 보통주 24.53%, 상환전환우선주 7.41%를 보유하고 있다.
한투반도체투자는 사모펀드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차후 최대주주가 다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최대주주 변경은 경영환경 변화 등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어 통상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회사는 오히려 '호재'로 보고 있다.
이호 부사장은 "기존 최대주주였던 텔레칩스는 지분 희석을 원하지 않아 추가적인 투자나 증자 등의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한투반도체투자는 적극적인 투자지원이나 사업확장 등에 관심이 높아 사업확장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칩스앤미디어는 현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해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고, 올해 8월 자사주 30만1553주를 블록딜(시간 외 거래)로 처분해 약 103억원을 조달했다.
이호 부사장은 "급하게 추진할 생각은 없고 영업조직 등을 갖춰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업들을 물색하고 있다"면서 "사업이 확장되고 회사가 커지면 주가도 오를 것이기 때문에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가 부채로 잡히며 약 129억원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이 반영돼 손익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이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에도 3분기 53억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호 부사장은 "실제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회계상 평가손실이 난 것으로 연말에 보통주로 전환하면 내년에는 파생상품손실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보통주 전환시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당시보다 주가가 많이 올라 차이만큼 추가 손실이 반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환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액면가만큼 칩스앤미디어 자본금에 반영되며 나머지는 자본잉여금에 반영된다.
'반도체 인력의 워너비'가 궁극적 목표
IP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개발인력'이다. 유형의 제품이 아닌 반도체 설계도를 만드는 만큼 회사 자산 대부분이 인력이기 때문이다.
이호 부사장은 "급여 수준을 높이고, 스톡옵션, 수평적 문화 도입, 재택근무를 비롯해 자율형, 코어타임제 등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적용하고 있다"면서 "성과급도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직원들과 함께 나누고 있으며, 고금리 시대에도 무이자대출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해부터 이직률이 낮아지고 새로운 개발인력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신규 개발인력만 10명 영입해 전체 개발자 수가 60명으로 늘었다.
이호 부사장은 "개발자는 회사의 미래 성장과 생산성을 담보하는 사람들"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투자는 투자지 비용이 아니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칩스앤미디어가 그리는 궁극적인 목표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이호 부사장은 "거창한 목표보다는 회사창립 초기부터 어떤 회사를 만들면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울까에 대한 얘기들을 오랜 기간 해왔다"면서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안정적인 수익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이소중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에 따른 가전판매 감소 등 소비둔화로 3분기 로열티 매출액이 일부 감소했지만 중국 데이터센터, AI SoC(System on Chip) 신규 라이선스 매출이 이를 상쇄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면서 "4분기는 계절적 성수기로 라이선스 계약 증가가 예상되며 팹리스의 비디오IP 외부도입 증가,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NPU IP 라이선스 계약수 증가로 로열티 매출 인식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 인터뷰 관련 내용은 공시 내용과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이나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