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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거물 굴곡의 5년

  • 2013.11.03(일) 19:41

이석채 회장, KTF 합병 등 '저돌적 리더십' 보여줘
낙하산 논란, 사업 부진 '아킬레스건'..KT 격랑속으로

이석채 KT 회장을 빼놓고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을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IT 산업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KT의 이 회장이 있었고 크고 작은 논란의 한복판에도 그가 서 있었다. 그러던 이 회장이 전방위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의를 표명하면서 KT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또다시 '5년마다 CEO 교체'가 되풀이되는 혼란에 빠졌다.

 

지금의 이석채 회장의 퇴임 상황은 5년 전 남중수 전 사장이 검찰 조사를 계기로 퇴진했던 때와 거의 흡사하다. ‘새정부 출범→ 검찰 비리 수사→CEO 자진 사퇴’라는 과정이 또한번 재현된 것이다. 

 

이 회장은 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거쳤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KT 사령탑에 오른 이 회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에도 아랑곳 않고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 이석채 KT 회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달 22일 1차로 KT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분당 정자동 KT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이 회장의 저돌적인 리더십은 KT 수장에 오르자마자 시작됐다. 이 회장은 2009년 1월 취임 일주일만에 이사회를 통해 KTF와 합병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후 합병작업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사회 승인 두달만에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석달 뒤인 5월에 통합 작업을 마무리했다. KTF와 합병은 오랜 숙원 사업이었으나 경쟁사가 반발하고 있었고 조직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엄두를 못냈던 것이나 이 회장의 밀어붙이기식 스타일로 단숨에 진행된 것이다.


이 회장은 그해 연말에 애플 '아이폰'을 국내에 도입해 통신 업계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있는 아이폰이 상륙하면서 삼성·LG전자 등 국내 제조사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들은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었으나 '아이폰 쓰나미'를 상대하기에는 벅찼다. 결국 아이폰 도입 초기 삼성·LG전자는 국내 시장을 애플에 그대로 내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폰 도입은 결과적으로 삼성·LG전자를 지금의 세계적인 스마트폰 제조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도 지휘했다. 공기업 시절 비대해진 조직 군살을 빼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 회장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감축을 실시했고 본사 직원들을 영업 일선에 배치했다. 30년 동안 유지해온 호봉제를 폐지하고 모든 직원에게 연봉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악명높은 퇴출 프로그램 탓에 거리로 내몰린 직원들이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하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 문제는 이 회장의 실정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회장 본인이 대표적인 'MB맨'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 회장 체제에서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이춘호 초대 여성부장관 후보자 등 MB정부의 인사들이 내려왔다.


경영상 실패는 이 회장 최대의 아킬레스건이다. 이 회장은 카드와 렌트카 등 통신과 관련 없는 사업들을 인수하면서 KT 몸집을 불려왔으나 정작 주력인 통신 분야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KT는 지난 7월 사상 최초로 141억원의 월간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이 회장은 '제주 7대 경관 국제전화 사건', '8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등 많은 의혹의 당사자로 거론돼왔다.

 

이 회장은 취임 3년 만인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 임기는 오는 2015년 3월까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이 대규모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이 계속되면서 이 회장 거취 문제가 반복적으로 불거졌다.

이 회장은 올 상반기에도 퇴진 문제로 한바탕 곤혹을 치뤘다. 새 정부 들면서 사퇴를 종용했다는 루머가 나오는가 하면 참여연대가 고발하면서 이 회장이 물러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 이에 대해 KT측은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검찰이 KT 사옥과 임직원 주거지 등을 대상으로 2차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이 거세지자 결국 이 회장은 스스로 자리를 내놓기로 했다. 이 회장이 물러나기로 결정하면서 '선장'을 잃은 KT는 격랑 속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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