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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황’의 과제]④계열 솎기, 발등의 불? vs 강 건너 불?

  • 2013.12.27(금) 11:53

50여개 계열사중 41% 적자..20곳 자본잠식
비통신 계열사들 통합·정리로 시너지 내야

이석채 전임 KT 회장의 업적 가운데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것이 ‘비통신 계열사 확장’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회장이 추진했던 공격적 확장이 결과적으로 주력 통신 사업의 경쟁력을 훼손시켰다고 지적한다. 반면 내수에 기반한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다른 분야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것 자체는 옳다는 평가도 있다.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가 전임자의 전략을 승계할 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임 회장, 위기에서 꺼내든 ‘탈(脫)통신’

 

이 전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KT와 KTF 합병을 추진하며 유무선 통합을 진행했다. KT가 가진 막강한 인프라를 활용해 사업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또한 대규모 자산을 동원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계속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9월말 기준 KT의 계열사 수는 모두 52개에 달한다. 최근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서류상회사(페이퍼컴퍼니) 형태로 일시적으로 하나 추가되면서 11월말 기준으로는 53개로 늘었다. 이 전 회장 취임(2009년 1월) 직전인 2008년 11월말 30개였던 것에 비춰보면 거의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 전 회장은 통신 시장 위기 속에서 '통신 공룡' KT를 부활시키기 위해  '탈(脫)통신' 전략을 꺼냈다. 비통신 분야의 투자를 통해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KT는 통신사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사업이 다양해졌다. 계열사에는 정보기술(IT)과 솔루션 등 통신과 관련 있는 업체도 있으나 신용카드와 렌터카, 부동산, 경비, 야구단 등 통신과 거리가 먼 곳도 있다. KT의 계열 확장 전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쉬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계열사들 성적을 살펴보면 실적이 부진하거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기업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지난해 KT 계열사 가운데 적자를 낸 곳은 KT M&S 등 23곳이다. KT 그룹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1%가 적자 기업이라는 얘기다. 이 가운데 통신기기 유통업체인 KT M&S는 지난해 7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밑도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의 계열사는 KT 링커스 등 16곳이나 된다. 자본금을  모두 날리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곳도 지하철 역이나 전동차 내에 광고를 구축하는 스마트채널 등 4곳에 달한다. 전체 계열사 가운데 36% 가량이 재무 건전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중단된 계열사 통합 작업 계승해야”

 

그러나 비통신 계열사 확장이 KT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도 부인할 수는 없다. 지난 2011년 차세대 유망 분야인 동영상 검색에서 기술력을 가진 엔써즈를 사들인 것처럼 KT가 비교적 잘 발굴한 사례로 평가받는 계열사들도 없지 않다. 아울러 비통신 사업 덕에 KT 주력 사업의 부진이 만회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KT 성적표 상에서 주력인 통신 사업 부진을 비통신 영역에서 메꾸는 ‘착시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KT의 올 3분기 실적을 보면 개별매출은 4조151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 감소했다. 게다가 영업이익은 32% 줄어든 470억원에 머물렀다. 반면 연결기준으로는 비록 매출은 7.3% 감소한 5조734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078억원으로 무려 22.7% 증가했다. 주력 사업의 매출이 줄었으나 영업이익이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은 통신보다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KT렌탈 등 비통신 분야 계열사의 영업이익 기여가 컸기 때문이다.

 

통신을 넘어 비통신으로 승부를 거는 것은 KT를 포함한 모든 통신사의 과제였음을 감안하면 KT의 공격적 M&A 전략 자체는 재평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SK텔레콤은 '통신과 반도체 시너지'를 위해 하이닉스를 인수했고, LG유플러스도 소셜커머스와 모바일광고 등으로 활력을 모색했다. 

 

이에 따라 황 내정자는 주력인 통신사업의 경쟁력 회복과 함께 탈통신의 과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황 내정자가 해야 할 일은 자회사들을 모조리 쳐내는 것이 아니라 통신과 연관이 있는 곳들을 묶어야 한다"라며 "황 내정자는 수익을 못 내거나 문제가 되는 계열사를 일부 정리하면서 전임 회장의 계열사 통합 작업을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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