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영풍의 의결권 제한이라는 목적 하나를 달성하기 위해 오징어게임 상금(456억원)보다 더 큰 575억원을 의결권도 없는 주식을 사는데 날려버렸는데 이해하기 어렵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용산구 그랫트하얏트서울에서 취재진과 만나 고려아연의 해외계열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영풍 주식 575억원을 매입한 것과 관련, '오징어게임'에 비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본인이 지배하는 영풍정밀 및 친인척이 보유한 ㈜영풍 지분을 해외계열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575억원에 매각, 상호출자 구도를 만들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28.98%)을 무력화시키려는 카드를 꺼냈다. ▷관련기사:최윤범, 한밤의 기습 반격…고려아연 임시주총 파행 예고(1월22일)
고려아연 측은 상법(제369조 3항)을 근거로 고려아연의 해외자회사(지분관계상 손자회사이나 상법 제342조의2 규정으로 자회사 분류)인 SMC가 ㈜영풍 지분 10% 이상을 취득했고, 이로인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상호주'(두 회사가 서로 지분을 가진 형태)에 해당해 의결권이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의 주장에 대해 MBK·영풍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규정은 해외법인이자 유한회사인 SMC는 적용되지 않다고 반박했다.
설령 고려아연의 주장이 맞더라도,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 의결권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SMC가 575억원을 지불하며 매입한 ㈜영풍 지분의 의결권도 없다.
의결권도 없는 주식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매입한 셈이다. 김광일 부회장의 '오징어게임' 발언도 이런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제련회사(SMC)가 왜 의결권도 없는 주식(영풍)을 사는 데 575억원을 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최윤범 회장 측은)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하고 싶었는데 이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말도 안 되는 의결권 제한을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최윤범 회장 개인돈으로 매입했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왜 회삿돈을 사용하느냐. 옳지 않다"고 했다. 아울러 최윤범 회장이 이날 임시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본인이 회사를 경영할 적임자라면 주총장에 나왔어야 한다. 저는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대표로서 나왔다"며 "최 회장이 나오지 않은 것은 주총이 파행되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개회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임시주총은 아직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일부 주주의 위임장이 중복으로 제출돼 재확인하는 과정을 이유로 지연되고 있다.
다만 위임장 확인작업을 마치고 주총 개회선언을 하더라도 유효 의결권 문제를 놓고 MBK·영풍측의 강한 문제제기가 예상돼 정상적으로 주총이 흘러갈 지 미지수다.
김광일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주장하는 영풍의 의결권 제한에 대해 우리는 인정하지 않아 항의는 하겠지만 주총 진행을 강력하게 막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내 주주총회에서는 의장의 권한이 강력하기 때문에 임시주총의 폐회는 막기 어려울 것이지만 추후 법적조치는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다시 주총이 열린다면 집중투표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이 경우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한 상황이 되는데 임시주총 파행을 이유로 들어 다시 집중투표를 통한 이사선임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다른 장소에서 별도의 고려아연 주총을 열어 안건을 처리한 후 법원에 유효성 판단을 맡기는 상황까지는 나오지 않을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오늘 주주총회 상황을 봐야 하겠지만 별도 주주총회 개최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며 "의장이 편파적인 진행을 할 때 별도 주총을 고민할 텐데 이번 주총은 편파 진행보다는 의결권에 대한 해석의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