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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 서유석 금투협회장, 유동성 지원부터 갈길 먼 디딤펀드까지

  • 2024.12.23(월) 09:30

2023년 취임 서유석 회장, 첫 자산운용 대표 출신
"2023년 자금경색 해소·2024년 밸류업 정책 지원"
"취임부터 강조한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 아쉬워"
법인지급결제 논의 무산…총 13번 해외출장 논란도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그래픽=비즈워치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이 다음 달 2일로 취임 2년을 맞는다. 임기 3년 중 3분의 2가 지나간 셈이다. 서 회장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출신 첫 금투협회장이다. 그는 취임 이전부터 '퇴직연금 명가' 미래에셋 출신답게 '사적연금 시장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삼았다. 그의 숨 가쁜 2년은 어땠는지 되짚어봤다.

서 회장은 최근 비즈워치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레고랜드 발 부동산 시장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했고 올해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발맞춰 업계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다만 연금시장 활성화가 더디고 금투협의 오랜 숙원사업인 법인지급결제 논의가 중단된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업계 일각에선 서 회장이 지난 2년간 13번의 해외출장을 다녀온 점을 지적하며 '외유성 출장'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서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4'에 다녀온 시점은 태영건설 등 부동산PF와 홍콩ELS 사태 등으로 금융 시장이 어지러운 시기였다. 더불어 13번의 출장 중 5번은 협회 차원에서 알리지 않은 '비공개 출장'으로 나타났다. 서유석 회장 "PF 자금경색 해소 지원…밸류업 발 맞춰"

서유석 회장은 지난 1988년 대한투자신탁(현 하나증권)에 입사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1999년 미래에셋증권으로 옮겨 미래에셋증권 마케팅본부장, 리테일사업부 대표, 퇴직연금추진부문 대표를 역임했다. 2010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 2012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부문 대표, 2016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2022년말 제6대 금투협 회장 선거 당시 '첫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으로써 "증권과 운용을 두루 섭렵한 경험을 활용,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두 업권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 회장의 취임 첫해인 2023년초는 레고랜드 개발을 맡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물 신용경색 사태가 금융업계를 뒤흔들고 있던 시기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도 금융투자업계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서 회장은 2023년 취임사에서 '자본시장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당시 "자본시장 안정화 지원을 위해 단기자금, 부동산 PF 시장 모니터링과 정부, 유관 기관과의 공조 확대로 위기 극복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금투협은 당국·금융업계와 협조해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2023년 5월 만기 예정이었던 프로그램을 2024년 2월까지 연장 운영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2022년도 레고랜드 사태로 2023년 초 자금 시장이 완전히 마비 상태였다"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중심으로 PF-ABCP에 대해 매입 확약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 PF-ABCP 매입을 신청해 현금을 빌려 쓴 경우는 많지 않지만, 금융시장에 믿음을 줬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별도로 금투협은 증권업계와 함께 지난 9월 PF 연착륙 지원을 위해 3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도 참여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해당 자금은 PF 사업장 대출채권 매입, 신규사업장 PF 대출, 부실채권(NPL) 투자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재구조화하고 사업성이 충분한 사업장에는 유동성을 공급,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연착륙 대책에 동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금투협은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업계 의견을 모았다. 금투협은 지난 5월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리서치센터장 △운용사 임원 △증권사 임원을 대상으로 각각 간담회를 개최했다. 또 밸류업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일본의 요시오 호리모토 금융청 국장을 초대해 일본의 자본주의 정책에 대한 성과를 듣는 시간도 가졌다.

금투협 관계자는 "서 회장의 공약에 '기업 밸류업 방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의미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얘기해 왔다"며 "정치권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은 만큼 우리 협회도 자본시장 밸류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 "디딤펀드 저금리 시기 빛 볼 것"...아직은 갈길 멀어

서 회장은 취임 2년 소회를 묻는 질문에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가 미진한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꾸준히 확대하는 추세지만 아직 설정액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에 묶여 있다. 퇴직연금 상품은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나뉘는데, 국내에는 원리금보장형에 투자하는 비율이 90%에 달한다.

이에 서 회장은 원리금보장 위주의 투자자가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실적배당형으로 가기 전 '디딤돌' 역할을 하는 중위험·중수익 펀드가 필요하고 판단, 지난 9월 디딤펀드 출시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냈다. 디딤펀드 이름인 '디딤'도 서유석 회장이 직접 지었다. 서 회장을 상징하는 대표 정책인 셈이다.

디딤펀드/로고=금투협 제공

서 회장은 본지에 "임기 내에 결실을 보기 위해 디딤펀드를 출시한 것은 아니다"며 "디딤펀드는 향후 저금리 시기에 빛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디딤펀드에 디폴트옵션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단점을 꼽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디딤펀드는 서 회장의 임기가 끝나면 추진력을 잃는 사업"이라면서 "서 회장이 디딤펀드에 대한 디폴트옵션 승인까지 끌고 가야 디딤펀드가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은행권 취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관건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은행권과 협의해 디딤펀드 취급 범위를 넓히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지만, 은행권에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는 관심 밖일뿐더러 (디딤펀드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도 물어본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법인지급결제 또 무산...'업계 목소리 소극적 전달' 지적도

금투협의 오랜 숙원사업인 법인지급결제가 무산된 점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증권사가 지급결제를 할 수 있는 대상은 개인으로 한정된다. 증권사 법인의 지급결제를 허용하면 기업이 증권사 계좌를 통해 월급을 지급하고, 판매 대금 등을 결제할 수 있다. 법인지급결제 허용시 증권사는 개인 고객 유치는 물론 기업금융(IB) 확대도 가능하지는 셈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가 끝나면서 법인지급결제 논의가 지지부진해졌다"며 "당시 추후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 법인지금결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법인지급결제는 금투협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증권사들은 2006년 자본시장법 제정 당시 법인지급결제를 위해 지급결제망 특별참가금 명목으로 4000여억원을 금융결제원에 지불했다. 또 금투협은 3대 회장인 황영기 전 회장(2015년~2018년) 시절부터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허용을 촉구해 왔다.

그러나 장장 20년여 동안 이렇다할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어 업계 아쉬움이 쏠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 법인지급결제 등과 관련해 여러 증권사에서 금투협을 통해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을 대변하는 금투협이 업계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하는 데 소극적인 것 같다"고 의구심을 표했다.두 달에 한 번 해외출장... 외유성 출장 논란도

외유성 출장 논란도 일었다. 비즈워치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서 회장은 취임후 지금까지 1년 11개월간 총 13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두 달에 한번 꼴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을 누볐다. 그러나 13번의 해외출장 중 5번은 보도자료조차 배포하지 않았다. 

가령 서 회장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다녀왔으나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당시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글로벌 기관투자자들과 중동 지역에 방문하면서 서 회장이 동행한 것으로만 알려졌다. 같은 달 미국과 인도도 있었지만, 서 회장과 업계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벤치마킹 트립 대표단이 미국에 다녀왔다는 사실만 알리고 인도 출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서 회장의 해외출장에는 금융투자협회장 선거권을 가진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동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투협회장은 다른 금융업권과 달리 회원사의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는 업계 CEO 15명이 함께 했는데 외유성 출장 아니냐는 구설에 올랐다. 금투협과 CES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을뿐더러, 당시 태영건설 등 부동산 PF와 홍콩 ELS 사태 등으로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의 근거다.

이와관련 금투협 관계자는 "CES에서는 혁신적인 신기술을 모두 접할 수 있어 국내 증권사가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올해 4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도 방문했다. 업계 CEO 19명이 동행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CPPIB는 정부로부터 온전히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운용 수익률'만을 목표로 운영하는데 이는 한국이 배워야할 점"이라며 "해외 연금기관과 증권사 등을 출장을 통해 시사점을 얻고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취임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7번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횟수로만 보면 서유석 금투협회장과 비슷한 추세다. 다만 정은보 이사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글로벌 프로모션(총 3회) 등 거래소 당면 과제와 관련한 출장이 많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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