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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돌아왔다]④목돈 필요한 직접투자…ETF로 눈길

  • 2024.02.12(월) 08:00

일본 증시 관심 커져도 개별 종목 인기는 그닥
100주씩 거래 방식으로 ETF 등 간접투자가 편리
수요 늘어나며 개별업종 집중한 테마형 ETF 늘어

일본 증시가 돌아왔다. 저금리 정책이 증시에 우호적 환경으로 작용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일본 증시 부활을 모두 설명하긴 어렵다. 투자를 통한 가계소득 증대 정책, 주주를 우대하는 기업거버넌스 개혁으로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국민과 외국인투자자의 시선을 확 바꾼 영향도 있다. 약 10년에 걸쳐 이뤄온 과정이다. 일본 증시의 환골탈태를 분석하고, 국내 시장에 주는 시사점을 분석해 봤다. [편집자]

저렴한 엔화, 수출기업의 호실적, 늘어난 개인 투자자 수급,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지난해 일본 증시는 '거품' 없이 단단하게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연초 이후 일본의 대표지수인 토픽스(TOPIX)와 니케이(NIKKEI)225 지수는 각각 7.8%, 7.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7% 상승했으며, 코스피는 오히려 1.7% 하락했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고 싶다면 국내 증권사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최소 100주 이상 거래해야 해 금액 부담이 크다. 이에 투자자들은 1주 단위 거래가 가능한 일본 상장지수펀드(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금융투자업계도 발빠르게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기존 국내 상장 ETF로는 일본 대표지수에만 투자 가능했으나 지금은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종목군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100주 단위로 거래…직접투자 목돈 필요

[일본이 돌아왔다]①편과 ②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역대급 질주를 이어가는 일본 증시의 원동력은 다양하다. 엔저(일본 엔화 약세), 신 일본개인저축계좌(NISA) 제도 개편 등이 수급측면에서 모멘텀으로 작용했다면, 일본 정부가 10년 이상 이어온 기업 거버넌스 개혁은 증시의 체질을 바꾼 원동력이다. 

지난해 일본 증시는 다른나라 증시와 비교해서도 높은 상승률을 보여줬다. 지난해 일본 토픽스 지수는 26.7%, 니케이225 지수는 30.1%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24.7%), 한국 코스피(19.3%)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일본 증시를 향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외화주식 결제 보관금액 상위 5개 시장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하는 외화증권 정보를 살펴보면 소위 일학개미(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투자자)의 비중이 커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21~2022년 국내투자자들의 외화주식 결제금액 4~5위, 보관금액 3위였던 일본은 지난해말 홍콩·중국을 제치고 미국에 이은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관하고 있는 일본 주식 금액은 37억4000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약 11억달러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일본 주식 결제금액도 18억5000달러에서 39억달러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일본 증시 종목을 살펴보면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ETF였다. 4위는 소니 그룹이었으나 이어지는 5위도 ETF가 자리했다.

2023년 국내투자자 일본주식 순매수결제금액 TOP 10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엔화로 미국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ETF 상품이다. 2위는 이보다 만기가 짧은 7~10년 만기 미국채권에 엔화로 투자하는 ETF다. 

지난해 엔화 가치 하락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진 가운데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미국의 금리가 인하하는 상황에 베팅한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가격이 상승해 ETF 가격도 상승하고 이를 엔화로 투자했기 때문에 환율 차익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3위는 일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자리했다. 지난해 일본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투자 관심도가 커진 탓이다. 해당 ETF는 어드밴테스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도쿄 일렉트론 등 일본 반도체 기업을 담고 있다. 

4위까지 내려와서야 개별 주식인 소니 그룹이 있다. 5위도 ETF 상품이다. 10위까지 범위를 넓혀야 화낙, 닌텐도 등 개별 주식이 있다.

이러한 투자 선호도의 배경에는 개별 주식 투자 접근성 문제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증시는 '단원주' 제도에 따라 주식을 1주 단위가 아닌 100주 단위로 거래한다. 따라서 일본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예컨대 소니 그룹의 지난 2일 종가는 1만4475엔(약 13만원)이다. 소니 그룹을 최소 단위로 사들이기 위해서는 약 1300만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일본 반도체 ETF가 담고 있는 어드밴테스트(6137엔, 5만5000원)를 개별로 투자하더라도 최소 550만원이 필요하다.일본증시 전반에 투자한다면…니케이, 토픽스 ETF

이처럼 개별 일본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한 불편함이 있다. 반면 ETF는 1주 단위 거래가 가능해 적은 자금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일본 증시를 ETF로 투자할 때는 대표적으로 토픽스, 니케이225 등 일본증시 전반을 대표하는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고려할 수 있다.

토픽스는 도쿄거래소 프라임 시장에 상장한 모든 주식을 포함한 지수로 도쿄거래소가 발표한다. 국내로 치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주식을 모두 모은 코스피인 셈이다. 상장주식 전부를 포함한 만큼 니케이225보다 산업 구성이 다양하지만 대형주 비중이 작다. 안정성이 높아 보수적인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다만 변동성이 낮기 때문에 기대 수익도 낮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 코스피200처럼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한 토픽스100지수도 발표하고 있다.

니케이225는 일본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가 발표하는 지수다. 도쿄거래소 프라임 마켓의 보통주 가운데 225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높아 상승장에서 토픽스 지수보다 상승률이 높다.

국내에서는 △KODEX 일본TOPIX100 △TIGER 일본TOPIX100(합성 H) △ACE 일본 Nikkei225(H) △TIGER 일본니케이225 상품을 통해 해당 지수에 투자할 수 있다. 일본 증시에도 지수형 ETF가 상장해 있으나 엔화 환전으로 발생하는 수수료 비용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일본 ETF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일본의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에 관심이 생겨 일본 주식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도쿄거래소가 지난해 발표한 'JPX 프라임 150'지수에 투자할 수 있다.

해당 지수는 대기업 중심으로 구성된 프라임 시장 상장기업 중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조건을 충족하는 150개 기업으로 구성됐다. 지수의 평균 PBR와 ROE는 각각 2.3배, 14%로 토픽스(1배, 7.7%)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를 보인다.

JPX 프라임 150지수에 투자하는 국내 상장 ETF는 현재 없다. 따라서 일본 증시에 상장한 'iFreeETF JPX PRIME 150'을 통해서만 투자할 수 있다.다양화하는 일본투자 금융상품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ETF는 4종에 불과했다. 더구나 대표지수형 상품만 존재해 특정 산업군의 상승세를 예상해도 이에 투자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에 최근 금융투자업계는 늘어나는 일본 주식 투자자 수요에 맞춰 개별 업종에 투자하는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반도체 기업에 집중했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3위 종목인 'GLOBAL X JAPAN SEMICONDUCTOR ETF'도 일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8월 한화자산운용은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를 출시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반도체FACTSET',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일본반도체' 등 일본 반도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ETF가 연이어 상장했다.

채권 ETF도 나왔다. 지난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ETF 1위와 2위는 일본 주식이 아닌 미국 장기채권(20년 이상, 7~10년)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이에 KB자산운용은 KBSTAR 미국채30년 엔화노출(합성 H)을 지난해 12월 27일 출시했다. 출시 이후 1개월간 개인이 300억원 순매수했다. 엔화 환전과정 없이 투자가 가능해 수수료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수요가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증권사들도 금융상품 출시를 서둘렀다. 지난해 12월 KB증권은 로봇산업에 투자하는 'KB 일본 로보틱스 TOP 10 ETN'과 소비재 산업에 투자하는 'KB 일본 컨슈머 TOP 10 ETN'을 내놨다. 지난 4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일본 상사기업에 투자하는 '한투 일본종합상사 TOP5 ETN'을 출시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일본증시는 정책에 따른 업종별 등락에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라며 "상반기에는 신 NISA 도입과 함께 배당주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이고 대표 기업으로는 대형 은행, 통신, 상사 등이 있다"고 말했다.

NISA는 국내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같은 개념이다. 일본 정부는 신 NISA 제도를 도입해 금융상품에 투자해 발생하는 이익과 배당금의 비과세 한도를 크게 늘렸다.

최 연구원은 "미국 IT기업과 동조화 기조가 이어질 업체로는 반도체 소재·장비 기업이 있다"며 "엔·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은행, 식품, 내수주가 주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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