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법안심의에 이목이 쏠린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에 대한 지적에 "제로베이스에서 토론해 국익에 도움이 되고 배당도 촉진할 방안이 무엇인지 국회와 논의해 방향을 잡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당초 7월에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고배당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의 경우 2000만원까지 14% 세율을 적용하고 3억원까지는 20%, 3억원 초과는 35%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분리과세 대상 고배당 기업은 △배당성향 40% 이상인 상장사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보다 5% 많은 배당을 한 상장사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런 요건의 불합리함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면서 대부분의 정부안이 손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도세율보다 높은 최고세율...대주주 배당요인 떨어져
7월 세제개편안 발표 후 시장에서 가장 크게 실망했던 분리과세 '세율' 부분은 햐항 조정 의견이 거세다.
정부안 분리과세 최고세율 35%는 소득세 법정 최고세율 45%보다는 낮지만 각종 감면 등을 반영한 소득세 실효세율 39%와는 4%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대주주 주식양도세율이 25%인데, 이보다 배당세율이 높으면 (배당) 의사결정자인 지배주주 입장에선 여전히 배당할 이유가 없다"며 양도세율 수준으로 세율을 낮출 것을 주장했다.
앞서 이 의원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배당소득 분리과세방안도 3억원 초과 최고세율을 25%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도 주식 양도세율과의 형평에 맞춰져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10월에 낸 '주식투자소득에 대한 과세합리화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배당소득과 주식양도차익은 모든 주주에게 귀속되고 소득원천이 같으며 배당정책에 의해 어느정도 상호 대체, 이동의 가능성이 높은 소득인데 각기 다른 세제를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8월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해 "조세중립성 측면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35%를 동일 구간 자본이득세율(양도세율) 25%와 일치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현재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배당소득 분리과세 방안들도 대부분 정부안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 지난 8월 이후 발의된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안과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안, 같은 당 박성훈 의원안 모두 이소영 의원안과 같이 배당소득 최고세율을 25%로 잡았다. 주식 양도세율과 같은 세율이다.
이와 관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 15일 삼프로TV와의 인터뷰에서 "25%정도로 낮춰야 배당을 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며 "배당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전향적으로 논의해주면 일부 조정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이게 고배당이라고?"...배당 유도 효과 없는 분리과세 기준
분리과세 대상인 고배당 기업을 규정하는 기준도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안은 배당성향 40% 이상인 상장사 또는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금이 최근 3년 평균보다 5% 많은 기업에서 받는 배당금이 분리과세 대상이다.
배당성향 40%는 문턱이 너무 높다는 문제도 있지만, 다른 조건인 배당성향 25%이면서 최근 3년평균 대비 5%의 배당액 증가는 대부분 상장사들이 해당돼 오히려 배당 활성화라는 정책성과를 유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소영 의원은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안에는 입법적인 오류가 있다"며 "매년 배당금 기준 2.5% 수준만 올리면 기존 배당까지 전액 감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물가상승률만큼만 배당을 올리면 되는데 누가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정부안대로 배당성향 25%이면서 최근 3년간 매년 주당 100원씩 배당한 기업이라면 첫 해에 105원, 그 다음해에는 106.7원만 배당해도 분리과세 대상이 된다. 실질적으로 물가상승률수준인 연 2.47%만 배당금을 늘려도 돼 배당을 장려하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안의 경우 2026사업연도부터 적용해 결산배당이 정해지는 실제 2027년 3월(12월말결산법인 기준)에서야 분리과세 대상이 확정된다는 문제도 있다.
100원씩 배당하던 기업이 내년에 50원으로 배당을 줄이면 직전 3년 평균배당만 5%를 넘기면 되기 때문에 2027년에는 88원만 배당해도 5% 배당금 증가요건에 부합한다.
이에 대해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집행부분은 일정을 당기고 싶었지만 세정상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어 한해를 미뤘는데 현재 대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정부안 입법 과정서 수정 불가피...배당성향 기준도 관건
정부가 사실상 문제있는 법안을 설계한 것인데, 이를 입법 논의과정에서 수정해야하는 상황이 되면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이 대폭 줄어든다는 오해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금이 5% 증가할 수 있는 기업은 현재 상장사 대부분에 해당할 수 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지난달 분석 발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 시뮬레이션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들 중 배당성향 25% 이상 기업은 519개사에 이른다.
이들 회사의 경우 특별한 배당성향 상향 없이도 물가상승률만큼만 배당을 늘리면 세제혜택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소영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배당금 증가요건은 배당을 전혀 유인할 수 없는 '악법'"이라며 "심의과정에서 삭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역시 세제개편안 마련 당시 세수감소 부담 때문에 세율을 35%로 설계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상장사가 포함돼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 배당금 증가 조건을 만든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기재부도 이에 대한 입법미비를 인정하면서 3년평균 배당금의 5% 증가 요건은 삭제될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에 배당성향 조건은 분리과세 대상 선별을 위해 더욱 중요한 요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안인 배당성향 40% 이상은 너무 좁고 25%는 범위가 너무 넓어 중간 수준에서 합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소영 의원과 김현정 의원의 안은 배당성향을 35%로 정하고 있고, 박수민 의원, 김미애 의원의 안에는 배당성향 제한 자체가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주식의 평균 배당성향이 20~30% 수준인데, 평균적인 상장사들을 다 포섭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정부·여당에서는 배당의 증가라는 정책목표와 함께 세수감소에 따른 부담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35% 안팎의 수준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여당 내 반대 의견도 여전...절충점 찾을까
이소영 의원 등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에 적극적인 의원들이 배당 분리과세에도 앞장서고 있지만 여당 내 반대의견 또한 여전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진성준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부분은 지도부에서 논의중인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지금 배당 분리과세를 도입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앞서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주도하면서 당내 감세반대론에 앞장선 바 있다.
여당 내에선 본격적인 법안심사에 앞서 당내 갈등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이다. 이소영 의원과 함께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인 김영환 의원은 29일 배당 분리과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배당 분리과세 논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말씀 드릴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 세제개편안과 국회의원들의 의원 입법으로 발의한 세법들을 심의할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오는 11월 둘째주로 예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