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자본시장 키워드는 단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다. 올해 2월 금융당국이 추진 계획을 밝힌 이후 '총선용 정책'이란 비판도 있었지만, 하반기 들어 밸류업 공시를 시작했고 밸류업 지수·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도 연이어 나왔다.
금융당국 주도로 추진해온 밸류업 프로그램은 강제성이 없어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평가가 여전히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주주를 의식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밸류업 정책이 의미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밸류업과 연관해 관심을 커진 상법 개정 역시 추진 자체만으로도 국내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두산그룹 합병 철회는 투자자들과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나온 결과로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 사례라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이정빈, 이민재 연구원)은 18일 보고서에서 밸류업 정책의 성과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분석했다. 두 연구원은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절반은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일단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자체만으로도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봤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은 주가 상승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이를 위해 기업들의 주주환원과 지배구조 투명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흐름은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중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2월 밸류업 1차 세미나를 개최했고 5월에 2차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이어 7월부터 본격적으로 밸류업 공시를 시작했다. 9월에는 밸류업 지수를 출시했고 연이어 밸류업 ETF도 선보였다.
이정빈, 이민재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 추진 이후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는 은행주의 주가 상승 모멘텀(향후 주가 지표)이 두드러졌다"며 "메리츠금융지주, NH투자증권 등의 종목들은 지금까지도 주가상승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개정안 논의 역시 국내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두산그룹 계열사 합병이 무산된 사례를 꼽았다.
이정빈, 이민재 연구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상법개정안 통과 가능성은 불확실하지만 두산그룹 사례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투자자들의 권리 보호와 금융당국의 개입을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결합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결국 상법 개정 추진만으로도 기업경영자, 투자자, 정부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냈고 앞으로도 상법개정 추진은 한국 기업가치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들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밸류업 지수 개선,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기 위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밸류업 공시 참여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정빈, 이민재 연구원은 "정부도 밸류업 이행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하고 밸류업 지수도 기업가치제고가 이루어질 종목들을 반영하는 개선이 필요하다"며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면 다양한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주가 상승과 시장가치 증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만큼 기업들도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담은 밸류업 공시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