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지배구조 개선, 액면분할, 자사주 소각 등 청사진을 제시했다. 고려아연의 주가 수익률 하락 등 주주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이사회가 제대로 된 작동을 하지 못하고 있어 최윤범 회장을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훼손 사례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기자 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은 본질적 가치가 훌륭한 회사인데 비해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주주가 좋은 가치를 누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최윤범 회장이 경영 전면에 들어서면서 고려아연의 주주가치가 떨어졌고 이는 잘못된 의사결정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MBK는 의결권 자문사 ISS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2021년 32%였던 고려아연 총주주수익률(TSR, 배당+주가수익률)이 최 회장 취임 직후인 2023년 마이너스 5%로 음수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고려아연의 TSR 하락의 원인은 지배구조가 나빠 주주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회사 자금이 지속적으로 누수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 회장과 친분이 있는 사모펀드 출자, 본업과 관련 없는 투자, 제대로 된 검증없는 신사업 투자 등으로 약 1조3000억원의 자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최 회장과 사적 친분이 있는 신생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에 5000억원이 넘는 금액의 투자를 집행했다"며 "이그니오홀딩스는 회사 전략 방향상 중요투자처임에도 부실한 인수검토에 과도한 밸류에이션을 적용해 인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투자들이 최 회장이 사장 취임하기 전 5개년(2014~2018년) 평균 수준의 투하자본이익률(ROIC)을 창출하도록 집행됐다면 약 2687억원 규모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고려아연 공개매수 직전 상각전영업이익대비 기업가치(EV/EBITDA) 9.4배를 고려하면 약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 창출 기회를 상실한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MBK와 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이후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주주가치가 훼손된 사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MBK의 공개매수에 대항하기 위해 약 3조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이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시도했으나 시장의 반대 직면하며 중단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고금리 차입을 대규모로 일으켜 실시한 자사주 공개매수는 표면적으로 내세운 주주가치 제고 목적과는 달리 회사의 보유현금을 소진하고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2조5000억원이란 전무후무한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깜짝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커다란 혼란에 빠졌고 고려아연 주주들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가치는 순식간에 폭락했다"고 지적했다.
MBK는 이처럼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면서 향후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가장 먼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 액면분할, 자사주 전량 소각, 배당정책 공시 정례화를 방안으로 내놨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 주가는 일반주주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인데 10대1 분할 한다면 15만원 수준으로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 본다"며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로 사들인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있는데 MBK가 이사회로 진입하면 기존 보유한 자사주를 포함해 모두 소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수주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주주참여 방안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를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 중에서 선임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 소수주주의 경영감시를 활성화할 것이라 설명했다.
또 사외이사 중 주주권익을 보호하는 담당 사외이사를 지정해 주주와 면담하거나 IR에 참석, 주주들의 의견을 이사회에 전달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담당할 이사로는 천준범 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사회 내에 내부거래위원회를 명문화한 위원회로 격상하고 투자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이그니오홀딩스 같은 투자를 할 때 투자에 대해 검증하는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대규모기업집단에 속해 내부거래는 이사회 결의를 받아야 하지만 1인 총수가 영풍 장형진 회장이기에 최 회장의 친인척거래는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며 "공정거래법보다 더 강한 규칙을 적용해 영풍, MBK, 최 회장 등 모든 주요주주와의 특수관계인 거래에 이사회 결의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