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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이득 과징금으로 환수.. 솜방망이 처벌 사라질까

  • 2024.01.11(목) 09:02

19일부터 불공정거래 과징금 부과제도 신설
부당이득 산정시 제3요인 영향력 평가가 핵심
"입증책임 전환 문제, 위헌 가능성 해소 안돼"

오는 19일부터 미공개정보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등 3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해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과징금과 형사처벌의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계산 방식도 법제화 됐다. 

부당이득 산정 방식이 법률로 정해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그간 주가조작 타깃이 된 종목의 주가가 10% 넘게 올랐더라도, 하필 같은시기 국내 증시 지수가 전반적으로 올랐다면 부당이득액을 책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기소 등 엄정한 처벌이 나오기 어려웠다. 

부당이득액 산정 방식의 핵심은 '외부요인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다. 불공정거래 행위가 주가에 미친 영향과 이와 무관한 제3요인이 미친 영향을 비교해 부당이득 계산에 반영하는 식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입증 책임 주체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증책임을 검찰이 아닌 피의자에게 떠넘긴 탓에 향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부당이득 산정 방식 법제화…솜방망이 처벌 사라지나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19일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해 형사처벌 뿐 아니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과징금은 부당이득 규모에 따라 결정한다. 한도는 부당이득액의 최대 2배까지다. 금융당국은 과징금의 부과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방식에 관한 규율도 새롭게 만들었다. 이전에는 부당이득액 계산 방식을 따로 규정하지 않았다. 

시행령에 따르면 부당이득액은 기본적으로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값이다. 총비용은 말 그대로 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으로 수수료나 거래세 등을 말한다. 그러나 양도소득세나 신용거래 이자비용은 포함하지 않는다. 

총 수입에는 실제로 실현한 이익 뿐 아니라 미실현이익, 회피손실도 포함한다. 미실현 이익은 아직 매도로 차익을 실현하지 않았지만 주가조작 행위가 종료됐을 때 보유하고 있는 평가이익을 가리킨다. 회피손실은 주가가 내려가기 전 미리 팔아 피한 손실 규모를 뜻한다. 

이렇게 계산한 값을 곧장 부당이득으로 확정하는 건 아니다. 외부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외부적 제3요인이란, 제3자의 개입이나 이에 준하는 외부적 요인을 의미한다. 

코스피·코스닥 등 종합지수나 업종지수 변동률은 제3요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주가조작 타깃이 된 A종목의 주가가 1만원에서 2만원으로 2배 올랐고 그 기간 기준금리 하락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5% 상승했다면, 부당이득을 1만원으로 계산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가는 늘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수준의 오르내림을 부당이득에 반영하긴 어렵다"며 "제3요인은 누구나 합리적으로 인정할만한 특별한 사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거나 납품계약 체결 등 분명한 호재가 있다면 제3요인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요인과 불공정거래행위가 주가에 미친 영향을 서로 비교해 외부요인을 산식에 얼마나 반영할지 결정한다. 제3의 요인에 의한 시세변동이 위반행위로 인한 시세변동을 능가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제3의 요인이 발생한 이후의 시세변동분은 3분의 1만 부당이득액에 반영한다. 만일 두 요인이 비슷한 경우엔 제3의 요인이 발생한 이후 시세변동분의 절반만 고려하는 식이다.

부당이득 산정 기준이 법제화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부당이득 규모는 과징금 뿐 아니라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조문이 없을 때는 검찰에서 부당이득을 얼마라고 계산하더라도 피의자 측에서 주가가 시세조종 때문에 움직인 게 아니라 외부적인 것 때문이라고 항변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그러다보니 부당이득액을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처벌로 이어지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불공정거래 행위와 제3요인의 영향력 중 어떤 게 더 강하게 작용했는지를 평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부요인이 없었더라면 주가가 어떻게 됐을지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해 조항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요인의 영향 입증 주체 모호…"위헌 소지 여전"

하지만 일부에서는 우려도 있다. 입증 책임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제3요인의 영향력과 불공정거래 행위의 영향력을 비교하는 책임을 피의자에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성희활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당이득 산정 기준이 형사처벌에도 똑같이 적용되는데, 형사소송에서는 검사가 절대적으로 증명 책임을 갖고 있다"며 "검찰이 이를 자의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커보이기 때문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증명하라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입장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검찰이 산정한 부당이득에 대해 피고인 측이 반증을 해야하는데, 이는 입증 책임을 피의자 측에 미루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 위헌성 논란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에서는 입증책임을 미룬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미 자본시장법 통과 당시 '위반행위자 소명 조항'을 삭제해 이같은 우려를 해소했다는 설명이다. 당초 금융위는 이번 법안을 추진할 때 피의자가 '주가조작 행위가 아닌 외부요인이 있는지', '이에 따라 주가가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직접 소명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이 아닌 피고인에 입증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을 받아 이 조항을 빼고 입법을 추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입증책임을 피의자에게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 지금은 양쪽이 다 주장할 수 있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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