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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매각도 안되는데'…해외부동산 공모펀드 환헤지 연장 '골머리'

  • 2024.02.22(목) 07:00

한투리얼에셋, 자산매각 못한 밀라노펀드 환헤지 2년 연장
헤지비율 100%→80%로 하향…공모펀드 헤지 연장 쉽지않아
은행도 헤지계약 기피…원화가치 하락에 환헤지 또다른 변수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밀라노펀드'의 환헤지 신규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애초 부동산 경기 침체로 환헤지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지만, 계약 기간을 연장하며 한시름을 덜었다. 

환헤지에 실패하면 펀드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고도 추가로 정산금을 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만일 높아진 환율을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하더라도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인 공모펀드의 특성상 헤지 비율 등 조건이 기존보다 더 불리해지기도 한다. 밀라노펀드 역시 헤지 비율을 100%에서 80%로 낮췄다.

밀라노펀드의 사례는 그나마 양호하다. 해외부동산이 단기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환헤지가 공모펀드의 또 다른 수익률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밀라노펀드 환헤지 연장으로 한시름 덜어

22일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지난 15일 한국투자밀라노부동산투자신탁1호(밀라노펀드)에 대한 신규 환헤지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의 만기는 오는 2026년 2월 19일까지다. 

이 펀드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피렐리R&D센터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해당 건물의 지분을 100% 보유한 룩셈부르크 특수목적법인(SPC)의 우선주와 보통주를 담고 있다. 2019년 545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외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미국·유럽 등의 건물을 담았던 펀드들이 상당수 손실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밀라노펀드 역시 파고를 피할 수 없었다. 원래 올해 2월까지 만기였지만 자산 매각이 차질을 빚으면서 결국 작년 11월 만기를 3년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해외부동산 펀드 특성상 청산 시기를 미루게 되면 환율변동 위험에 대비한 환헤지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초 밀라노펀드는 환헤지 계약을 연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이번에 계약을 새롭게 맺으면서 한시름을 덜었다. 다만, 환헤지 비율은 기존 100%에서 80%로 낮춰야 했다. 이에 따라 환헤지금액도 4103만유로에서 3282만유로로 줄었다. 나머지 20%는 '환노출형'으로 운용한다.환헤지 계약 연장 기피하는 은행들

해외에 투자하는 펀드는 통상 환율 변동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과 환율을 고정시키는 환헤지계약을 맺는다. 환헤지형은 환차익을 낼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환율 변수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100만유로 규모 건물에 투자하는 A펀드가 '1유로=1000원'의 환율로 100% 환헤지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보면, 펀드는 은행에 10억원을 주고 100만유로를 받아 건물을 산다. 펀드는 계약이 끝날 때 건물을 매각한 수익 가운데 100만유로를 헤지 은행에 돌려주고 10억원을 받는 구조다. 
        
최근 해외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맞으면서 은행들은 이러한 해외부동산 환헤지 거래를 기피하고 있다. 독일 트리아논 펀드로 알려진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도 지난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의 환헤지 계약이 조기 종료돼 환노출형으로 운용되고 있다. 

특히 공모펀드는 수익자에 개인투자자들이 포함돼 있는 점이 변수다. 추가 정산금이 발생하면, 캐피탈콜(추가 자금출연)을 진행하기 어려운 탓에 헤지 연장도 까다롭다.

추가 정산금은 계약 만기 시점에 원화가치가 외화에 비해 낮아질 때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유로=1000원' 비율로 환헤지계약을 체결하고 100만 유로 짜리 유럽 자산을 담은 펀드가 있다. 이 펀드가 계약 기간 중 건물을 처분하지 못하면 은행에 100만유로를 다시 돌려주지 못하게 된다.

특히 계약 만료 시점 1유로당 원화가치가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면, 시장에서 100만유로를 구하기 위해서 5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때 은행은 과거에 펀드로부터 받은 10억원을 돌려주지 않고 5억원을 더 내라고 요구한다. 

결국 펀드는 정산금을 은행에 납부하기 위해 수익자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수익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펀드의 부채로 잡힌다. 정산 시점에 따라 연체이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원화가치가 더 내려갈 경우 정산액이 더 늘어난다.

이번에 환헤지 계약을 연장한 한투리얼에셋운용은 헤지 비율을 100%에서 80%로 낮춘 배경에 대해 "공모펀드는 일반 개인이 많다보니 수익자 캐피탈콜이 잘 안되는 탓에 헤지 비중을 원하는 만큼 가져가기 쉽지않다"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환 헤지가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헤지 계약 체결할 때 보다 환율이 내려갔다면(원화가치 상승), 오히려 은행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원화 대비 달러화, 유로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펀드에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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