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자사주 제도 개선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면서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에 연일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이러한 가운데 지주회사도 주주환원 정책 확대로 주가 재평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6일 보고서를 통해 "주주환원에 적극적이고,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성장성이 부각되는 지주회사들이 주가 재평가의 첨단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주회사는 지나친 저평가로 충분한 안전마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는 자회사 상장에 따른 더블 카운팅, 자체 사업모델 부재, 자산 현금화시 발생하는 세금 등의 이유로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흥국증권 분석에 의하면 국내 지주회사의 순자산가치 대비 평균 할인율은 약 54%다. 회사의 가치보다 절반 수준에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박종렬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의 노력에 따라 시가총액이 보유 지분가치와 커플링(동조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지주회사가 보유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고 회사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할인율은 점진적으로 축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도 개선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되지 않도록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높일 수 있게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기업이 PBR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당 확대 혹은 자사주의 매입·소각을 통한 순자산(자본) 감소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저평가 해소의 첫 단추인 셈이다.
박 연구원은 이상적인 기업지배구조는 공정한 주주환원에서 온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훌륭한 지배구조와 그렇지 않은 지배구조의 차이는 기업성과를 지분에 비례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배분되는 시스템 여부에 달려있다"며 "기업의 결실을 대주주가 독점하는 구조는 더 이상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이는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최대주주와 경영자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인식과 관행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며 "정부가 마련한 제도 위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와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나갈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평가 가치주가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면서 주가가 재평가된 실제 사례를 짚었다.
박 연구원은 "지난해 1월 3690원이던 SK네트웍스 주가는 같은해 9월 7330원으로 8개월 만에 98.6% 상승했다"며 "경영진 교체 이후 자사주 매입·소각, SK렌터카 상장폐지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변화를 시도한 것이 재평가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주환원 정책 외에 지주회사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과제로 우수한 자회사 실적 및 이를 위한 미래 성장 사업 투자를 짚었다. 자회사가 우수한 영업실적을 내면 지주회사의 가치에도 영향을 줘서 주가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종합해 지주회사 중 주주환원율, 자회사 실적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종목도 꼽았다. 해당 종목은 △삼성물산 △HD현대 △동원산업 △현대지에프홀딩스다.
박 연구원은 "시장이 원하는 모습으로의 변신을 추구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과의 주가 차별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