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와 관련, 영풍·MBK파트너스에 무게를 실어주는 의안 분석 보고서를 내면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의 표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ISS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사수의 핵심인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반면 영풍‧MBK 측에서 내놓은 집행임원제도에 대해선 찬성했다. 또 이사 선임건에서는 영풍‧MBK측 사외이사 후보 4명에 대해서만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고려아연이 내세운 사외이사 후보 7명과 영풍‧MBK연합이 제안한 나머지 10명의 후보에는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가 9일(현지시간) 기관투자자들에게 보낸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의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ISS는 고려아연이 제시한 집중투표제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집중투표제 안건을 제안한 유미개발(고려아연 지분 1.63% 보유)을 언급하며 "유미개발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대주주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주주의 권리 보호와 다양한 주주의 의견 반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ISS는 "집중투표제는 일반적으로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영풍·MBK측이 추구하는 고려아연에 대한 변화와 영향력을 희석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집중투표제가 현 경영진(최윤범 회장 측)이 선호하는 이사후보를 선임하고 이를 통해 MBK·영풍 측이 추구하는 바를 약화시키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ISS는 영풍‧MBK가 제시한 집행임원제도에 대해선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제안한 집행임원제도에 대해 수용할 뜻을 밝힌 바 있다.
ISS는 또 영풍‧MBK가 후보로 제시한 후보 14명 가운데 4명(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에 대해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ISS는 "이 후보들은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고 이사회 논의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데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권 분쟁과 같은)중요한 시점에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감독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다만 ISS는 영풍‧MBK가 제안한 총 14명의 후보 가운데 경영권 분쟁의 '키맨' 중 한 명인 강성두 영풍 사장을 비롯해 나머지 10명에는 반대를 권고했다. 또 고려아연이 후보로 올린 7명의 사외이사 후보도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ISS는 "과반수 투표 규칙(보통결의)에 따라 4명의 영풍‧MBK측 후보자만 지지한다"며 "고려아연 전체 이사회 규모 역시 16명으로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즉 영풍‧MBK측 4명의 이사후보에만 찬성하고 전체 이사회 규모도 19명이 아닌 16명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적절한 이사회 구성원 수를 16명으로 제안한 ISS는 일단 고려아연이 제시한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변경 안건에는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이사회를 19명으로 제한하면 현재 과도하고 기능장애가 있는 이사회에서 나올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도 피하고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6명으로 재구성된 이사회는 더 민첩하고 기능적이며 새로운 관점으로 견고한 토론을 이어나가고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의 강력한 영향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영풍‧MBK측에 유리한 쪽으로 의결권 행사 권고를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