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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바이오 필수소재 국산화에 도전하는 '아미코젠'

  • 2023.09.19(화) 10:00

해외의존도 99% 바이오소재 배지, 레진 국산화 나서
올 상반기 최대매출... 하반기부턴 수익성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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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유럽, 미국의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면서 본격적인 바이오시밀러(동등생물의약품, 바이오 복제약) 시장이 개화했다. 바이오의약품은 동식물 세포와 조직을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일반 제네릭(복제약)과 달리 임상시험을 모두 거쳐야 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아 코로나19 이후 시장이 급속 성장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6년 약 5050억달러, 우리 돈 약 5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가운데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 비중 12%를 차지하며, 세계 2위 국가로 발돋움한 상태다. 

반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과 생산 등에 필요한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6% 수준에 머물러 있다.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셈이다. 

문제는 비용만이 아니다. 바이오 소부장 분야는 바이오의약품 연구와 생산 등 전 과정에 필수적인 만큼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이 아예 불가능하다.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앞서 코로나19를 거치며 바이오의약품 연구 및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해 바이오 소부장 공급망 이슈가 불거진 바 있다. 국산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원천기술 기반해 바이오 소재 국산화에 도전장 

현재 바이오 소부장 시장은 글로벌 5개 대형회사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생산공정 과정에 들어가는 소재·부품·장비와 공정의 모든 단계를 인허가받기 때문에 공정이나 소부장 제품을 변경하면 품질에 대한 재인가를 받아야 한다. 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국산화가 쉽지 않은 이유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첨병 역할로 주목받는 곳이 있다. 업력 23년의 제약용 특수효소와 바이오의약품 소재 기업 '아미코젠'이다. 

아미코젠 기업개요/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아미코젠은 국내 최초로 효소를 활용한 세파계 항생제 원료물질을 개발한 회사다. 유전자 진화기술(오랜 시간이 걸리는 진화를 실험실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수개월 내 특성을 개량하는 방법)과 특수효소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상대 미생물학과 교수 출신인 신용철 아미코젠 회장(이사회 의장)이 제자였던 박철 대표와 함께 일궈온 성과다. 창업멤버로 지난해까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했던 박철 대표는 지난 3월 신 회장에 이어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아미코젠의 시작은 효소를 활용한 건강기능식품 사업이었다. 이후 신 회장과 박 대표는 화학적 방법으로 생산하던 세파계 항생제 원료를 친환경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는 촉매물질(CX효소)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2005년 노바티스의 자회사 산도스에 100억원을 받고 기술이전 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효소법(CX)에서 발효법으로 발전시킨 DX 기술을 중국기업에 기술이전, 시장을 확장 중이다. 이외 다양한 제약용 특수효소를 개발해왔다. 현재 자회사인 아미코젠차이나를 통해 효소법을 활용한 세파 항생제를 생산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세파 항생제 효소 시장의 80~90%를 점유 중이다. 

효소를 활용한 항생제 원료개발은 기존 화학법 대비 비용이 저렴하고 에너지 소비가 낮은 반면, 높은 생산수율과 불순물 등 오염물질을 크게 낮출 수 있어 친환경 생산방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최근에는 라이산도사와 협력해 차세대 항생제인 엔돌라이신(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져 죽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의 치료제 원료) 사업화도 추진 중이다.

특수효소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헬스케어 소재도 주요 제품이다. 아미코젠은 식품의약안처에서 기능성을 인정받은 개별인정형 승인 원료를 늘려가며 다양한 건강기능식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수주를 확대해 가고 있다. 

이렇게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미코젠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 필수 소재인 배지레진 생산을 통해 바이오 소재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다. 

바이오필수 소재 배지, 레진 국산화 나서

동물세포 배양에 필요한 배지와 바이오의약품 정제에 사용하는 레진은 바이오의약품 소재 가운데서도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바이오 소부장 수급문제 해결을 위해 2020년 산업통상자원부를 주축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용 배지 국산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팬데믹, 기후변화, 자연재해 같은 긴급상황이나 국가 간 교류 문제, 경기 침체로 위험요인들이 증가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미코젠은 이 국책과제에 선정돼 정부로부터 약 50억원을 지원받았다. 미국 아티아바이오와 스웨덴 바이오웍스로부터 배지 생산과 레진 기술을 도입, 추가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지난해부터 인천 송도에 배지공장 설립을 진행 중으로 대량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공장이 완공되면 분말 배지 기준 약 10만㎏, 액상 배지 기준 400만ℓ 규모의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국내 주요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배지 수요량의 3분이 1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국책과제에 수요기업으로 참여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이 공정 적용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박철 아미코젠 대표이사/사진=아미코젠 제공

박철 아미코젠 대표는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배지, 레진의 국산화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수입에 의존해온 바이오 소재의 대체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올해 말 생산 공장이 완공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동물세포 배지 생산사업을 시작한 곳은 국내에서 아미코젠이 유일하다. 특히 일반 미생물 배지와 달리 부가가치가 높아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액상 배지는 운송이 어렵고 장시간 이동시 오염의 위험도 있는데 우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있는 송도에 공장을 건설해 맞춤형 제작으로 상품 경쟁력도 높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레진은 후발주자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레진은 동물세포를 배양한 후 의약품 제조에 사용할 항체 단백질을 분리해 정제하는데 사용하는 소재다. 아미코젠은 원천기술인 유전자 진화기술로 항체 단백질을 잘 잡아내는 리간드 단백질을 개발해 항체 생산성을 높였다. 

박철 대표는 "우리 레진 사업의 경쟁력은 리간드 단백질에 있다"면서 "30%가량 항체 단백질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리간드 단백질에서 항체를 분리해 낼 때도 손실이 적도록 해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현재 일부 업체들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차별화를 통해 레진은 국산화뿐 아니라 해외 매출도 기대하고 있다. 

박철 대표는 "배지와 레진의 신규사업 매출이 본격화하면 내년 전체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본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10년 내 글로벌 생산시장의 20%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배지·레진 사업 본격화 위한 자금 조달 나서

아미코젠은 배지, 레진 사업의 본격화를 위한 자금조달에도 나선다. 기존 주주들을 대상으로 총 77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계획 중이다. 주주 배정후 실권주는 일반공모를 통해 진행하며, 유상증자와 함께 무상증자도 진행한다. 

유상증자 신주발행비율은 기존 발행주식의 38.98%로 적지 않은 규모다.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액은 기준주가에 할인율 20%를 적용한 1만2430원이다. 무상증자는 유상증자 참여 주주들을 대상으로 1주당 1주를 배정한다. 

아미코젠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총 957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설비 투자 및 공장증설에 50%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차입금 상환에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인천 송도 배지 공장 생산·업무시설(약 190억원) △전남 여수 레진 공장 시공, 장비 취득(약 80억원) △경남 진주 배지·레진용 핵심 소재 캐파 증설(약 100억원) △송도, 여수공장 인증 및 원료구매 등 초기 운전자금(약 87억원) △전환사채 상환자금(약 500억원) 마련 등이다.

박 대표는 "이번 유무상증자는 글로벌 바이오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차입금 상환은 전환사채 조기상환 청구일이 올해 말 도래해 준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조기상환) 미청구시 이 역시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부진한 수익상황도 신사업과 기존 사업 고도화를 통해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올해 상반기 778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흑자전환에 그쳤다"면서 "연구개발비 지출과 코로나19로 중국시장이 셧다운하며 수익성 높은 효소 매출이 줄고 수익성이 낮은 헬스케어 상품들이 많이 팔려 수익성이 악화한 측면이 있지만 중국시장 리오프닝으로 효소 수출이 다시 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수익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앞으로 생산할 배지, 레진 제품은 마진율이 60~70% 정도 높아 향후 수익성 향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위해선 정부 지원 필수

한편 박 대표는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바이오 소부장 수입처 대부분이 빅파마인 반면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아직까지 영세해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선택받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다"면서 "국산화를 위해서는 단순 자금지원만이 아닌 시장 형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업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배지, 레진을 바꾸려면 다시금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정부가 나서 정책적인 유인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중국은 자국 바이오 소부장 확대를 위해 강력한 세제지원과 관세 등의 정책을 펴고 있어 빠른 속도로 소부장 국산화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바이오소재 변경시 고객사에 발생하는 외부 분석비용 등을 지원할 방침이지만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강력한 세제혜택이나 지원책 등이 있어야 국산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철 아미코젠 대표 프로필/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인터뷰 관련 내용은 공시 내용과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이나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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