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이후'라고만 시행 시점을 예고했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공시가 언제 시행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영국, 미국, 캐나다, EU(유럽연합) 등 주요 해외 국가들도 아직 ESG공시제도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으므로 우리나라 역시 내용과 시기를 다시 검토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본래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공시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2026년 이후로 시행하겠다며 구체적인 시행시점을 알리지 않은 채 또 다시 언제 시행될 지 알 수 없는 안갯속에 빠졌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ESG금융추진단 제5차 회의를 열고 ESG공시 관련 해외 동향 및 국내 추진 내용을 논의했다. ESG금융추진단은 2023년 2월 출범한 협의체다. 이날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산업부, 환경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학계,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EU 집행위원회(EC)가 올해 2월 말 기업부담을 고려해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옴니버스 패키지 방안을 발표했다"며 "임직원수 1천명 이하 기업 등의 공시를 면제하고 공시 적용대상기업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비상장 EU대기업 등이 공시시점을 2년 유예하고 공시기준도 간소화할 예정"이라며 "일본은 2027년부터 공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고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상당수 주요국에서도 아직 공시제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ESG공시는 EU가 지속가능성정보 공시지침(CRSD)을 제정한 이후 프랑스 등 19개국에서 해당 지침을 자국 법규에 반영해 올해부터 공시를 시작한 상태다. 다만 EU는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를 완화했고 공시시점 유예 및 적용대상 축소, 공시기준 간소화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도 2027년부터 프라임시장 상장기업 중 시가총액 3조엔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ESG공시를 추진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그 밖에 영국, 미국, 캐나다 등 다른 국가들도 아직 공시제도를 확정하지 않았다.
금융위는 해외 상당수 국가들이 아직 ESG공시를 확정하지 않았고 시행시기 및 적용 대상 등도 축소하는 만큼 우리나라도 해외 국가들의 추진상황을 보고 ESG공시를 추진한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26년 이후부터 시행할 예정이었던 ESG공시가 더 뒤로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EU를 비롯한 국제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 논의가 진전은 되고 있지만 아직 변동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특성을 고려할 때 공시기준과 로드맵에 대해 주요국 동향을 좀 더 보아가며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위원장은 "EU의 역외기업(EU내 순매출이 4억5000만유로 이상이며 EU 내 자회사가 대기업 등인 제3국 기업)에 대한 공시 의무화 시기가 2029년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의 역외기업에 대한 공시의무화 시기를 반영해 최초 공시 시행시기를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5차회의에서는 ESG공시 범위에 관한 논의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공시하되 재무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자회사는 제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공급망 전체를 온실가스 배출 감축 대상으로 삼는 방식인 스코프(Scope)3에 대해서도 국제정합성, 기업 부담 등을 이유로 일정기간 공시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