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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세 화두]①제 잘난 맛에 얼치기 흉내만..

  • 2014.10.07(화) 15:18

스마트홈 사업, 10여년 전부터 한창
시장 안열린 주배경엔 주도권 다툼
기득권 버리고 공유해야 파이 커져

구글, 애플,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 ICT 기업들이 요즘 부쩍 공을 들이는 사업이 하나 있다. 바로 '스마트홈(Smart Home)'이다. 스마트홈은 스마트가전, 스마트카, 에너지관리, 헬스케어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대부분의 영역에서 융합이 가능하다. 시장 전망도 장밋빛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인 주니퍼 리서치(Juniper Research)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2012년 330억달러에서 2018년 7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겉으로만 분주할 뿐 이 신사업은 저마다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홈 산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살펴봤다.[편집자]

 

 

2002년 5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영국의 헤롯백화점에 LG전자 임원진을 비롯해 현지 언론, 주요 딜러 200여명이 모였다. LG전자가 업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홈네트워크(Home Network) 시스템을 보기 위함이다. LG전자는 유선 인터넷 접속을 통해 가전제품끼리 네트워크로 연결, 원격제어·정보활용·모니터링 등 복합적 기능을 수행하는 홈네트워크 제품군을 선보였다.

 

일례로 `아빠의 생일상을 준비하라'는 미션이 내려지면 아들과 딸은 냉장고에 붙은 단말기로 인터넷에 접속, 조리법과 재료 정보를 다운로드 받는다. 재료는 인터넷으로 인근 백화점에 주문해 배달받고, 조리 역시 조리시간과 온도 등이 자동입력된 전자레인지에 맡기는 방식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전 등장했던 스마트홈의 모습이다. 당시에도 LG전자는 24시간 작동되는 냉장고를 홈서버로 삼아 드럼세탁기, 전자레인지, TV 등 다른 가전제품들과 연결,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한 가지 차이점은 요즘에는 무선통신이 발달했지만 당시엔 일반 전력선으로 인터넷 통신이 가능한 PLC(전력선 통신) 방식을 썼다는 점이다.

 

이처럼 스마트홈 사업은 십여년 전부터 업계의 화두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동분서주할 뿐 아직까지도 시장은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주도권 싸움은 그만 '공유가 답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업계간 주도권 다툼이다. 스마트홈 사업에 얽힌 산업군은 가전, 통신, 플랫폼, 인터넷포털 등 다양하다. 여기에 헬스케어, 자동차, 에너지관리, 보안 등 구체적인 사업군으로 들어가면 해당 전문업체들까지 달려들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스마트홈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주도권 다툼이 생기다 보니 서비스에 한계가 생기게 마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만족도가 떨어지는 반쪽짜리 서비스인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헬스케어 분야다. 스마트홈 헬스케어를 위해선 원격진료가 필요한데, 이는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카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업체들의 스마트카 개발이 속도를 내자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도 ICT 개발자들을 영입, 자체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가전, 통신, 플랫폼 업계들도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 안간힘이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공유와 협업를 내세우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공유는 아니다. 저마다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속내를 숨기고 있을 뿐이다. 가전업체 간에도 문제점은 노출되고 있다. 한 가정내 가전 브랜드가 한 가지로 통일된다면 모를까 세탁기는 A사, 냉장고는 B사, TV는 C사 제품을 쓰는 가정에서의 스마트홈 서비스 구현은 현재로선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은 통신기술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망라한 포괄적인 기술서비스이기 때문에 일부 업체가 잘한다고 또는 주도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면서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사업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기술표준도 병행되어야 한다. 업계간 기술연계가 이뤄져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 SK텔레콤이 11개 가전∙홈기기 제조사들과 스마트홈 서비스 제공 및 연동 제품 개발을 위한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사진=SK텔레콤]

 

◇넓혀가는 협업 지도 '아직 멀었다'

 

최근 SK텔레콤은 가전·홈기기 제조사들과 손잡고 스마트홈 사업에 나섰다. 협업에 참여한 업체는 경동나비엔(보일러), 게이트맨(도어락), GE라이팅(조명), 위닉스(제습기), 모뉴엘(로봇 청소기), 대성셀틱(보일러), 유진로봇(로봇청소기), 타임밸브(가스차단기), 오텍캐리어(에어컨), 금호전기(조명), ipTIME(WiFi공유기) 등이다.

 

SK텔레콤은 이번 협약을 통해 자사의 통신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경험을 국내 제조사들의 기술력과 접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제휴사별 시장 주력 제품에 스마트홈 기능을 우선 적용하고, 별도장비 구입없이 유무선 공유기만 있으면 사용 가능하도록 구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SK텔레콤 역시 소비자들이 가정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냉장고, 세탁기, TV 등의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LG전자와의 협업에는 한계를 보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자체적으로 스마트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 스마트홈 시장이 본격화되면 자연스럽게 이들 업체와도 협업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 신재욱 책임연구원은 "스마트홈 시장은 잠재적인 경쟁 리스크로 인해 거대 ICT 기업끼리의 활발한 제휴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면서 "주변의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을 유연하게 품어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내 12만 이상 가구에 스마트홈 솔루션을 보급하고 있는 사업자 컨트롤(Control)4는 새로운 롤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컨트롤4는 스피커, 조명, 카메라 등 6500개 이상의 스마트홈 디바이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컨트롤4의 생태계는 전방위적인 유통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기존 스마트홈 솔루션 시장은 복잡한 설치 방식, 높은 가격대로 인해 전문화된 오디오, 비디오 설치점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이 형성된 반면 컨트롤4는 스마트홈 설치 과정을 최대한 단순화시킴으로써 일반적인 전기 기술자, 알람 설치점 등에서도 솔루션을 판매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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