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부터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 선제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아직까지 이 제도를 적용한 사례는 없다.
이에 금융당국과 검찰은 최근 과징금 조기 부과가 가능한 기준을 세부적으로 협의했다. 특히 부당이득 규모가 1억 원 미만인 소규모 사건에 대해선 형사처벌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조기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우선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검찰은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수사결과가 확정되지 않아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준을 '부당이득 1억 원 미만'으로 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적발한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혐의자를 검찰에 고발하거나 기소의견으로 이첩한다. 원칙적으로 금융위가 검찰로부터 수사결과를 통보받아야 과징금 등 행정 제재를 확정할 수 있는데 검찰 수사, 재판 등을 거쳐 형사 처벌을 확정하는데 상당 기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작년 1월부터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시세조종 △미공개정보이용 △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 사범에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했다. 아울러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검찰과 협의하면 과징금 부과를 허용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수사가 끝나기 전 행정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길을 처음 열어둔 셈이다.
다만 현재까지 이 조항을 적용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는 0건이다. 기소중지 등 수사결과 확인이 지연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거나, 과징금 부과가 수사·처분 결과와 배치될 우려가 있는 경우 조기 부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국은 선제적 과징금 부과 조치가 수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추후 제재 일관성에 대한 논란이 생길까 신중한 모습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024년 1월 이후 발생한 사건 중 증선위에서 검찰로 넘긴 건은 있지만 수사기관에서 과징금 부과가 필요할만큼 혐의가 뚜렷하다고 판단한 사건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먼저 판단을 내려야 예외 적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와 검찰은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작년 12월 불공정거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조심협)에서 세부적인 운영방안 논의에 나섰고, 이후 후속 조치로 부당이득액이 1억원보다 적은 사건을 1차적 검토 대상으로 삼기로 협의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부당이득 규모가 1억원 미만인 불공정거래 사건은 검찰에 넘긴 직후 또는 1년이 지나도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 검찰과 협의해 조기 과징금 부과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처럼 기준을 부당이득액 1억원으로 설정한 이유는 경미한 사건일수록 검찰로 넘어가더라도 집행유예 이하 처분을 받거나, 아예 불기소 처분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검찰이 금융위로부터 넘겨 받은 사건 중 불기소 또는 기소유예로 종결한 불공정거래 사건은 2022년 8건, 2023년 8건, 2024년 3건으로 집계된다. 금융당국은 재범률이 높은 경미한 사건에 형사처벌 대신 행정제재라도 신속히 진행해 단속효과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양 기관이 협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안에 조기 과징금 부과 사례가 나올지 이목이 쏠린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미한 사건을 기준에 맞춰 체로 걸러내듯 선별하는데 협의를 했다"면서도 "검찰이 개별 사건의 내용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