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라는 초대형 이슈가 터진 가운데 당분간 금융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아 시장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밤사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은 NDF시장에서 장중 1440원까지 급등했으며 뉴욕증시에 상장한 아이셰어즈 MSCI한국 상장지수펀드(ETF)(티커명 EWY)는 낙폭이 7%대까지 벌어졌다. 야간선물은 장중 5.48%까지 급락했다.
다만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의결하고, 윤 대통령도 이를 수용하면서 달러/원 환율은 1410원대로 안정됐으며, EWY와 야간선물도 낙폭을 줄였다.
이날 새벽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긴급 거시 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해 금융, 외환시장 불안요인에 대해 시장안정조치가 즉각 가동할 준비를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식,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미 저평가 영역인만큼 관망으로 대응할 것을 추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비상 계엄 선포 직후 해제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 선물 시장 등의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 높다"고 덧붙였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재부, 한국은행 등 당국의 금융시장 안정화조치가 적극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만큼 변동성 증폭의 지속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개장직후 나타날 수있는 투매 움직임에 반응해 포지션을 교체하기 보다는 달러/원 환율 변화를 지켜보며 관망으로 대응하는게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장기적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장 초반에 흔들릴 순있어도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면서도 "이제부터 탄핵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내 외국인투자자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 연구원은 "국가 대외신뢰도에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채권시장은 우리나라 신뢰도와 연결되기 때문에 채권을 빠르게 처분한다면 시장의 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날 평소와 같은 오전 9시 주식시장을 개장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거래소는 "해외에 상장된 한국물의 가격 및 거래상황, 환율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4일 증권시장 및 파생상품시장 등을 정상 운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