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조각투자업체 투게더아트가 지난 1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어요.
▷관련공시: 투게더아트 12월 1일 증권신고서(투자계약증권)
조각투자는 한우나 미술품 등 가치가 있는 물건에 대한 소유권(지분)을 조각처럼 쪼개 증권형태로 팔고, 추후 해당 물건에 대한 가치가 오르면 얻은 수익을 가지고 있는 지분율 만큼 배분받는 투자 방식이에요. 지난해 금융당국이 조각투자의 '증권성'을 인정하면서 조각투자업체들도 공모형태로 투자를 받으려면 금융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투게더아트의 증권신고서 제출은 이번이 두 번째예요. 지난 8월 조각투자업체로는 처음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가 공모를 철회했어요. 조각투자업체 1호로 공모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것이죠. 이후 약 4개월 만에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는데요.
투게더아트가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을 때는 조각투자를 위해 내놓은 미술 작품이 고평가 되어 있다는 논란이 일었어요. 작품 가치의 객관성을 인정 받지 못했던 것이죠.
이번에 다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는 투게더아트가 조각투자를 받으려는 미술 작품이 바뀌었고 해당 작품의 가치를 보다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들이 담겼는데요. 기존과 달리 어떤 점이 바뀌었는지 차근차근 짚어 볼게요.
스탠리 휘트니→쿠사마 야요이, 작품 변경
새롭게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투게더아트가 조각투자를 받으려는 작품이 바뀌었다는 점이에요.
지난 8월 제출 당시 조각투자 대상 작품은 스탠리 휘트니의 그림 '스테이 송'이라는 작품이었어요. 해당 작품은 미국 추상화가 스탠리 휘트니가 2019년에 그린 것으로 투게더아트는 지난 10월 20일 7억2000만원을 주고 작품을 취득했는데요.
투게더아트는 작품 스테이 송을 7992주로 쪼개 1주당 10만원에 팔 계획이었어요. 모집총액은 7억9920만원이었는데요.
문제는 투게더아트가 작품을 사온 곳이 모회사인 케이옥션이었다는 점이에요. 모회사가 의도적으로 스테이 송 작품의 가격을 높게 산정해 비싸게 팔았다는 의혹이 나왔어요.
결국 증권신고서를 철회한 투게더아트는 이번에 일본 미술작가인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을 가지고 왔어요. 투게더아트는 호박 작품을 통해 1만1820주를 1주당 10만원에 팔 예정이에요. 증권 수량을 모두 팔면 투게더아트가 확보할 자금은 11억8200만원이에요.
해당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가 지난 2002년 제작한 것으로 투게더아트가 해당 작품을 사온 가격은 10억9403만원이에요.
투게더아트가 호박 작품을 사온 곳은 해외 미술품 경매회사인 크리스티홍콩이예요. 따라서 지난번처럼 모회사로부터 작품을 사와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던 문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아울러 투게더아트는 쿠사마 야요이 작품의 최근 10년 간 거래동향, 호박작품과 유사한 작품의 거래이력, 낙찰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작품의 가치산정 근거를 제시했어요. 추가로 제일감정평가법인, 한국기업평가,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로부터 작품에 대한 평가를 받아 가격을 최종 결정했어요.
모험보단 안정? 타 업체와 동일 작가 작품 내놔
이번 투게더아트 증권신고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어요. 앞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조각투자업체 열매컴퍼니가 내놓은 작품과 동일한 작가라는 점인데요.
열매컴퍼니는 지난 10월 쿠사마 야요이의 2001년 작품인 호박을 대상으로 조각투자를 받기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어요. 증권수량은 1만2320주, 1주당 가격은 10만원으로 투게더아트와 동일해요.
다만 작가는 동일하지만 그림에는 차이가 있는데요. 열매컴퍼니의 호박 작품은 2001년 작이고 투게더아트의 호박 작품은 2002년 작이에요. 또 두 작품은 가로, 세로 크기가 다르고 호박의 생김새도 차이가 있는데요.
공통점이 있다면 두 작품 모두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시리즈 중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노란색' 호박 작품이라는 점이에요. 호박이 캔버스의 정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예요.
호박 모양은 다르지만 열매컴퍼니와 동일한 작가의 작품을 내놓은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앞서 스탠리 휘트니 작품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가 고평가 논란으로 철회한 투게더아트 입장에선 이후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현재 금감원 심사를 받고 있는 열매컴퍼니와 같은 작가의 작품을 내놓는 것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죠.
다만 먼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열매컴퍼니도 아직 금감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지난 10월 13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지난 11월 2일 금감원이 내용이 불충분하고 중요사항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열매컴퍼니에 신고서 정정을 요구했어요.
금감원 요구에 따라 열매컴퍼니는 기재내용을 추가‧보완해 한 달 뒤인 지난 11월 23일 정정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한 상태예요. 현재 금감원은 정정한 증권신고서를 다시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먼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열매컴퍼니도 아직 금감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투게더아트의 증권신고서도 정정요구가 들어올 수 있어요.
조각투자에 관심 있다면 알아둬야 할 것
마지막으로 이번 투게더아트의 조각투자에 관심있다면 알아둬야 할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 볼게요.
이번 조각투자 대상은 쿠사마 야요이가 2002년 제작한 호박 작품으로 총 증권수량은 1만1820주예요. 1주당 가격은 10만으로 이번 조각투자를 통해 투게더아트는 11억8200만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에요.
금감원의 정정요구 없이 심사를 통과한다면 오는 12월 26일부터 1월 2일까지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1만1820주 중 1만638주(90%)는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1182주(10%)는 공동사업 운영자인 투게더아트가 배정 받아요.
공모주 청약과 달리 조각투자의 청약은 투게더아트 홈페이지(https://weshareart.com)에서 진행한다는 점. 다만 청약을 위한 계좌는 투게더아트와 계약을 체결한 NH투자증권에서 관리할 예정이에요.
공모주는 청약을 할 때 증거금을 공모가의 50%만 준비하면 되지만 조각투자는 증거금을 100% 마련해야 해요. 따라서 투게더아트의 호박 작품에 투자하려는 분들은 원하는 증거금 10만원 전액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또 1인당 청약한도는 3000만원으로 한 명의 투자가가 300주 이상의 주식을 살 수 없어요. 특정 투자가가 증권의 50% 이상을 취득하는 것도 불가능해요. 미술품 소유권을 분할해 다수의 투자가가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증권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봐야겠죠.
한편 투자계약증권은 주식처럼 코스피, 코스닥 시장 등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금융투자상품시장에 상장해 거래할 수 없어요. 따라서 만약 투자계약증권을 팔고 싶다면 투게더아트가 제공하는 증권의 양도‧양수 방법을 통해서만 타인에게 주식을 팔 수 있다는 점.
아울러 투자계약증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을 처분하면서 얻는 처분손익을 배당형태로 받아 수익을 실현할 수 있어요. 즉 추후 투게더아트가 호박 작품을 다른 곳에 팔 때 현재 평가 받고 있는 작품의 가치보다 더 높은 가치를 평가 받아야만 투자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죠.
이는 공모주 투자와 확연히 다른 지점이에요. 공모주 투자는 배정받은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상장이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는게 일반적이죠. 주식을 계속 보유하다가 회사의 배당금을 받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투자계약증권은 증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 배당 등의 수익실현이 불가능해요. 주식처럼 쉽게 모바일을 통해 매도·매수가 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작품의 가치가 올라 작품을 다른 곳에 팔때 얻는 이익을 배분받는 것이 투자계약증권의 수익실현 방법이라는 점.
또 투자계약증권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를 받지 않는 실적 배당형 상품인 만큼 작품의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 둘 필요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